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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 창해낭구도(滄海浪鷗圖)

늘푸른세상 |2005.07.25 10:41
조회 53 |추천 0
한가로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가 망망대해의 신비와 외경감을 표현한 것이요, 는 시커먼 노도(怒濤)가 뿜어내는 낭화(浪華)의 격정(激情)을 묘사한 것이라면, 이 는 그윽한 바닷가에서 느끼는 한가로운 정취를 담은 것이다. 오른쪽에 유려한 행서로 써 놓은 제시(題詩)가 이 그림의 그러한 화의(畵意)를 알려준다.
가고 오는 그윽한 모래톱 한가롭기 그지 없네
어느 명가(名家)의 소품(小品) 시(詩)인 듯 한데, 바다가 보여주는 많은 표정과 정서 중에서도 그윽하고 한가로운 정취를 그림 같은 시각적 언어로 뛰어나게 형상화하였다.
그러나 단원의 회화적(繪畵的) 해석도 갑을(甲乙)을 겨룰만 하다. 단원은 시인이 읊은 모래톱에서 과감히 바다 속으로 들어가 시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 출렁이는 물결과 하얗게 부서지는 물꽃, 그리고 바다에 떠있는 검은 용암과 그 위를 넘나드는 바람 같은 물새들을 잡아내는 매우 적극적인 형상화를 시도하였다. 따라서 이 그림은 그윽한 모래톱에 비하면 물결 소리와 물새 소리로 다분히 번거롭고 시끄럽다. 그러나 바닷가의 이런 풍경은 기묘한 역설로 바닷가에서 느낄 수 있는 한가로운 정취를 더욱 낭만적으로 물씬 느끼게 한다. 출렁이는 물결이 없고 바람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물새가 없는 바다는 그윽하고 한가롭다기보다는 고적하고 쓸쓸하여 왠지 바다 같지 않은 것이다.
이 그림도 만년의 고삽(枯澁)한 초묵갈필(焦墨渴筆)을 사용하여 태호석 같은 바위를 간결하게 묘사한 다음 거의 동일반복에 가까운 신속한 골선으로 물결과 물꽃을 가볍게 쳐내고 맑은 청색을 풀어서 선염함으로써 습윤한 분위기를 바위와 대비시켰다. 그리고 흰색 호분을 과감하게 찍어 흰 갈매기를 강조함으로써 오른쪽의 제시(題詩)와 화면 균형을 맞추었다. 단원이 남긴 동일 화제(畵題)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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