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는 마치 사람처럼 발칸포가 달린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더니 입구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스파키도 그 뒤를 따르며 에디의 자폭장치가 빠져나간 등을 보았다.
그 자리엔 확실히 미사일이 있을만큼 큼직한 박스가 부착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에디의 계획대로 되면 좋지만 만에 하나 한개라도 빗나간다면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할 것이다.
스파키는 칼을 뽑으며 전력을 모았다.
여차하면 뛰어나가 실패한 놈에게 전력을 먹여주기 위해서다.
입구는 그가 터트린 폭탄의 영향으로 조금 넓어져 있었다.
그리고 입구를 가려주고 있던 건물도 겨우 벽의 일부만 남았을 뿐 전부 날아가버렸다.
에디가 기어서 빠져나가더니 등에서 철컥 소리를 내며 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다.
에디의 등에 달란 상자가 조금 더 튀어나오더니 손가락만한 미사일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목표 조준 완료. 발사."
이젠 아예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쏴댄다.
"푸슛~"
날카로운 소리를 작게 내면서 미사일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날아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위로 치솟더니 방향을 틀면서 각자 정해진 목표로 내리꽂혔다.
근처의 건물 뒤쪽에서 깡통소리가 연이어서 들려오더니 무언가 풀썩 쓰러지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에디가 고개를 돌리며 스파키에게 말했다.
"이거 어떡하죠?"
"뭘?"
"미사일 두 개가 빗나갔습니다."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스파키가 팍 튀어나갔다.
바로 그때, 미사일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내민 솔져 두명의 머리가 보였다.
전력으로 달려간 스파키는 먼저 가까이 있는 놈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달려들어 머리를 잡고 전력을 쏟았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다른 한 놈이 총구를 이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스파키는 몸을 회전시키며 칼을 던졌다.
스파키에게 머리를 잡혔던 놈은 몸을 심하게 떨며 쓰러졌고 칼에 맞은 놈은 목이 날아갔다.
녀석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에디가 쏜 미사일에 머리 위가 뚫린 솔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뇌가 파손된 이상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스파키가 혹시 움직이는 놈이 있어서 다른 놈에게 연락을 하는 놈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데 에디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또 손을 흔들었다.
"주인님. 정말 빠르시네요."
"........"
"이제 미사일이 22발 남았습니다."
"움직이는 놈은 없나?"
"전부 골로 갔습니다."
스파키는 에디가 그리웠다.
4년동안 수많은 작전을 함께 수행한 단순한 로봇이 그리웠다.
호파스에게 따질 것이 아니라 잘 구슬려서 원래의 상태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키는 에디를 지하기지에 들어가 있으라고 한 다음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힘겹게 올라간 그는 멀리 보이는 중앙센터를 보며 루키드들이 놈들을 몰고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단 한번.
단 한번의 기회에 놈들을 전부 쓰러뜨리지 않으면 자신이 아무리 빨라도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그는 오랜만에 긴장을 했다.
적지 바로 앞에서 몸을 숨기고 비상식량을 먹던 그때의 기분이 그리워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도시에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쪽으로 뛰어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사방에서 달려오고 있었는데 그 중 몇사람은 총에 맞았는지 상처를 감싼 채 뛰어오고 있었다.
스파키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처음 출발한 사람보다 3명이 적었다.
"메를린...."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조그맣게 불렀다.
여기선 얼굴을 가린 루키드들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묘한 감정이 느껴지며 갑자기 그녀가 보고싶어졌다.
가까이 온 루키드들은 거의 실성을 한 사람처럼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솔져들이 바짝 쫒고 있었다.
평소에 도시 안에서 보이던 숫자보다 두배 이상은 더 많아보였다.
겨우 5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쫒아오는 솔져들은 계속해서 총을 쏴댔지만 미리 약속한 대로 좁은 골목을 이리저리 꺽으며 뛰는 그녀들을 쉽게 맞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스파키는 몸을 바짝 낮추었다.
곧 루키드들이 지하기지의 입구로 몸을 던졌고 마지막 사람이 들어가자 솔져들은 속도를 늦추고 걸어왔다.
총구는 앞으로 향한채 천천히 움직였는데 아무래도 전에 당한 것 때문에 취하는 태도로 보였다.
스파키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들이 30미터 거리에 들어올 때 그는 허리춤에서 증폭기를 꺼내 칼에 부착했다.
그들이 10미터 거리에 들어올 때 그는 바닥을 기어서 놈들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놈들은 입구 주변에서 총구를 아래로 향한채 멈추었다.
그리고 그 뒤로 200명에 가까운 솔져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스파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전력을 품고 그들 사이로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폭발시킬 작정이다.
어디에 뛰어내리면 좋을지 위치를 가늠하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
입구에서 에디가 팔만 내밀고는 발칸포를 쏴대고 있었다.
