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 오래된 문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절벽 위의 집이 나타났다. 나무에 에워
싸인 돌탑이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어머나!"
집을 발견하자마자 커버넌트 부인이 탄성을 질렀다. 커버넌트
씨는 운전을 하며 웃기만 했다. 철책 대문을 지나 정원에 차를
주차했다.
커버넌트 부인이 차에서 내렸다.높은 구두를 신은 그녀는 또
각또각 소리를 내며 자갈길을 걸었다. 마치 자기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 사람처럼 눈을 깜빡였다.
집은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기에는 짠 바다
냄새가 진하게 섞여 있었다. 집은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에 둘러
싸여 있었고 가까이로는 정원의 나무들이 집을 에워쌋다. 멀리
절벽 밑으로 집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 킬모어 코브 만(灣)이 얼
핏 보였다.
커버넌트 부인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원에 서 있을 때 어떤
노인이 그녀 곁으로 왔다. 주름이 선명하게 진 얼굴에 흰 수염을
정성 들여 다듬은 노인이었다. 그의 눈은 불안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그가 갑자기 자기소개를 해서 부인은 깜짝 놀랐다.
"저는 네스터입니다. 빌라 아르고의 정원사입니다."
그러니까 이 집의 이름이 빌라 아르고구나. 커버넌트 부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과 다리를 절룩이는 정원사를 따
라 바다 쪽으로 난 현관으로 갔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 맞죠?"
커버넌트 부인은 정말 빌라 아르고가 존재하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벽을 만져 보며 물었다. 남편이 그녀의 손을 잡고 조그맣
게 속삭였다.
"물론이에요."
빌라 아르고의 내부는 바깥보다 더 놀라왔다. 미궁 같은 작은
방들은 세계 구석구석에서 구해 온 것 같은 가구와 장식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그 어떤 가구도 원래 있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커버넌
트 부인이 이런 생각을 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고 말해 줘요."
그녀가 남편에게 조그맣게 말했다. 남편은 그녀의 손을 힘껏
잡기만 했다. 그러니까 꿈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말 그 집을 산
것이다.
커버넌트 부인은 천장과 벽이 돌로 된 우아한 작은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아주 오래된 방 같았다. 작은 아치문을 통해 그 안
으로 들어갔다. 방 안, 동쪽 벽에는 검은 나무로 만든 또 다른출
입문이 나 있었다.
"이 방은 가장 오래된 방 중의 하나입니다."
정원사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중세 시대의 탑이 아직도 여기 있으니, 이 응접실은 천 년도
넘게 이곳에 있는 거지요.옛 주인이셨던 율리시스 무어 씨는 이
방을 거의 개조하지 않고, 통풍구들만 막았습니다. 아, 물론 전
깃줄이 통과할 수 있는 틈은 남겨 두었지요."
네스터가 천장 한가운데에 달려 있는 샹들리에를 가리켰다.
"제이슨이 좋아하겠는걸."
커버넌트 씨가 말했다.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녀 분이 둘이시죠?"
정원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열한 살짜리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지요." 부인
이 자동적으로 덧붙였다. " 쌍둥이예요."
"똑똑하고 명랑하고 활기에 넘칠 것 같군요. 세상과 단절된 곳
에서 초고속 인터넷 없이 자라게 된 걸 기뻐할 겁니다."
커버넌트 부인이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럴 것 같아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이슨은 어쩌면 귀
엽이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그래요, 둘 다 아주 독립심
이 강해요."
컴퓨터에 달라붙어 있는 제이슨이 잠시 눈앞에 나타났다. 그
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초고속 인터넷 없이 이런 집에서 사는 것도 좋아할 거라고 생
각해요."
"됐습니다, 됐어요. 안주인의 마음에 들었다면 우리의 계약이
성사도니 거나 다름없지요."
정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커버넌트 씨는 전 주인이었던 율리시스 무어 씨가 이 집이 적
어도 아이 둘 정도는 딸린 젊은 부부가 살 수 있는 집이 되길 바
랐다고 커버넌트 부인에게 말해 주었다.
"그분은 집이 항상 활력에 넘치길 바라셨지요. 아이들이 없는
집은 죽은 집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셨어요."
정원사가 돌의 방 밖으로 그들을 안내하면서 말했다.
"맞는 말이에요."
커버넌트 부인이 동의했다. 밖으로 나가기 바로 전 그녀는 동
쪽 벽에 난 나무 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문의 여
러 부분이 불에 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타지 않고 남은 부분은
깊게 파인 자국과 긁힌 자국으로 뒤덮인 것을 발견했다.
"저 문은 대체 왜 저런 거죠?"
네스터가 걸음을 멈추고 문을 보더니 몸을 떨었다.
"오, 죄송합니다.저 문은 보시지 않은 걸로 생각하세요. 저 문
열쇠를 잃어버린 뒤로, 문을 열어 보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
거든요. 저 네 개의 구멍 보이십니까? 율리시스 무어 씨는 저게
열쇠 구멍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문을 열어 보
려고 했지만......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 문이 어디로 이어지는데요?"
정원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알겠습니까? 예전에는 오래된 수조로 이어졌다고 해요.
아마 지금은 수조 같은 건 있지도 않을 겁니다."
커버넌트 부인이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있는 거무스름한 문을
만져 보았다. 갑자기 몸이 떨릴 정도로 걱정이 밀려왔다.
"이 앞에 뭘 갖다 놓아야겠어요. 아이들이 이 문을 열어 볼 생
각을 하지 못하게요."
그녀는 남편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리를 절며 밖으로 나가면서 정원사가 중얼거렸다.
"가장 좋은 것은 자녀 분들이 저 문을 열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게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