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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약을 먹을까해요.

진작에 그... |2003.08.11 02:54
조회 637 |추천 0

이젠 약을 먹을까 해요. 진작에 그랬어야 했는데 콘돔이라는거 하나 믿고 피임약을 안먹었거든여

 

그런데 이번에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콘돔이 하다가 빠져버린거있죠.

 

그래서 남친에게 가서 약을 사오라고 했더니 한다고 무조건 되는거는 아니라고 그냥 자버리더라구요

 

울집에서는 약국도 무지 멀어서 가기도 힘든데 저두 그냥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맘 먹기로 했죠

 

그런데 아이가 생겼어요.

 

자신 스스로 생기고 싶어서 생긴게 아닌데 우리 죈데 그 짐은 아이가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처음 임신임을 확인했을때 펑펑울었어요.

 

그날 울면서 전화했더니 남친이 금방달려와 주더군요.

 

그래서 남친 안고 또 펑펑울었어요.

 

불쌍한 우리아기 예전에 낙태비디오를 봤는데 기계에서 도망치려고 그 좁은 뱃속에서 발부둥 치는 모습이 생각나더군요.

 

오빠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병원가자는 말은 안하더군요.

 

그래서 조금 희망을 가졌어요. 혹시 결혼하자고 하지 않을까 하는....

 

임신했다는 생각때문인지 얼마가 지나자 속도 않좋고 자주 배가 고프고 예민해 지더군요. 뚜렸하게 뭐가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뭐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먹어도 속이 안좋고 계속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고....조금만 움직여도 잠오고...

 

오빠는 그때마다 달려와 이것저것 사주고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갔어요.

 

기대는 더 해져만갔는데.... 내가 너무 별나게 굴어서일까요. 원하던 순대를 먹었는데 그게 체했는지 속이 또 안좋더군요. 그래서 오빠에게 어리광을 부렸죠.

 

그랬더니 오빠가 곧 편하게 해주겠다고. 병원가자고 하더군요.

 

덜컥 후회했어요. 내가 조금만 참을껄 하고... 그럼 어쩜 좀더 우리 아이를 지킬 수 있었을지 않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정말 정말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아직 빚도 좀 남아 있고 오빠도 그렇고...지금 안정된 삶도 버리기가 쉽지 않고... 여러가지 궁리를 해봤어여. 요즘 미혼모에 집이라는것도 있잖아요. 이번 12월달까지만 돈 벌면 빚도 다 청산되고 하니까 그때까지만 버티면....

 

하지만 집안 내력인지 저희 어머니는 저 하나 낳는것도 아주 힘겨워하셨고 입덧도 아주 심하셨다고 해요. 저도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이런데 나중에 얼마나 더 심해질까 걱정도 되고 직장도 어디가서 이런데 구할까 싶기도 하고 우선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엇보다 컸고...(저희 오빠는 결코 낳을 수 없다고 하니)

 

결국 휴가때 오빠와 함께 병원을 갔어요.

 

수술이 끝나고 나자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마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펑펑울었어요.

 

몸도 못가누면서 오빠를 몇대 때리기도 하고 불쌍한 우리아기는 얼마나 아팠을까 너무미안한맘도 들고

 

그냥 내가 도망가서 낳아야 했던게 아닐까 그랬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닮아서 얼마나 예뻤을까 이름도 지어놓았는데...

 

내 안에 있다는걸 느꼈었는데... 수술 후에는 임신했을때 느꼈던 모든것들이 한순간에 없어지는것 같더군요. 별루 입맛도 없고 잠도 잘 안오고 예전 그대로 예민하지도 않고.

 

그러니 더 아이에 자리가 큰것처럼 느껴져요.

 

꼭 낳고 싶었는데 울아기 그 머나먼길 가느라 얼마나 힘들까.         내가 같이 가주고 싶었는데

 

몸이 많이 쇠약했으면 아이와 함께 갈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너무 잘 먹어버린게 후회도 되고  웃기죠

 

그럴꺼면 낳지 하시겠죠. 그런데 있죠. 전 자신이 없었어요. 잘 키울 자신이 없더라구요. 차라리 같이 죽어서 우리아기 가는길 외롭지 않게 해주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 글을 남긴 분들 대부분이 그러신거겠죠. 잘 키울 자신이 없어 어쩔수 없이 낳을 수 없었던 거겠죠.

 

3년 후에 돈도 모으고 보란듯이 집도 장만해서 오빠랑 결혼 하기로 했어요(이루어 질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절약하고 약도 잘먹고 해서 다음에는 꼭 태어날 수 있는 우리아기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 축복속에 임신발표하고 생겨난것이 슬픔이 아닌 기쁨이 될수 있도록 노력할꺼에요.

 

더이상 불쌍한 우리아기 슬프지 않게요.

 

난 엄마도 아니지 자기 자식을 죽이는 부모란 없으니까.

 

하지만 널 싫어해서가 아니야.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해

 

너에겐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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