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주부예요.
연애 할땐 울 신랑 옷도 꿰메 입고 다니고 단벌 신사에 ..유행 다지난 촌스런 옷에...
하여튼 겉 보기론 정말 가난한 집 자식인줄 알았어요.
사람들이 저보고 남자친구 옷좀 사입히라고 할 정도로...
(같이다니면 챙피하지 않냐는 소릴 들을정도였죠..)
근데 제눈에 안경이라고 그게 별루 챙피하거나 이상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5년 연애끝에 그 사람 성실함과 진실함에 반해 결혼을 결정했죠.
근데 이게 왠일입니까?
알고보니 시아버지는 서울대 출신 교수에 시어머니는 약사.. 인사드리러 찾아간 집은 의리의리...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저흰 결혼을 했고 시댁에서 예단도 안 받겠다 혼수도 싫다..해서 정말 숫가락도 안 해가고
가전제품 몇개와 침대만 달랑 해갖고 시집을 갔죠.
(집부터 에어컨 ..쇼파..정수기 등등 결혼비용 일체까지 다 시댁에서 해주셨죠.)
그러면서도 친정에 딸 주셔서 고맙다는 소리를 번번히 하시고 저한테도 지금까지 5년동안 혼수나 예단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않으시고 복덩이라고 칭찬만 해주신답니다.
주변 사람들을 저보고 복이 어디 붙었나 모르겠다고들 해요.
남편도 진실되고 성실하게 가정에 아주 충실한 남편역할을 잘 하구요...
근데 문제는 시댁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남편은 절약이 몸에 밴 사람입니다.
시어머니는 당근이구요.
다행히도 남편과 시어머니는 제가 돈 쓰는거에 대해선 오히려 아끼지 않고 팡팡 쓰게 해주시죠.
그치만 남편이랑 시어머니는 엄청 아끼는데 제가 어떻게 바지 하나 티 하나를 사겠습니까?
눈치보여서 못삽니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재테크에 달인이십니다.
시중 은행 금리부터 과세..등등 너무 잘 아시죠.
그래서 월급에서 적금과 보험으로 나가는 돈만 50%입니다.
그러니 생활은 맨날 쪼들리죠.
10년 만기 5년만기 등등 적금 통장은 많지만 저는 왠지 그 돈을 보고있으면 그림의 떡이란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만기가 되면 고스란히 다른 적금으로 연장해서 또 들어갈거니까요.
물론 나중에 노후에 좋겠죠.
하지만 지금 젊어서 인생도 중요한데 좀 숨이 막히네요.
맨날 머리속으로 돈 계산만 합니다.
친정에 용돈이라도 드릴라치면 여기저기 통장을 뒤져보고 만기에 묶여있는 통장은 손도 못대니....
남들은 저보고 부잣집 며느리라고 좋겠다고들 합니다.
그치만 정말 제 맘대로 옷도 못사입고.. 친정에 용돈도 못드리고....
시어머니는 저희 생활이 팍팍하겠다며 가끔 저를 백화점에 데려가 옷을 사주십니다.
아주 비싼 옷으로요...
근데 그 옷은 제 취향이 아니라 시어머니 취향이죠.
전 아직은 청바지에 티가 좋아요.
근데 어머니는 공주풍으로 얌전한 며느리 모습으로 꾸미시죠..
그냥 몇십만원 하는 옷 안 사주셔도 되니까 그거 돈으로 주심 제가 입고 싶은 옷 살텐데..
딸이 없는 시어머니가 며느리 옷 골라주는 재미로 저를 백화점 데리고 다니시는걸 잘 알기에
안산다고도 못하고 맨날 그러고 삽니다.
호강에 겨운 투정이라고 하실런지도 모르겠지만 이 저녁에도 어디 돈 나올 구멍 없나 통장 찾고 있는 제가 좀 측은하네요...
아!! 추석땐 친구들도 만나야 하는데....정말 여윳돈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