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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엄니 생신을 보내고...

장금이 |2003.10.06 17:43
조회 1,117 |추천 0

한 건 해치웠습니다.

10월 3일에 하루 땡겨서 시엄니 생신상 차려드렸습니다.

제가 나이야 좀 많지만(32), 솔직히 요즘 집에서 일 해보고 시집간 사람 어디있습니까?

그래도 이번은 첫 생신이니 한번 멋지게 차려 드리자 싶어 몇날 며칠을 고민끝에 저희 집에서 집들이겸

생신하기로 했습니다.

결혼 6개월째인데 아직 집안 어른들 정식으로 초대하지는 못했거든요.

그럴 사정이 있어서...

휴일이지만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씻고 친정에 가서 김치 담근거랑 감주한 것 들고, 다시 슈퍼에 가서

시장봐서(슈퍼만 3군데) 집에 와서 울신랑 아침 주고 설겆이 하고 이제부터 준비, 시작!

 

나의 오늘의 메뉴.

1. 탕수육 (돼지고기, 오이, 당근, 목이버섯)

2. 해파리 냉채 (해파리, 맛살, 오이, 당근, 계란 지단)

3. 맛살꼬치 (맛살, 햄, 표고버섯, 오이, 당근)

4. 잡채 (당면, 당근, 오뎅, 돼지고기, 시금치, 계란지단, 표고버섯, 맛살, 양파)

5. 새송이 버섯전 (새송이, 계란)

6. 동태전 (동태)

7. 낚지볶음 (낚지, 당근, 풋고추)

재료준비 까지만 했는데 오후 1시 반.

 

울신랑은 계속 리모콘 돌리다가 내 잔소리에 도서관에 놀러가 버리고.

점심때 들어와서는 다시 리모콘 들고 있다가 다시 나가고,

저혼자 좁은 부엌에서 지지고 볶고 튀기고 난리가 났습니다.

 

오후 5시 땡 함과 동시에 준비는 끝.

대충 청소하고 울동서 안오나 기다리는데,

전화벨 소리.

울동서다. "형님, 미역국이 아직 푹 안 고아져서요. 2시간이나 달였는데... 좀 있다 애 아빠 오면 들고 갈게요." 

 

다시 혼자서 김치 썰고, 전이랑 잡채랑 이제껏 했는것 접시에 담아 두었다.  5시 반에 울 신랑 왔다.

어른들은 6시에 오기로 했는데 6시가 되어도 울 동서랑 서방님은 감감 무소식.

쇼파를 들어 내어야 하는데...

6시가 넘자 살살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6시 20분에 동서 집에 전화하니까 서방님이 받는다.

'저 이제 왔거든요. 지금 올라 갈께요.'

6시 30분에 미역국 한 솥이랑 어제 재워둔 불고기 들고 왔다.

 

그동안 난 울신랑과 한바탕했다.

내가 자꾸 짜증을 내니까 울신랑도 괜히 생신상 차린다고 해서 이 난리라고...

그래도 자기 엄마 땜시 마누라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무지 섭섭하다.

 

쇼파 치우고 상차리고 하니까 드디어 울시부모님과 형님네(누나, 자형, 애들 3) 오신다.

형님은 지난번에도 빈손이더만 오늘도 여전히 빈손이다.

지난번에는 밤이 늦어서라지만 오늘은...

조금있다 숙부님이랑 숙모님도 오셨다. 커다란 휴지 사들고... (호호호)

 

시엄니랑 형님은 인사치레로 한마디 하고는 거실에 앉더니만 뭐 해놓고 불렀나 살피기 시작한다.

반면, 울 숙모님은 부엌에 오셔서 이것저것 날라다 주시고 밥도 퍼 주시고 하신다.

부엌에서 듣자하닌 울 숙부님이 우리 질부 음식도 잘한다면서 울시누에게 너는 이런거 못하지 하니까

울시모 짜증나는 목소리로 '요리학원에 다녔나 보지요.' 이런다.

난 요리학원 안다녔어도 잘 하는데...

 

난 아침에 친정에 가서 죽끊여 놓은 것 좀 먹고 점심도 걸렀는데, 저녁도 제대로 못 먹었다.

솔직히 먹을 정신이 전혀 없었다.

울형님 애 3명에, 울동서 돌 안된 아들까지. 정말 정신이 없었다.

 

대충 먹고, 차랑 과일이랑 내고, 설겆이 하고, 또 내 성격에 그 그릇 다 닦아 싱크대에 넣고

숟가락 삶고 닦아서 수저통에 넣고 하니까 9시 반쯤.

 

아버님은 먼저 가시고, 시할머님도 가시고, 자기네 식구들 끼리 앉아서 내 살림 해 온걸 가지고 얘기들을 나누신다. TV가 어떻니, 드럼세탁기가 더 불편하다니, 기타등등...

그러다 남자들 소주한잔 하자며 나가고

어머님 울 안방에 들어와 보시곤 왜 침대에 이불 안 펴 놓았냐고 뭐라신다.

그래서 그랬다. 지저분 하잖아요. 요렇게.

울시모네는 안방에 일년 열두달 이불 펴 놓는 집이다.

 

하루종일 서 있었더니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쉬고 싶더만 그래도 노래방 가자는 소리에 '아야 아야...' 하면서 일어났다.

12시 까지 노래방에서 놀다가

집에와서 다시 집 정리하고 씻고 나니까 새벽 1시 반.

피곤해 죽겠구만 울신랑 자꾸 못살게 군다.

엄살로 한번씩 '아, 아' 이러니까 발 좀 주물러 주더니만 그래 자란다.

 

이렇게 길고 긴 하루가 지나갔다.

울동서 한번 이렇게 해주면 해마다 이렇게 해야 된단다.

나, 절대 이번이 첨이자 마지막이라고 못 박았다.

 

아무리 경상도 사람들 무뚝뚝하다고 하지만,

흠 투성이 신랑에게 시집와서 그래도 할도리 해야 된다고

못하는 음식솜씨지만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차렸는데

생일케익이 없어서 좀 아쉽다면서 말하는 시누,

그런건 시누가 좀 사오면 안되나?

그러고 없는 돈에 이렇게 차렸으면 이제부터 우리는 손가락만 빨아야 되는데,

경비는 어떡하냐고 한번 물어보지도 않는다.

울 동서도 내가 다른 준비는 다 내가 할테니까 미역국만 좀 끊여 오라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내가 5시까지 오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6시 반이나 되어 오고...

울시모도 한번 수고했다는 인사치레 한번하고는 뭐 트집 잡을것 없나만 살피고..

정말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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