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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만원 버스에서 눈물 흘려보셨나요.

기도 |2008.03.13 12:34
조회 784 |추천 0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28살 학생이에요.

 

분당에서 대학로까지 통학하고 있죠.

 

나이가 점점 먹어갈수록 감정은 메말라가고 무덤덤해지는 것일까요.

 

울어본 적이 참 없는 거 같습니다.

 

"남자는 태어나서 태어났을 때, 포경수술할 때,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말곤 울면 안된다"

 

라고 듣고 자란 대한민국 남성인지라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제 새벽에 전화로 이별을 통보받았습니다.

 

2008년 연초에 여러모로 힘들어서 2년을 사랑했던 분과 헤어졌다가

 

그분이 제 옆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을 다시 깨닫고 손을 내밀었지요.

 

그렇게 2달이 지났습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얼굴만 보면, 목소리 한 번만 들어도 모든 것이 눈 녹듯이 사그라드는

 

저에게 정말 고맙고 아껴주고 싶고 보고싶은 분이었죠.

 

그렇지만 그건 저에게만 그런 것이었나 봅니다.

 

그분이 낮에 전화통화에서 꿈얘기를 했어요. 꿈자리가 뒤숭숭하다고...

 

내용은 말 하지 않고서 그냥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통화를 하면서 또 티격태격했었죠. 어제는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랬나봅니다.

 

서로 고치려고 했던 것들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부터, 평소에 섭섭한 것들

 

경제적인 문제, 미래에 대한 문제들까지...

 

무엇하나 떳떳할 수 없는 학생인지라 그간 마음으로야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로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서 해야 될 일을 하기로

 

진로변경한 것도 그분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었습니다.

 

청혼까지는 아니였지만, 결혼에 대한 피상적인 얘기들은 평소에 했었구요.

 

어제는 달랐습니다.

 

피곤과 다툼에 지친듯한 그분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멀게 들렸습니다.

 

긴 푸념과 현재 우리의 상태와 미래를 얘기한 후, "우리 서로 없어도 힘들까?"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말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게, 행동을 통해 말이 생기기도 하지만

 

말을 통해서 행동이 이루어지기도 하니까요.

 

조금씩 불안이 마음 한 구석에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열한시가 지나고 열두시가 지나고

 

얘기들을 종합하고 헤어지자고 하시더군요.

 

누가 헤어지자고 얘기하고 누가 버림받고는 선후관계일뿐 상관없었습니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도 웃기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그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했죠.

 

그렇게 한시가 넘어갈 무렵 결국은 헤어지기 전의 상투적인 얘기들을 나누고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후회하지 않을까? 전화번호 안바꿨으면 좋겠어. 그냥 편히 볼 수 있을 때까지..."

이기적이거나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분 또한

 

이기적인 생각에서라기보다 그만큼 같이 지내온 시간들이 많아서

 

당신도 저도 벗어날 수 없었던 거죠.

 

그렇게 모질게도 "다음생에 태어나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로 다시 만나자"라고

 

이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둘다 서로의 일과에 지쳐있었기에 새벽에 서로 가슴에 대못을 박은 채로

 

잠들었습니다.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이런 저런 준비들을 하고

 

항상 타는 종로행 버스를 탔습니다.

 

분당 시내를 거치며

 

그분 집으로 가는 버스번호가 눈에 띄고

그분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거리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혹시나 들킬까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감아서 감추어질 양이었으면 괜찮았겠죠.

 

흐르는 눈물, 콧물로 훌쩍이기 시작하니

 

좌석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서서 가시던 분들이 이리저리 보시더군요.

 

옆에 앉으신 여자분은 제맘도 모르고 머리로 제 어깰 툭툭 치시구요.

 

그렇게 판교를 지나고 서초나들목까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눈을 감은 채로 고개만 떨구고 있었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다 큰 총각이 눈물 흘린다고 흉봐도

 

그렇게라도 그분을 지워내지 못하면

 

지금까지 같이 한 2년을 웃으며 추억할 수 없을테니까요.

 

흔히 심장을 Heart라고 하죠.

 

오늘 왜 사랑이 Heart표인지 알았습니다.

 

왼쪽 가슴 언저리가 시리고 저며내듯이 아프더군요.

 

Heartbreaker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난 후,

 

사실 무덤덤하게도 한남대교부터 명동까지는

 

눈물대신 침 흘리며 졸았습니다.

 

"보고싶겠죠, 힘들겠죠... 하지만 살 순 있겠죠."

 

다시 제 삶을 살기 위해선 힘들어도 이겨내야 되겠죠.

 

가끔 보이는 추억들을 보고 눈물도 다시 짓겠죠.


상투적인 얘기지만 정말

 

그분이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그분 어머님 명의로 된 커플폰 어떻게 처리해야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커플요즘제 해지할 때도

 

평소에는 상담원들께서 관계를 물어보시면 "장모님입니다."라고 했는데

 

오늘은 차마 그말이 안떨어지더군요. 이모라고 했습니다.

 

점점 말도 길어지고 글 쓰면서 더욱 곰씹게 되네요.

 

이만 할렵니다.

 

 

참, 그리고 꿈에 목이 떨어지는 꿈을 꾸면

 

주위의 지인이나 가족과 이별하는 꿈이라네요.

 

이별의 언저리에 했던 말이 생각나서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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