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를 국정 지표의 하나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한국 사회는 커다란 시험대를 맞고 있다. 지금 나라를 휩쓸고 있는 ‘광우병 소’ 파동이 그것이다. 이 광우병 소 파동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응축시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2006년 3월 한·미 간에 합의된 수입 위생 조건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추가로 발견된 경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이번 협상에서는 오히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현재 광우병위험통제국으로 지정돼 있는 미국의 지위를 낮추지 않는 한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역 주권의 문제, 국민 건강 위협의 문제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졸속 협상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정한 시점을 계기로 그 비판이 도를 넘어 광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자료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학생들에게 알릴 각종 동영상, 노래 모음 CD를 뿌리기 시작하더니 급속도로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자 메시지 등이 퍼졌고, 인터넷에는 마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어린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많이 죽게 될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글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일부 연예인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학생들의 집회에 참석해 ‘학생들이 0교시 수업하느라 새벽에 일어나 미친 소 급식을 먹은 뒤 죽어 대운하에 뿌려지게 될 것이 염려된다’는 등의 선동적인 발언으로 어린 학생들을 더욱 자극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신경과학연구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이 인간 광우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아니라 아직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산발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 대한 것임에도 MBC는 그 논문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권위 있는 교수의 연구 결과 한국인들이 특별히 광우병에 걸릴 유전자 비율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취지로 방송했다. 이후 인터넷에 ‘국민 말살정책이 시작된다’ ‘뇌송송 구멍탁’ 등 자극적인 쓰레기 구호들이 급속도로 넘쳐 흘렀다.
과연 미국산 소가 광우병의 근원인가.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인간 광우병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207명 가운데 영국인이 16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미국인은 3명에 불과한데 그들 모두 영국에 장기 거주한 사람들이다. 소의 광우병 사례도 미국의 경우 1억마리의 소 가운데 3마리임에 비해 일본은 100만마리 가운데 30여마리라고 한다. 미국의 소 3마리 가운데 1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했고 2마리는 1997년 육골분 사료가 금지되기 전 태어난 경우라고 한다. 한마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이 과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국정의 중요한 문제일수록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으로는 다소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 사회에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토론이나 대화는 외면한 채 반미 의식에 사로잡혀 ‘미선·효순 사건’에서 본 것처럼 아직 판단이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까지도 선전 선동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고, 그러한 현상을 악용하려는 정치세력이나 집단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부와 국민이 함께 이를 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세력이 활개를 치는 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나 정책 및 선진 사회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