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가 가까워 질수록 내 마음의 두근거림과 설레임은 나를 떨리게 하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뭔가 기분좋은 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언니가 아끼는 치마를 몰래 입고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를 입었다.
마치 정말 아가씨가 된듯한 느낌...
그런 내 모습을 멀리서 보고 손을 흔드는 지후였다.
하지만...
지후 옆에 있는 또 다른 여자를 본 순간 반가움에 흔들던 내 작은손이 나도 모르게 그만 굳어버렸다.
너무나도 이뻤다.
너무나도 ....
나와는 정반대의 여자...가느다란 목선과 쇄골이 살짝 드러난 원피스...그 하늘거리는 치마아래 매끈하게 보이는 다리...간간히 꽃이 날리는 봄날의 어느날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것 같은 여자였다.
그런 내 모습을 장난을 치며 자연스럽게 머리에 손을 올리며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지후다.
" 뭘 그렇게 넋이 나가있냐?? 정신차려!!~~최송희...그나저나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늦어? "
" .........."
" 최송희...이쁘다...이 자식!! 너 오늘 소개팅 한다고 신경 많이 썼네..."
" 소...개...팅 ??? 누구랑....? "
" 너도 알지 3학년때 같은반도 했잖아..민우혁...아...온다..."
민우혁...
기억난다.
모범생 민우혁...
다정하게 옆에 있는 여자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지후다.
여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옆으로 넘겨주기도 하면서...다정한 모습이다.
하지만...난...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것만 같아...애써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우혁이가 쑥스러운듯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 늦어서 미안..."
손에든 작은 종이 가방이 우혁이 손에서 앙증맞게 달랑거리고 있었다.
" 송희야 안녕! 오랫만이다..."
"....응..."
고등학교는 다른학교로 진학하면서 졸업후에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우혁이다.
우혁이 오자 지후는 우혁이는 웃으면서 무슨 말을 하더니 여자와 함께 손을 흔들고는 멀어진다.
" 최송희!~ 우혁이랑 좋은 시간 보내라~ 우린 간다..."
붙잡고 싶었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지후의 손을 잡고 싶었다.
너무나도 화사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자리에 내가 있었으면...
그러면 내 손을 저렇게 다정하게 잡아주고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또 나를 보며 웃어줄텐데...
" 너...우니?? "
잠시 멍하게 지후를 바라보던 날 보며 우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아..아니...눈에 꽃가루가 들어갔나봐...괜찮아...오랫만이다.."
" 응...은근히...생각나더라...'
" 누..구? "
" 있어...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쑥스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손에 든 종이가방을 불쑥 내미는 우혁이다.
" 내가 좀 서툴러서...이거..지후가 여자들 이런거 좋아한다고 그래서..."
작은 종이가방엔 작은 케이스에 삔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맘에 들어? "
" 이쁘다...고마워! 난 아무것도 준비 한게 없는데..."
" 아...괜찮아..."
" 너....지후랑 많이 친해? "
" 당연하지...지후 멋진 녀석이잖아...은근히 욕심나는 친구야..."
" 옆에...있는...여자는? "
" 여자친구...이쁘지?? 두살 연상이야...지후 녀석 좀 대단한 구석이 있어..."
" 응...이쁘더라..."
" 영화볼래? "
" 어쩌지...나 지금...조금 머리가 아파서...다음에...봐도 되니? "
" 많이 아파? "
" 많이는 아니구...조금...어지러워~ 미안해..."
" 아니야....바래다 줄께..."
" 고마워..."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울적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벗꽃나무에서 떨어지는 그 잎새 하나하나가 내 눈물이 되어 처량하게 떨어지는듯 했다.
그렇게 혼자서 울적이며 집에 다다랐을때 전화가 왔다.
지후....
" 야...섭섭하게 뭘 그렇게 빨리 헤어졌냐?? "
" 아...미안...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 많이 아프냐? 아까는 괜찮아 보이던데..."
" 아니...괜찮아..."
" 얌마!!~ 우혁이 진짜 괜찮은 애야...잘 어울리던데..."
" ............"
" 우냐? 야...최송희!~ 너 무슨 안좋은일 있었어? "
" 아..니..."
" 수상해...너 머리 많이 안아프면 잠깐 보자..."
" 아니...나..."
" 얌마!~ 안나오면 내가 쳐들어간다...기달려...바로 갈께..."
정말 10분후에 녀석이 숨차는 모습으로 달려왔다.
뛰어온걸까...???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보였다.
" 달려왔어? "
" 야....너...무슨 일이냐?? 우혁이 말로는 기분도 별로 안좋아 보인다고 그러던데? 내가 뭐 실수했냐? "
" 아니야...그냥 좀..."
" 솔직히 말해...너...우혁이 별루냐? 그 자식 괜찮은 놈이야...내 둘도 없는 친구고..."
둘도 없는 친구...그렇구나...
" 아니야...그런거..."
나도 모르게 녀석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녀석의 이마를 스치고 갔다.
그런 내 모습을 조금은 의아스럽게 바라보더니 이내 웃고 마는 지후였다.
" 좋게 생각한다 ...야...우혁이 너 오랫동안 좋아했어..."
나두....너...좋아해...
" 얌마!!~ 또 혼자 생각한다..."
내 이마를 살짝 알밤을 쥐어박더니 이내 아플까봐...손으로 비벼주는 지후다.
" 야....그 선물 내가 골라준거야...그러니까 꼭 하고 다녀라~ "
문득 잊고 있었던 선물...
지후가 골라준 선물...이구나...
방에 들어와서 삔을 꼽고 한참동안이나 거울을 보았다.
우혁이에게 문자가 왔다.
( 자주 볼수 있을까? )
.....
(응 )
우혁이에게 미안하지만...우혁이를 만나는 동안 지후를 좀더 가까이 볼수 있을거란 내 욕심이었다.
미안해...내 욕심으로 너에게 보인 내 거짓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