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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한 섹시함` 성공적 변신 이효리

하늘별빛 |2003.09.09 10:18
조회 2,673 |추천 0
`소탈한 섹시함` 성공적 변신 이효리 [문화일보 2003-09-08 11:03:00]
요즘 가장 뜨는 팝아이콘의 하나가 이효리(사진)다. ‘10분안에 애인있는 남자를 내 남자로 만들겠다’는 유혹적인 노랫말, 과감한 의상과 춤으로 화제가 된 솔로데뷔곡 ‘텐미니츠’가 빅히트 했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는 ‘효리 따라하기’ 열풍이 거세다. 효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흉내내 효리처럼 되고픈 ‘워너비 효리 신드롬’이다.‘이효리특수’를 노린 스포츠지들은 거의 단 하루도 이효리기사를 올리지 않는 날이 없다. 한 자료에 의하면 스포츠지들은 최근 한달새 30~60건의 이효리 기사를 실었다(이쯤되면 진짜 대중이 효리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스타만들기에 혈안이 된 연예저널들 이 의도적으로 구애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아무튼 이효리는 ‘텐미니츠’를 통해 소녀그룹출신의 순발력있 는 MC라는 타이틀외에 솔로가수로도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한 듯 하다. 효리의 성공은 어차피 수명에 한계가 있는 10대 보이·걸 밴드 출신 스타들이 어떻게 유통기한을 늘려가는지에 대한 흥미 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효리의 매력은 ‘털털한 섹시함’이다. 그러나 그 ‘털털한 섹시함’은 결코 우연이나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고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을 통해 효용을 늘려가야 하는 문화상품의 치밀한 전략의 산물이다. 가령 핑클의 멤버로 활동할 때, 멤버중 가장 나이가 많 고 유혹적인 눈웃음으로 섹스어필했던 효리에게 맡겨진 역할은 오히려 중성적인 것이었다(소녀애적 팬터지의 대상으로 청순가련한 ‘핑클’에서 효리의 관능미는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므로). 핑 클이 소녀밴드의 틀을 벗고 변신을 모색하던 첫곡 ‘나우’의 뮤직비디오에서도 효리는 권투하는 강한 여자로 나왔다.

소녀밴드의 틀을 벗으면서도 가장 섹시한 역할은 효리보다 다른 멤버들에게 주어졌다. 이후 팀활동을 접고 MC로 활동하면서도 이효리의 역할은 늘 털털하고 중성적인 쪽이었다. 심지어 여성 연 예인들이 몸매를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수영장 오락프로에서도 이효리는 수영복 위에 꼭 뭔가를 걸쳤다. 효리의 타고난 털털한 성격탓도 있겠지만 이런 중성화 전략은 청순가련 소녀그룹 출신들 에게 자동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여성들의 반감을 희석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효리의 섹슈얼리티는 사실 가장 섹시해보이는데 섹시하지 않음을 가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섹시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조율된 것이다. 그런 숨김과 감춤과 지연의 과정을 통해 효리의 섹슈얼리티는 더욱 극적으로 포장됐다. 그녀의 섹슈얼리티는 여성팬들의 반감을 희석시키고 남성팬들의 한없는 갈망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장기 전략으로 제조돼온 것이다.그러나 효리의 섹슈얼리티는 결코 새로운 섹슈얼리티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 몸도 이 정도는 된다’며 서구적 몸에 대한 민족 적 콤플렉스를 단박에 날려버리는 전지현의 몸(전지현의 몸은 그래서 여성들에게 질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과 효리의 몸은 다 르다. 똑같이 ‘남자를 가지고 놀지만’ 성역할을 전복시켜내는 ‘엽기녀’ 전지현의 섹슈얼리티와, 애인있는 남자를 그 애인이 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치는 10분 동안에 내 성적 매력으로 빼 앗아 버리겠다(‘텐미니츠’)는 효리의 섹슈얼리티는 다르다.

효리의 섹슈얼리티는 철저히 남자들을 향하거나 위한 것이고, 남자의 대상이 되기 위해 다른 여자들과 경쟁하는, 성종속적인 것 이다. 그의 섹슈얼리티는 최근 젊은 여성스타들이 보여주고 있는 자기만족적이고 주체적이며 전복적인 섹슈얼리티에서 훨씬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양성희기자 co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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