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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살하려는 군인을 살렸습니다. 칭찬바람.

빈농의아들 |2007.12.13 20:47
조회 356 |추천 0

실명확인이 되지 않아 남들 글만 보다가

드디어 글을 쓰게 되었네요

 

일단 저는 군대를 막 제대한 23살 청년입니다.

지금은 집에서 쉬면서 복학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희 집은 어디라고 말씀드려도 다들 잘 모르시는 강원도 산골 입니다.

전방이라 인구의 대부분이 군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건은 어젯밤에 일어났습니다.

집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싸우나에 다녀오던중

시내로 들어가는 신호등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군인과 그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남녀가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더라구요

근데 여자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갔고

뒤따라가던 군인은 멈칫멈칫 몇번을 섰다 갔다 하면서 결국 신호가 바뀌었는데

횡단보도 중간에 갇혀버렸습니다.

양쪽의 차들은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고 죽을려고 환장했냐는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대사까지 나왔습니다.

얼핏보니 야상도 입지 않고 전투복차림에 여관 쓰레빠를 신은 그 군인..

약간 저질인 저는 '아 저새끼 여자친구 면회왔는데 모텔가서 뻘찟할려다가 퇴짜맞았구나'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얼굴을 보니

울고 있더군요..

아주 서럽고 슬프게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나완 상관이 없으니 일단 집에 돌아왔습니다.

티비를 보고 귤도 까먹고 컴퓨터도 하다가

왠지 다시 가봐야할것 같아 옷을 줏어입었습니다.

내가 가보지 않으면 큰일이 일어날것 같은 말도 안되는 예감이 들어서

다시 차를 끌고 그 횡단보도 달려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군인이 걱정되서 이추운밤에 여기까지 온 내가 어이없고

우습기도 해서 차에서 내려 담배를 꺼내 물려는 순간

횡단보도 건너편 다리밑에서 라이타 불빛이 번쩍번쩍였습니다.

낚시꾼들이 많은 곳이니 설마설마 하며 저도 횡단보도를 건너 담배를 뻐끔대며

주머니엔 손을 꽂아넣고 다리밑을 내려다 봤습니다.

그런데 그 군인 다리밑에 쪼그려 앉아있더군요

아까 그 차림새로

어두워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 쓰레빠가 정확히 보이더군요

그 군인도 절 봤고

담배를 꼬라물고 츄리닝 바람에 주머니에 손넣고 내려다 보는 꼬라지가

왠지 상대를 하면 안되는 사람같아 보였는지

바로 눈을 돌렸습니다

얼굴두껍기로 소문난 저는 그 군인에게 다가갔습니다.

사실 내려가다가 미끄러져서 자빠지는 바람에 모냥새가 쫌 빠지긴 했지만

일단 이동네 순찰이라도 도는 사람인냥 말을 걸었습니다.

"아저씨! 거기서 뭐해요?" 라고..

그 군인 "아무것도 안하는데요.."라고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저울고있어요" 였습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생같고 친구같고 해서

옆으로 갔습니다.

그리곤 여기에 내가 왜왔는지에 대해 거짓없이 말했습니다.

아까 횡단보도에서 쓰레빠신고 우는거 봤는데 맘이 안놓여서 왔다고

그랬더니 그 군인 "아 쪽팔려"라고 하면서 더 울더군요

처음보는 사람앞에서 그렇게 우는거 정말 창피할텐데 무슨일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도 물어볼순 없고 그냥 아저씨 추운데 들어가서 쉬세요 라고만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군인 라이타만 계속 껐다 켰다 하는거 봐서 담배를 두고 온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하나 주었더니 고맙습니다 하고 얼릉 받아서 불을 붙이더니

사실 아까 그 여자는 여자친구였다고

오늘 두달만에 여자친구가 면회를 와서 외박을 나왔는데

헤어지잔말을 하려고 온줄은 몰랐다고

담배를 3개피를 연달아 피며 얘기를 했습니다.

뭐 나머지는 다 그 여자분과 만나서 사귀던 얘기였고 결론은 헤어지잔 소리를 하려고

이곳까지 왔다고,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사진까지 보여줬다고 그럽디다.

그래서 아까 그 횡단보도를 건너 슈퍼에가서 면도칼을 샀다고

여자친구 왔다고 모텔까지 비싼데로 잡느라고 돈이 없어서 담배는 못샀다고

500원짜리 면도칼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는데 등꼴이 오싹했습니다.

저번달에 일병달았는데 여자친구없이 어떻게 군생활을 하냐면서

자긴 도저히 할수없다고 또 그 면도칼을 쥐고 울었습니다

발이 엄청 시려울만 한데도 들어갈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울었습니다 그 군인..

그래서 뭔소리라도 해줘야될것 같아서

한번도 해본적도 없지만 나도 죽고싶어서 죽으려했던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근데 다 부질없는 짓이다 가족을 생각해봐라 앞으로 살날이 창창하지 않느냐는

고리타분한 말들만 해주다가

갑자기 여자하나때문에 죽으려고 면도칼까지 사온 그 놈이 너무 한심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죽을려면 남자답게 확 죽어버리지 면도칼 사와서 주머니에넣고

다리밑에서 질질짜고 찌질하게 뭐하는짓이냐며 혼을 내줬습니다.

그말에 그 아저씨 그제서야 씨익 웃더니

죽긴 왜 죽냡니다

솔직히 제가 그 아저씨를 살린건 아닙니다.

애초에 죽을 생각이 ,, 아니 죽을 용기가 없던 사람이었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면도칼까지 샀다는건 그 사람 이미 마음은 죽은겁니다.

죽인 사람은 다른 남자가 생겼다던 그 여자분이 겠지요

저는 그 분을 모텔까지 태워다 드린다고 했지만 그분 그 모텔에서 잘수 없다며

짐만가지고 나오게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발가락이 짤라질것 같다더군요 ㅋㅋ

그렇게 모텔에 들러 쓰레빠를 군화로 갈아신고온 아저씨는 가까운 피씨방에

데려다달라고했습니다.

마침 동네형님이 운영하시는 피씨방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귓속말로 이런저런 얘길 대충해서

돈은 받지 말라고 했더니 우리 귀여운 형님알았다며 밤새도록 하라고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담배한갑을 사서 그분께 드리고 죽을 생각하지말라고 피씨방에있던 사람들

다 들을 정도로 크게 말하고 왔습니다. 그래야 왠지 안죽을것 같아서 ㅋㅋ

이 모든 일이 3시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다리에서 떨어지려는 사람을 잡아서 구한것도 아니고

약먹고 쓰러진 사람을 병원에 싣고 간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그 군인아저씨 우는 모습을 봤을때 곧 죽을 사람 같았으니깐 사람하나 살린것 아닙니까?

근데 그 아저씨 피씨방 데려다 줬더니 자살카페 가입한건 아닌지 모르겠네..

암튼 다른 남자 생기신 그 여자분을 포함한 모든 고무신 여러분

여러분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많이 군생활은 힘듭니다

나땜에 설마 죽겠어? 라고 생각하다가 당신들이 죽인 병사가 1년에 수백명입니다.

다른남자 만나도 좋고 냄새나는 군인 남친 안좋아해도 좋으니깐

헤어지자, 다른남자 생겼다라는 말 전역하면 말해요

그때는 우리 예비역들도 땡큐니깐

 

뭐 이렇게 길게 썼지? -_-

 

암튼 강한친구 대한민군육군 화이팅 (공군, 해군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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