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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뮤턴트 |2003.11.02 17:49
조회 762 |추천 0

몇 달을 편히 넘기지 못하고 다시 병원에 갔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몸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흡입기로 겨우 숨은 쉬고 있다.
이렇게 고생하는 나를 위해 얼마전 엄마가 약물을 달여 주셨다.
친구분 손주가 천식인데 그 물을 1년 넘게 먹고는 다 나았다는 것이다.
약도라지, 은행, 배, 대추, 생강.
물론 내 병은 단순한 천식이 아니지만 모두 기관지에 좋은 것이라 군말없이 가져왔다.
경동시장에서 재료를 사다 이틀을 달이셨다고 한다.
몸살까지 앓으시면서.
당신 힘있는 날까지 해 줄테니 힘들어도 꾸준히 먹으란다.
열흘을 기침 때문에 목도 아프고 갈증이 나서 열심히 먹었다.
마실 때마다 엄마의 정성을 생각하니 몸보다 마음이 뜨거워졌다.

칠십 넘은 노인,
두 다리는 인공 관절에 허리마저 수술 할수 없어 힘든 걸음이다.
집나간 아버지 때문에  홀로 넷을 키우시며 몸과 맘 성한 곳이 없다.
일찍 틀니 하시고 거리에 쓰러져 무릎을 다치시는 바람에 15시간의 수술과
몇차례의 생사를 오가며 병원 신세를 지셨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였던가.
그때 엄만 갑상선 암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계셨다.
언니, 오빠 모두 회사에 출근하고 나 밖에 면회 할 사람이 없었다.
가운을 입고 혼자 중환자실에 들어선 나는 떨렸다.
엄마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한참을 찾아야했다.
바로 옆에 있었던 엄마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했다.
무섭고 두려웠다.
차갑고 뻣뻣한 손과 발.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엄마, 엄마."
다행히 엄마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었는지 뭐라고 하신다.
물을 달라고 하시는거 같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된다기에 젖은 물수건으로 입을 적셔드리고 팔다리를 주물렀다.
코에 연결된 산소호흡기를 빼려고 하신다.
신음 소리가 너무 고통스러워 보인다.
혼자 안타까워 발을 동동이지만 아무런 도움을 줄수가 없다.
눈물을 훔치며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엄만 아버지 때문에 겪었던 세월의 고통도 모자라
당신 몸으로 더 큰 아픔을 담아내시며 살아오셨다.
우리 세대 많은 어머님이 그러셨겠지만
엄마의 그런 희생과 한없는 사랑으로 우린 행복했다.
아버지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우린 서로 아끼고 사랑했다.
이젠 편히 쉬셔야 하는데 아직 이 못난 막내가 말썽이다.

지난 설에 몇 달을 약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아 결국 입원을 하였다.
입맛은 없고 갑자기 엄마가 해준 김밥이 먹고 싶었다.
언니들은 사 먹으면 되지 왜 엄말 힘들게 하냐고 했지만
엄마표 김밥이 먹고 싶었다.  정말 먹고 싶었다.
엄만 당연히 김밥을 말고 내가 좋아하는 김치만두까지 해 오셨다.
외식을 좋아하지만 만두는 절대 사먹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맛이 없으니까.

 

요즘 도라지 물을 마시며 생각한다.
친정 엄마 없는 여자는 얼마나 서러울까.
늘 나의 친정을 부러워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힘들 때 갈곳 없던 그 친구 얼마나 외로웠을까.
내가 좀더 따뜻하게 해줄걸.
이제 나이 들어가는 걸까.

 

내가 미국가서 살겠다고 배낭하나 달랑메고 떠날 때,
통곡하시던 엄마.
결국 엄마의 눈물 때문에 좋은 기회 포기하고 돌아왔지만
후회는 없다.
그 멀리서 엄마의 사랑에 눈뜨게 되었으니까.
가끔은 먼 여행이 사람을 만드는가 보다.
그후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뒤늦게 철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보다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가지려 했다.
엄마가 더 늙기전에 외국여행을 해보고 싶어 언니들과 뉴질랜드로 모시기도 했다.
그런 것으로 엄마의 삶을 보상해 드릴수는 없겠지만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늘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만들어 주시는 엄마의 손은
도깨비 방망이.
뚝딱 뚝딱
멈추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엄마,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줄거지.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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