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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하나 키우는데 5천만 원 든다?

돈키호테 |2003.07.31 16:46
조회 480 |추천 0

 

    글쓴이     문강 ㆍ날짜:2003.07.31 ㆍ조회:411     제   목     아기 하나 키우는데 5천만 원 든다?  
아기 하나 키우는데 5천만 원 든다?

지난 토요일이 할아버지 제삿날이었다.
멀리 청주에 사는 막내 질녀 내외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제사에 참례했다.
방학중이라 시간이 되어 왔다지만 처가 증조부 제사에 참례한 것은 칭찬할만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맏이와 유치원에 다니는 귀여운 손자들은 붙임성이 있어서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면서 따라 다니는 것이 여간 귀엽지 않았다.
"너희도 학원에 다니니?"
방학하면 아이들은 학원 때문에 더 고통받는다는 며칠 전에 들은 방송이 생각나서 물었다.
"예. 할아버지."
"몇 군데 다니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손가락을 펴는데 둘인지 셋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인사를 잘하여 친하게 지낸다.
허리에 질끈 동인 태권도 띠를 바르게 매어줄 만큼 나와는 친하게 지낸다.
어느 날 퇴근하는 길에 만났다. 인사하는 아이에게 물었다.
"어디 가니?"
"학원 가요."
"무슨 학원?"
"태권도 학원요."
"음 그래? 가송이는 학원 몇 군데 다니지?"
"5군데요."
"뭐라고? 5군데나?"
깜짝 놀랐다. 서울의 정신나간 여자들만 아이를 학원으로 내모는 줄 알았는데
시골도 어느 새 함께 병이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학원인데?"
태권도, 피아노, 영어, 컴퓨터, 보습학원 등 4군데를 손을 꼽으며 이야기했다.
5개 학원이면 한달 학원 과외비가 50만원은 족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 월급에서 아이 학원비를 50만원이나 주고 나면 어렵지 않을까?

화가인 질서(姪壻)는 미술학원을 하고, 질녀(姪女)는 사설 유치원 선생님이다.
"자네는 아이들 학원에 안 보내도 되지?"
"아니에요, 작은아버지. 우리도 아이들 학원 보내야 돼요."
"미술은 아버지 학원에 보내면 되는데, 뭘 또 학원에 보내?"
"미술은 안 할라고 해요. 피아노학원과 영어학원, 태권도 학원에는 안 보낼 수가 없어요."
"효과가 있든?"
"효과가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에요. 다들 몇 개씩 학원에 보내는데 안 보내면 불안해서 안 되요."
"한 달 학원비는 얼마나 되니?"
손을 꼽아 헤아려보다가 웃고 만다.

학원에 보내는 것을 나는 바보짓이라고 말하고 더러는 미친짓이라고 나무란다.
아이가 정말 소질이 있어서 한 가지를 제대로 배우게 하려고
학원에 보내는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찬성하고 권장한다.
그러나, 4군데, 5군데, 심지어 10군데도 넘는 학원에 보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그거야말로 바보짓이고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아까운 돈만 매달 학원에 갖다바칠 뿐이다.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어린이는 더욱 그렇다.
한 가지도 특출하게 잘하기가 어렵거늘
우리 나라 젊은 부모들은 아이가 모든 것을 다 잘하기를 기대하면서
10개도 넘는 학원에 보낸다. 이거야말로 바보짓이요 아이를 죽이는 일이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학원과외에 지친 초등학교 어린이가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자살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혼할 나이는 아직 좀 이르지만 맏딸에게 결혼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 교육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정색을 하면서 회사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한다.
태어나서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5천만원이나 든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이다.
배워야 할 것은 안 배우고 나쁜 것만 골라 배웠다고 나무랐다.

아기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함께 계산해보았다.
맞벌이하면서 아기 보는 집에 맡기면 한 달에 50만원씩 줘야하고,
우유값, 기저귀 값, 간식비, 병원비를 합치면 월 100만원은 족히 든다는 계산이다.
첫돌이 지나면 학원에 보내야 하는데 5천만원도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필자는 30년 넘도록 공무원 생활하면서 저축한 현금이 그 만큼도 안 된다.
서민에게 5천만 원이면 엄청 큰돈이다.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6살까지,
그리고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대학과 유학을 마칠 때까지 드는 돈은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통해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무자식이 상팔자요,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는 말이 나올법한 일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돈 한푼 받지 않고 키워준다고 해도 결혼할 생각이 없나보다.

50년 전에 내가 6살까지 자라는 동안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곰곰이 따져본다.
어머니 젖을 먹었으니 우유값이 없었고, 기저귀도 없었다. 간식도 없었다.
헌 고무신 한 켤레로 엿을 사서 밀가루 독에 넣어놓고 조금씩 먹는 군것질은 일주일은 족히 먹었다.
학원은 구경도 못했고, 날만 밝으면 낙동강에 가서 송사리를 잡으며 물가에 살았다.
수영장은 구경도 못했지만,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개헤엄도 익혔다.
나만 그렇게 자란 것이 아니리라.
포항공대 학장이셨던 김호길 박사며, 김영길 박사 형제도 그렇게 자랐을 것이다.
아마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게 자랐을지도 모른다.
학원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석학도 되었고 대통령도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모두 학원이다. 첫돌이 지나면 늦다고 야단이다.
우리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도 영어 학원에 보내고 있다.
아이는 학원에 가서 장난하며 놀거나 졸고
부모는 그 뒤치닥거리하느라고 열병을 앓고 있다.
사교육비가 공교육예산보다 더 많은 나라,
외국으로 유학이며 어학연수 보내는데 드는 돈이 1년에 무려 46조원이란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나라에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아이를 위해서 학원에 보내고 유학을 보내면서 가계가 휘청거리는 것이 아니다.
단지 부모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 그 짓을 하고 있다니
심각한 질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열대 밀림에는 계절에 따라 물소 떼가 이동을 한다.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시속 수십 마일의 속도로 달려서 이동한다.
무리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먼지 속을 질풍처럼 달려간다.
깊은 낭떠러지를 만나면 앞서 달려가던 물소들이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뒤따르는 물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기계적으로 앞만 향해 쉼 없이 달려가서
차례대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서 죽는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우직한 물소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형국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지금 그런 질풍 속을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아이들을 학교에 맡기고 좀 놀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학원, 그것은 어리석은 부모들의 환상일 뿐이다.
아이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만능의 기계는 없다.

http://gate.hot.co.kr/nbbs/read.html?id=prof_mk&num=55&new_num=1&page_nu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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