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걱정 하나가 늘었습니다.
원래 환절기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는 했는데 올 가을에는 머리카락이 유난히도 많이 빠지는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쥐어질 정도로 흘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몇 일동안은 그러려니 했는데 최근 2주 동안 이런 탈모현상이 계속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하루에 50~ 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하는데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보게되는 빠진 머리카락과 머리감고 난 후에 세면대 가득히 엉켜있는 머리카락이 족히 수 백가닥은 되는 것 같아 걱정을 더하게 됩니다.
아침에 보게되는 빠진 머리카락
저의 친가나 외가 쪽은 대머리되신 분들이 안 계시기에 유전적 요인이 아닌 스트레스나 영양부족일 것이라 추측되어지기는 합니다.
아침은 거르기 일수고 그나마 점심은 제 때 먹지만 저녁은 소주나 맥주에 안주를 끼니 삼아 먹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출, 퇴근 때 거리나 지하철에서 머리가 탈모로 훤하게 들어나신 분들을 보면은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에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웃어야 할 장면인데 웃음이 안나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4일 개그프로인 S본부 '개찾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잘 안보던 프로였는데 그 날 따라 재밌게 느껴져 계속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뭐처럼 배꼽 잡으며 시청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를 여태까지 왜 안 봤나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들 찰나에 '웅이 아버지'코너에서 웃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웅이 아버지'캐릭터로 나오는 사람이 대머리였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그냥 대머리가 아니라 쥐가 파먹은 듯 흉칙하게 묘사된 대머리었습니다.
개그 중에 '웅이 아버지'는 죽어 쥐로 환생하게 되는데 그 모습과 더불어 쥐 흉내를 내니 털이 듬성듬성 빠진 시궁쥐 마냥 흉칙하게 느껴졌습니다.
약간 가라앉은 기분으로 다음 코너인'쑥대머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그맨 정주리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결과가 백발의 대머리가된 모습이었습니다.
'웅이 아버지'에서 묘사된 대머리 캐릭터가 약간은 충격이었던지라 불편한 기분이 들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형님뉴스'코너를 봅니다.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요? 역시 대머리 캐릭터(한현민)가 나오는데 제 정신이 아닙니다.
웃기자고 만든 개그프로이다 보니 캐릭터가 비정상일 수 밖에 없고 제 정신일 수도 없겠지요.
그런데 "왜 하필 대머리여야 합니까?"
탈모가 진행되다 보니 예전에 KBS 개그 '마빡이'를 볼 때는 못 느꼈던 의문이 들었습니다.
요즘 개그에 대머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주일씨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코미디사의 한획을 그은 그였기에 '웃긴 캐릭터 = 대머리 이주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그하는 당사자가 대머리인 것과 대머리 분장을 하고 하는 개그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일씨는 그 자신이 말했던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란 유행어 처럼 대머리를 비하하지 않았고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코미디 연기를 볼 때면 넘어지고 몇 가닥 없는 머리가 흘러내리는 등 다소 바보같은 장면이 연출되더라도 '대머리'캐릭터가 그 자신이었기에 애환이 느껴지고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요즘 개그프로의 대머리 캐릭터는 정상인이 대머리 분장을 하고 개그를 하는 것으로
이미 '대머리 = 웃기고 정신나간 사람'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을 비하했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합니다.
한국을 비하한 할리우드 영화 중에 <폴링 다운>(Falling Down, 1993)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마이클 더글라스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슈퍼에 들어가 동전을 바꾸려 하지만 슈퍼주인이 물건을 사야만 바꿔준다는 말에 주인공은 격분하여 야구방망이로 슈퍼를 부수는 장면이있습니다.
왜 이 장면이 한국인 비하인가 싶겠지만 미국사회에서 이민간 한국인들이 슈퍼나 세탁소를 많이 운영하는데 '한국인'은 돈 밖에 모르는 민족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한가 봅니다.
이것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어 '한국인 = 수전노'가 된 것입니다.
근작 '아드레날린 24'만 보더라도 총격전을 보고 멋지다고 인터뷰하는 개념상실 소녀로 한국인이 등장하며 이 장면 말고도 돈만 아는 민족으로 묘사된 곳이 있습니다.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캐릭터는 그 사람의 인격을 떠나서 단순히 외모로 평가되거나 부분만 과장되어 부풀려져 왜곡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얼마 전 공익광고에서 얼굴을 포함한 전신화상을 입었지만 밝게 살아가는 분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 그런 분들에게는 더욱 보통 때 처럼 행동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탈모로 대머리가 되신 분들도 얼굴에 화상을 입으신 분들과 마찬가지로 심적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더욱이 젊은 나이에 탈모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더 할겁니다.
5년 전 술자리에서 제게 고민을 털어놓던 친구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큰 키에 잘 생긴 외모를 지녔지만 머리숱이 별로 없던 친구였는데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 같아 죽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술김에 하는 소리려니 싶어 "너 처럼 잘 생긴 애들은 얼마나 더 완벽해야 하는데? "라면 핀잔을 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했던 제가 4일 날 방영된 개그프로를 보고 정말이지 죽고 싶었습니다.
근래에 다시 만난 그 잘 생긴 친구는 탈모가 더 심해져 있었고 소심해져 있었습니다.
주로 출,퇴근 때 말고는 밖에 거의 안나가고 결혼도 해야하는데 여자들 만나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탈모로 인한 대머리로 고민하는 인구가 70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제 친구처럼 결혼을 아직 못한 젊은 남녀 중에는 자살을 꿈꿀 정도로 심각한 고통일텐데
그것을 즐긴다니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그프로 제작 관계자들은 연출한 장면이겠지만 대머리를 비하하는 듯한 장면을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대머리로 웃기기에는 그 동안 너무 욹어 먹어 식상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개그프로 관계자 여러분들은 웃길려고 만들었겠지만 대머리나 탈모가 진행 중인 시청자들에게는
개그가 아니라 고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