그리고 에디의 말소리가 크게 들렸다.
"크하하하하. 이놈들아. 놀랬지~"
입구 가까이 있던 솔져들은 미쳐 대항하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지만 그 뒤에 있던 놈들은 서서히 거리를 두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디의 팔을 맞추기 위해 총를 쏴댔다.
순식간에 에디의 발칸포가 달린 팔이 불꽃을 튀기며 날아가버렸다.
스파키는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해서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다신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스파키는 온 몸에 전력을 끌어모았다.
갑자기 뒤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스파크가 튀기며 주위를 밝히자 솔져들이 일제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그가 뛰어내렸다.
그는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땅에 칼을 박으며 기합을 넣었다.
"끼야아압!"
다시 한 번 그의 몸이 중심이 되어 수많은 전력의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솔져들은 총구를 이쪽으로 돌리지도 못한 채 퍽퍽 터지기 시작했다.
굵은 뱀이 꿈틀거리듯 살아있는 허연 전력의 줄기가 사방으로 휘둘렸다.
마치 수백가닥의 채찍을 휘두르듯 그것들은 순식간에 가까이 있는 솔져부터 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디의 선제공격 때문에 퍼진 놈들 중 멀리 있는 놈들이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총소리가 들렸지만 스파키는 그대로 전력을 높였다.
"이야아아아앗!"
조금 사그라들려던 전력이 다시 더욱 강한 소리를 내며 사방을 밝혔다.
총알이 그의 팔과 종아리를 뚫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전력을 더욱 높였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던 놈들마저 전력에 휘말리는 것을 확인한 그는 서서히 힘을 뺐다.
그리자 전력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헉! 헉! 헉! 헉!"
땅바닥에 쓰러져 지지직 거리는 소리를 내는 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그의 거친 숨소리만이 갑자기 잦아든 침묵을 울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서 칼을 뽑았다.
혹시 움직이는 놈이 있는지 확인한 그는 몸을 돌려 입구로 향했다.
그때 에디가 부서진 팔을 흔들며 나타났다.
"헤헤, 주인님. 제가 이 놈들을...."
"시끄러!"
"예."
"앞으로 다시 한번 명령 없이 발포를 하면 널 분해하겠다. 그 위대한 천재 호파스가 너에게 두려움도 심었나?"
"아닙니다."
"그럼 내가 설명해주지. 저기 있는 로봇들처럼 작은 조각들로 바닥을 굴러다니게 된다. 알겠나?"
"예."
화가 풀리지 않아서 씩씩거리는 그에게 메를린이 다가가며 두건을 벗었다.
"피가 나요. 치료를...... "
"괜찮소. 피는 곧 멈출거니까."
스파키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메를린은 자신의 두건을 찢어서 그의 팔과 다리에 감았다.
어차피 이정도의 상처는 금방 아물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비키가 다가오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지금쯤 중앙으로 움직일 거에요. 어서 가요. 곧 솔져들이 더 올거에요."
스파키가 내릴 때 비행선에는 아직도 4명의 루키드 요원과 카얀과 키드만 박사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파키가 전력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중앙센터로 곧장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때 그들도 합류를 해서 일부는 스파키와 함께 남은 솔져와 시장을 공격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키드만 박사를 돕기로 했다.
지금쯤 키드만 박사 일행이 중앙센터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중앙센터에서 다시 솔져들이 보충되기 전에 그들과 합류해야 한다.
"갑시다."
그들은 수없이 많은 로봇들의 잔해를 뛰어넘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동안 솔져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 사이에 루키드들의 시체가 보였다.
호파스가 만들어준 방탄복을 입었지만 수없이 많은 총알을 전부 막아주지는 못했다.
"사루비나에요."
메를린이 말해줄 때 스파키는 달리면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두건을 써서 보이진 않지만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하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키가 중앙센터 가까이 다가가자 키드만 박사의 일행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키드만의 옆에 낯이 익은 남자가 같이 있었다.
코렐이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루키드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그는 가족들이 있는 주택가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들이 로봇들이 빠져나간 틈을 이용해 사로잡은 것이다.
"이렇게 다시 만나는군. 코렐."
"당신이 배신할 줄은 몰랐소."
"그래서 내 물건에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거군."
"그건...."
"널 네 상관과 함께 전기구이로 만들어주겠다."
"당신이 스파키라는 사람인줄 알았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거요."
"처음부터 죽이거나 잡으려 했겠지."
스파키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코렐을 노려보자 메를린이 말했다.
"스파키. 시간이 없어요."
"........."
스파키는 에디를 불렀다.
"에디."
"예."
"이 자가 조금이라도 뛰거나 소리를 크게 지르면 그대로 발포하라."
"하지만 총이...."
"그럼 레이져라도 쏴."
"예."
에디가 코렐의 뒤에 서며 레이져를 충전하는 묘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키드만이 코렐의 등에 칼을 대며 말했다.
