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4개월쯤 되었을까요?
누군가를 정말 많이 사랑하기 전엔
드라마속의 주인공들이 왜 서로 그토록 사랑하면서 헤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여자친구를 만나고 몇달 되지않아 급히 군입대를 하게되면서 미리 보내줄까도 생각 했었지만
2년을 기다리는건 그녀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그녀가 때되면 알아서 떠나겠지라고 생각하며
논산 입소대에 많은 사람들 속에 아랑곳 하지않고 꼭안아 키스를 하고선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얼른 뒤돌아 집합장소로 뛰쳐나갔습니다.
멀리서도 어떻게 찾았는지 날보며 손흔드는 그녀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조국의 부름에 떠나야 했답니다.
그렇게 3달이 흘러 여자친구는 예상밖에 기다린다는 말도없이 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너무 대견스럽고 고마워서 여자친구만 괜찮다면 전 뭐든 다 참고 잘하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전화 한통 하기에도 벅찬 형편이였는데 집이 매우 어려워져 잦은 휴가에 데이트비용이거니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건 마음뿐이라는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안좋은 꿈도 자주 꿨고 전역하면 직접 학비마련과 무일푼에서 완전 독립하는것 말고도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데
과연 2년을 기다린 여자친구에게 보상은 커녕 계속 기다리게만 해야하는건 아닌지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로 나날이 괴로워 하고 있었습니다.
제 사정을 살짝 귀띔해줬지만 대놓고 말해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 무정한 남자로만 보였을겁니다. 바쁜 스케줄에 편지도 자주 못하는데 전화도 겨우했고 휴가를 나가도 자신감이 넘치거나 밝고 따뜻하게 대해주지도 못한채 언제나 힘든 사랑을 하면서 그녀도 지쳤는지 조금씩 멀어져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군입대 1년이 조금 넘어 그녀는 여운이 남는 아리송한 태도와 말투로 이별을 통보했지만 전 단 한번도 잡을수가 없었습니다. 잡으면 잡을수 있을거란 느낌이 자꾸 와닿았지만 다시 시작 한다해도 결코 그녀의 미소를 되찾아 주기엔 멀고 험한 길이란걸 알기에 그냥 놓아주었습니다.
너무나 많이 아끼고 소중해서 더이상 힘들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가득 했습니다.
아..이래서 드라마속 주인공들은 그랬었구나란걸..어쩌면 그녀를 잡을수 있다는 생각은 저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일이지만요.
그러곤 태풍처럼 밀려오는 걱정들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면 폐인이 되어있을지 얼마나 오랫동안 가슴 저릴지..
하지만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저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것이 일주일 풋내기 사랑도 헤어지면 최소 3일은 힘들어 했었는데
말로써, 글로써는 표현할수 없을만큼 많이 사랑했던 여자 친구를 보냈는데 왜 괜찮은건지..밥도 잘넘어가고, 목이 메이지도 않고, 하는 일에 여전히 의욕이 넘치고.. 그런 제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휴가때 열차에 내리면서 뭔가 허전한것을 느꼈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지금 뒤돌아보니 실감을 못해서 그랬던거 같습니다. 모든 흔적은 그대로인데 이별을 눈치챌만한 것들은 잽싸게 피하는 제 자신을 발견 했더랍니다. 아 그래서 이때까지 괜찮았구나.. 없는 그녀를 자꾸만 내 가슴속에 간직하고선 있는줄 알았던 제 자신을 알고는 어젯밤 그녀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웠습니다.
이제는 조금 아픈것 같네요. 나중에 언제라도 아파야할꺼 하루 빨리 아프고 얼른 다시 뛰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스쳐간 수많은 여인중에서도 항상 제 가슴속 가장 빛났던..
까칠하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착한, 그리고 날 너무나도 사랑해줬고 내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녀.
나없이도 정말 행복하라는말 처음으로.. 진심으로 그녀에게 바칩니다. 꼭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