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다 말고 갑자기 우울해져서...; 톡에는 글 첨 남겨보네요.
새해가 밝은지도 나흘째.
방 안에서 혼자 타종식을 보고 나니, 어느덧 계란 한 판이라는 나이가 되었더군요.
하긴, 그저 달력의 날짜가 넘어갔을 뿐.
새해가 되었다고해서 제 삶의 무언가가 극적으로 달라질 리도 없는거겠죠.
다만, 그저. 그런 애매함이 조금씩 그 정도를 더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겁이 납니다.
어찌된 일인지 한 3년간 연락 한 통 없던 고향친구(동갑내기 사내녀석입니다).
갑자기 부지런히 연락을 가장한 수작질(...)을 해오더군요.
자기가 자리 예매를 할테니 뮤지컬 공연을 보자(제 출장 일정 때문에 못 만났네요),
와인을 보내고 싶다(부담이 클 것 같아서, 고맙지만 사양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밤새 함께 이야기라도 하고 싶다(그래. 넌 너희 집에서. 난 우리집에서.)
그렇게 한 달여가 흐른, 크리스마스 이브.
잔병치레하느라 컨디션이 최악인데다 연이은 야근으로 피로에 절어있던 제게
이 녀석이 메신저로 한 마디를 보내더군요.
"나 내년 2월에 결혼한다."
...어쩌라고?;
너 이늠시키. 축의금 안 줄까봐 갑자기 아는 척 한거냐. 그런거냐.
랄까, 너. 공연 관람은 애인이랑 가랬더니 애인 없다며 설레발치던 그 놈이 정녕 맞니.
어쨌거나 남동생처럼 여기던 녀석이기에,
(세상이 멸망해서 그 친구와 둘만 남아도 둘 사이에 로맨스는 없을거라 확신합니다;)
축하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아내 될 사람 속 썩이지 말고 철 좀 들어라.
그렇게 선선히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사람에게 실망을 한건지. 아님 외로운건지.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한없이 강 밑바닥에 가라앉은 돌맹이같아요.
모르긴 몰라도, 아무래도 녀석한테 '추월'당한게 내심 쇼크였던걸까요;
(놓친 버스가 아깝다. 뭐 그런게 아니라. 헉. 저 녀석도 가는데...같은 심정?)
세간에서 농담삼아 막장(...)이라는, 여중-여고-여대 생활을 거쳐서
운 좋게 졸업후 전공 관련 분야에 취직해서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커피는 여직원이 타야 맛'이라며 트림하고 이 쑤시는 386 아저씨들 외엔
연배가 비슷한 후배도 동료도 거의 없는 그런 사무실.
(임직원은 4000명이라도, 정작 사무실에서 하루에 얼굴 마주대하는 사람은 너댓명.)
꾸준히 공부도 하고, 새로운 자격도 따고, 저축이며 적금이며.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했는데,
요즘들어 자꾸만 자기 자신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지네요.
중학 시절, 남몰래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친구로부터 "걔는 너 별로래."라는 말을 전해듣고
혼자 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부모님 몰래 울었던 이후로
태어난지 서른해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짝사랑이 아닌, '연애'를 못 해봤더군요.
하긴. 어쩔 수 없지요.
인사치레로라도 다른 세상 여인들처럼 예쁘고 귀여운 외모는 아니고.
하다못해 자신감이 넘치거나 꼼꼼하고 나긋나긋한 성격도 아니고.
누구도 군소리 못할 만한 머리나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끈기있게 노력하는 성품도 모자라기만 하고.
스스로가 너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보니.
남을 사랑할 여유도, 사랑받으려는 노력도 갖지 못했을테니까요.
단지, 연애를 못해서 삶에 윤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떠나서
지금은 오랜 시간 동안, 저를 좋아해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보다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만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게 가장 후회스럽고 슬픕니다.
농담삼아, 소개시켜줄 사람 안 데려오느냐며 눈치를 살피시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두 분이 주신 삶을, 오래토록 물 주는걸 잊어버린 화분처럼 버석버석하게 말려버린 스스로가
면목이 없고 죄송하기도 하고요.
자기 자신을 자꾸만 부정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게 더욱 힘들고
결국 마음이 비뚤어져 가는게 더욱 속상하네요.
...에효. 써놓고 보니 이 무슨 궁상스런 넋두리람;
이만 퇴근하렵니다.
톡커님들도 추운 겨울,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