"자, 어서 풀어."
"......"
"어차피 시간은 걸리겠지만 내가 풀 수도 있다. 넌 쓸모있어서 살려둔 거야. 네가 쓸모있다는 것을 증명해라."
키드만의 말이 사실인지 코렐이 안으로 들어서며 에디를 의식하고는 작게 말했다.
"경비 해제."
스파키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며 코렐의 어깨를 잡았다.
"자, 로봇을 만드는 공장으로 가자. 아, 가기전에 시장이 있는 곳을 말해."
"지금 지하공장에 있소."
"그거 잘됐군."
"당신들은 전부 죽을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미 많은 솔져가 준비를 하고 있을거요."
"그럼 소님 접대가 어떤지 확인을 해야지. 저번엔 조금 부실하더군."
"지금이라도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하시오. 그러면.... 헉!"
스파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코렐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가자니까."
"아, 알았소."
코렐이 승강기의 버튼을 누르자 바로 문이 열렸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유일한 통로인 승강기는 전부 들어가기엔 너무 좁았다.
스파키가 몸을 돌리며 모두에게 말했다.
"나와 키드만, 그리고 전력흡수장치를 가진 사람 2명만 간다. 나머지는 비행선으로 돌아가."
"스파키. 그건 작전내용과는....."
"지금부턴 내가 지휘한다."
"스파키!"
"시끄러! 이제까지도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어차피 시장이 지하공장에 있다면 나와 키드만 박사면 충분해. 그리고 두명은 우리의 뒤를 봐주기 위해 간다. 나머지는 필요 없어. 만일 실패한다면 바로 떠나라."
망설이던 메를린이 승강기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좋아요. 그럼 당신의 뒤는 내가 봐드리죠."
"그럼 나도 가야지."
카얀도 얼른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라가 자기 몸에 부착했던 전력흡수장치를 얼른 떼서 카얀에게 던져주었다.
아이라는 솔져들을 유인하는 일을 맡았었고 카얀은 키드만 박사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아마 입구 옆의 솔져도 카얀이 처리했을 것이다.
그들을 보며 스파키가 웃음을 지었다.
"좋아. 든든하군. 자, 코렐. 가지."
곧 승강기 문이 닫혔다.
승강기 문 사이로 카얀이 아이라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며 팔에 찬 그 무기를 들어보였다.
비키가 아이라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걱정마. 성공할 거야. 너도 그사람의 힘을 봤잖아."
"하지만....."
"빨리 가자."
그들은 다시 왔던 방향으로 뛰어갔다.
지금쯤 호파스의 비행선이 테크타운의 담 바로 근처에 있을 것이다.
아이라는 계속 뛰면서 불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승강기 문이 열리면서 스파키가 먼저 몸을 굴리며 밖으로 나가더니 옆으로 다시 몸을 날려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컨테이너 옆에 몸을 숨겼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그는 문 앞의 구조물들을 파악하고 몸을 숨길 곳을 찾자마자 몸을 날린 것이다.
곧 뒤를 이어 카얀이 자세를 낮춘 채 나오고 메를린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에디가 코렐을 앞세운 채 나오고 키드만 박사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나왔다.
키드만 박사가 작은 모니터를 들여다 보더니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입니다."
그는 바로 중앙통제 시스템을 찾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지하에 있는 중앙시스템만 파괴하면 로봇들을 생산하는 모든 장비가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일부 주민들의 뇌에 심어진 칩도 소용이 없을 거라고 했다.
단, 그들이 위험한 쇼크를 일으키지 않도록 칩의 활동을 중지시키는 전파를 먼저 쏘아야 한다고 했다.
키드만 박사가 모니터를 계속 들여다보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박사. 멈춰!"
"탕!"
스파키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박사를 불렀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르게 총알 하나가 그의 이마를 뚫고 지나갔다.
박사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그의 손에 들려있던 작은 모니터가 바닥을 굴렀다.
"이런.... 제기랄..."
"시장님!"
코렐도 그 틈을 타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디가 바로 레이져를 쏘았다.
"지잉!"
"컥!"
레이져는 정확하게 코렐의 무릎 뒤를 뚫었다.
키드만 박사의 부릎뜬 두 눈을 바라보던 스파키가 에디에게 명령했다.
"죽여라."
"지잉!"
주황색의 가는 빛이 죽어라고 기어가고 있는 코렐의 목을 뚫자 그는 온 몸을 멈추더니 그대로 늘어졌다.
그때 어디선가 시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케 여기까지 왔구만. 용감한 뇌가 이렇게 많으니 좋은 솔져가 만들어지겠어. 크하하하."
"시드만!"
메를린이 소리쳤다.
그녀의 눈에선 굵은 눈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동료들이 죽었다.
마지막 결전의 순간에 그녀는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