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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성인 여성에게만 허락된 "핑크 영화제"

핑크 |2007.11.06 09:29
조회 444 |추천 0



어떤 영화 볼까? <변태 가족, 형의 새 각시>도 보고 싶은데, 아니면 <당한 여자> 볼래?”

“글쎄, <기둥서방>이나 <블라인드 러브>도 괜찮지 않아?” 지하철 속에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대화하는 두 여성의 표정에서는 부끄러움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주위 사람들이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헤매는가 하면 심지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도 보인다.
당당한 두 여성의 목적지는 서울 사당동에 위치한 씨너스 이수영화관. 입구에는 영화제를 알리는 핑크색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 아래로 유난히 여성들의 구두소리만 크게 들린다. 11월 1일부터 오는 7일까지 이곳에서 국내 최초로 성인여성만을 위한 ‘핑크 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단, 개막일 당일만 성인남성 입장 가능)

 

일본 영화계의 독특한 장르 ‘핑크 영화’

 

‘핑크 영화’란 일본영화계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장르로 극장 상영용 35mm 성인영화를 말한다.

약 3천만 원 정도의 저예산 제작비, 평균 3일 정도의 촬영일수, 출연자 중 3명 이상이 옷을 벗고

15분에 한 차례 이상의 카라미씬(정사장면) 삽입, 여배우의 노출 횟수 등 지켜야 할 규칙도 독특하다. 이처럼 핑크 영화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저급한 외설 영화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핑크 영화는 성(性)을 단순히 유희의 수단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성을 통한 인간탐구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을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핑크 영화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 실력 있는 신인감독들의 등용문 역할도 한다. 영화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 <박치기>의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 <큐어>의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 등 상당수 일본 영화계의 거장들이 핑크 영화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핑크 영화제’

 

하지만 국내에서는 핑크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과거에는 대부분이 남성 관객이었지만 지금은 여성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일본과 달리, 아직도 한국에서는 일부 남성들 중심의 마니아층만 형성되어있다.

대중적이지 못하기 때문인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 ‘여자’ ‘성인’ ‘영화’라는 네 개의 단어만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혼자 영화를 관람한 김 모씨(28)도 “친구들에게 쉽게 함께 가자는 말을 하기 어려웠다. 핑크 영화에 대한 설명을 해도 성인영화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자가 어떻게 그런 곳을 가냐며 결국 아무도 참석하려 하지 않아 혼자 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화제를 기획한 씨너스 이수의 마케팅 담당 안종선씨는 “핑크 영화는 일본 영화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장르이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어 핑크 영화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핑크 영화의 진면목과 감독들의 열정을 여성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남성 관람 금지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와 남성들의 반발을 예상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굳이 여성만 입장하게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상업적인 의도는 애초에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여성들만을 위한 영화제를 만들었다. 나아가 핑크영화와 같은 영화를 여성들도 좀 더 당당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남성 관람 금지가 홍보성 이벤트라는 비난과 남성 역차별이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적어도 여성들에게는 특혜이자 배려가 된 것은 사실이다. 영화제 홍보 사이트에서 한 달간 ‘핑크 영화제가 기대되는 이유’를 설문한 결과 압도적으로 ‘여성만의 특권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참석할 수 있다’는 답이 많았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늘 은밀한 수다에서만 존재했던 성에 대한 담론을 공적인 자리에서 풀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성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국 여성의 눈에서 바라본 ‘핑크 영화’

 

유일하게 남성들의 입장이 가능한 개막일에는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남성들과 함께 많은 여성들이 영화제를 찾았다. 동성친구나 혼자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부부나 연인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또 우연히 극장을 찾았다가 영화제에 참석한 사람들도 있었다.

 

연인과 함께 영화제에 참여한 이 모씨(23)는 “평소 핑크영화에 관심이 많던 남자친구의 소개로 찾게 되었는데 처음 핑크영화를 접하는 사람들도 ‘영화제’라는 수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영화제가 계속 개최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늘만은 아이들과 남편을 잊고 여자들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핑크영화에 참여했다는 아주머니들도 “늘 여자들끼리 모이면 해서는 안될 이야기처럼 주위 눈치를 보면서 몰래 수다를 떨었는데 이런 기회에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영화제가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더 올 수 있기를 바랐다.

 

위와 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저급한 삼류 영화보다 한 단계 더 나아진 것일 뿐이다, 남성의 시각에서만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다, 인간의 성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등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여성만을 위한 영화제라는 것에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제를 찾았던 김 모씨(22)는 “단 하루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실망감이 크다”며 “여성만을 위한 영화제라는 것도 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고 핑크영화가 낯선 한국 여성들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 “주최측의 의도대로 여성들도 당당하게 성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목적으로 영화제를 개최했다면 꼭 남성들을 배제시켜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남성들의 입장을 차단시킨 것 자체가 ‘당당한 여성의 성’과는 모순되는 일이지 않느냐”며 유은정(25)씨는 ‘2회 핑크영화제’는 더 발전된 모습이기를 기대했다.

                              

                                         ▲상영작 '변태가족, 형의 새 각시'


7일까지 계속되는 핑크영화제는 <핑크 리본> <치한 전차> <변태가족, 형의 새 각시> 등 총 11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다양한 부대행사들도 마련되어 있다. 11월 2일에는 일본 핑크 영화감독 7명 등이 참석하는 ‘한?일 저예산 독립영화 포럼’이 개최되고 3일에는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과 함께하는 핑크토크 ‘여성들이여 당당하게 욕망하라!’가 열려 여성관객들과 성에 대한 솔직한 수다의 장을 마련한다. 또한 전체 상영작들의 감독들이 내한하는 이번 영화의 특성상 감독과 관객과의 만남도 총 7차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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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보는 영화? 흠...괜히 더 보고 싶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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