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이렇게 따로 답글을 답니다.
원글님은 어릴때부터 반복되어온 불안정한 집안 환경으로 인해서 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인 것 같군요.
아버지의 마음은 님을 괴롭히자고 하는 행동은 아닐텐데 그 마저도 위협으로 느끼는 님이
참 안쓰럽습니다.
저 역시 허구헌날 엄마를 괴롭히고 싸우면서 무능하던 아버지, 깨진 집안 물건들,
비행청소년인 오빠 밑에서 굉장히 불안하게 자랐습니다. 님이 아버지가 집에 들어올때 느끼는
불안감을 이해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약속있어서 나갔다가 늦게까지 들어오시지 않으면 차라리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잠들지도 못하고 떨면서 지낸 적도 있었고
아버지는 별 뜻 없었겠지만 술마시고 내 방에 들어와서 날 들여다보는 걸 알면서 자는 척
해야했던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겪었지요.
오빠마저 술만 마시면 미친*처럼 돌변해서 결국에는 제가 돌았던지
대학1년생이던 때에 오빠가 술먹고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면 죽여버리겠노라고
칼을 사서 제 침대 머리맡에 깔고 누워서 자던 적도 있었습니다.
엄마의 희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안,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집이라는 것은 늘 제게
고통의 원천이자 지긋지긋한 어둠,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더이상 병이 되기 전에 독립하세요.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독립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열심히 공부하시고 졸업하면
독립하세요. 어머니가 안돼셨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해방되려
하지 않으시는 이상 님이 해줄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저역시 엄마가 정말 안타까워서 많이도 울었지만 세월이 흐르고보니 그 역시 엄마의 선택이었
더군요. 엄마가 이혼하지 않고 그대로 사심으로써 자식들에게도 씻을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결과가 되었지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집을 떠나 서울로 와서 직장을 다녔고 지금은 남편과 아이와 함께
무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사이 아버지는 많이 늙으셨고, 옛날에는 어떻게 그랬을까 싶을만큼 약해지시고
저를 아끼시지요. 그동안 사시면서 저를 많이 자랑스러워하셨던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이건 나중이건 일단 독립하셔서 가족으로부터 멀리 가세요.
집 때문에 고민만 하고 있다고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님 인생을
지금까지와 다른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서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 1차적 목표를 독립으로
설정하세요.
혹시 섣불리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자한테 의지해버리는 것은 위험하고요,
능력을 키우세요. 어머니와 다른 인생을 살겠다고 각오를 다지세요.
많건 적건 스스로 돈을 벌면서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어야 독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서 사람들도 사귀고, 동호회도 가입하고 다른 세상을 많이 보세요.
그러면서 그동안 님이 겪어온 시련들을 잘 승화시키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아하고
즐거워하면서 그 또래의 기쁨을 찾으세요.
님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님처럼, 저처럼 가족으로부터 상처받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리고 그를 잘 이겨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참 많구요. 지금은 내 상처만 보이겠지만
말못한 고민들을 안고 있으면서도 씩씩하게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스스로 위로하길 바래요.
힘 내시구요.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