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친구야 이제 좋은곳으로 가렴...

이선화 |2008.05.17 12:19
조회 1,296 |추천 0

 

나는 아직도 4월 8일이라는 시간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모르는 번호라 일부러 받지 않았다...

나는 힘든 몸을 간신히 일으켜 식탁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환한 대낮... 술이 덜깬 몸으로 꾸역꾸역... 그래도 살겠다고 밥을 줏어먹고 있었다...

실연... 그 아픔을 못견디고 매일을 술로 살고 있었던 나였다...

문득 아까 내 잠을 깨운 핸드폰 번호가 생각이 났다...

그냥 무엇 때문이였는지 생각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사이로 들려오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

나는 '누구세요?' 라고 물었는데 그쪽에서 되려 '누구세요?' 라고 묻는것이다...

뭐지

그녀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차근차근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혹시 박세남씨 아세요?"

"아니오~ 전혀 모르는 분인데요~"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박세남씨 핸드폰에 이 전화번호가 찍혀 있어서 전화했어요~ 그런데 모르세요?"

잉? 이 무슨 뜬금 없는 소린가?

속으론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어떤 남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녀가 나로 착각을...하는것은 아닐까...

그녀는 점점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박세남씨 핸드폰에 마지막으로 찍힌 전화번호가 이 전화번호라구요~ 그런데 모르세요? 정말요? 정말 모르세요?"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마지막... 마지막이라는 단어...

왜일까? 그냥 섬뜩했다...

마지막...

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박세남 이라는 그분... 돌아가셨나요?"

"네~ 이미 고인이 된 사람 입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그만... 저는 박세남씨 동생이구요... 혹시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했는지 궁굼해서 고장난 핸드폰을 고쳐서 확인을 해봤더니 마지막 이 번호가 5개~7개 정도 찍혀져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정말 모르시나요?"

참 난감했다... 박세남이 누구지? 누구지?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한참을 생각한 끝에 나는 집이 어딘지를 물어봤다.

그녀는 부천이라고 대답을 했고 부천... 부천... 생각 나는 사람은 며칠전 볼일이 있었다며 10년만에 만나서 간단히 술한잔한 친구 태우가 문득 생각이 났다.

"혹시 태우 아시나요?"

그녀는 말했다.

"태우 오빠 친구신가요?"

"네~ 그런데요 태우도 태우도... 어떻게 된건가요? 그래요?"

"네... 3월 29일 새벽 양지터널을 지나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그래서 둘다 그자리에서... 즉사했구요..."

할말을 잃었다... 난 식탁에 앉아 숫가락을 든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굳어버렸다.

거실의 전자시계를 보니 오늘은 분명 4월8일인데... 3월29일이면... 태우와 처음 만났던 태우의 친구를 만났던 날이였다...

오히려 그녀는 담담했다.

"모르고 계셨나보네요... 저도 워낙 갑작스럽고 너무 억울한 사고라서... 처음엔 놀랐는데... 시간이 며칠 지나니까 덤덤해 지네요 괜찮으신가요? 많이 놀라셨죠?"

말은 괜찮다고 했으나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고 먹은 것을 다 토해버렸다...

머리가 깨질것 같이 아팠다.

3월29일... 아니 3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나는 친구와 함께 친구네 친척언니가 아기를 낳아서 수원에 갔었다... 아기를 보고 거기서 자고 오기가 마땅치 않아 새벽12시쯤 친구와 나는 원주로 다시 내려왔다...

고속도로에 막 오를 무렵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태우였다 항상 만나자 만나자 하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친구였다...

"나 지금 부천에서 출발해서 원주가는 길인데 시간되면 만나자 나 원주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 길인데..."

"혼자 가는거야?"

"아니 나 초등학교때 친구랑 같이 가고 있어~"

"응... 그래? 야~ 근데 너는 무슨 니 볼일 보러 가는데 친구는 뭐하러 데리고 가냐? 친구 귀찮게~"

"혼자 가기 심심하잖아~"

"그래? 그럼 나 단계택지 쪽으로 선미랑 갈테니까 거기서 만나자"

문막쯤 도착했을때 전화가 다시왔다.

"야 우리 볼일 다 봤어~ 언제오냐?"

"10분에서 15분쯤 걸릴것 같으니까 먼저 술집에 들어가 있어라~"

술집앞에 도착했다.

태우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선미와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살이 불어난 선미는 얼마전부터 누굴 만나기 꺼려했다.

그래도 오랜만인데 같이 만나자고 설득을 해봤지만 말을 듣지않아 끝내 선미를 보내고 나혼자 태우와 세남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얼굴이라 그냥 서로 반갑게 인사했고 처음만난 세남과도 금새 친해졌다.

태우는 선미가 오지 않은것에 실망하는것 같은 눈치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만나자하면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게 사람인데... 그냥 오늘 만나는게... 게다가 태우는 다음날이 휴무였지만 세남은 출근을 해야해서 새벽에 다시 부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생쑈를 했야만 했다.

"태우야 전화해서 나 술취해서 술집에서 잔다고 그래 그럼 올꺼야~"

결국 태우는 선미에게 전화를해서 내가 시키는대로 했다.

이제 곧 오겠지 생각했으나 선미는 끝내 10년지기 친구이자 남자친구를 올려보냈다... 그래서 난 선미 남자친구를 그냥 내려보냈다...

태우가 정말 섭섭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소주 두병을 먹고 한병 더 먹을까 말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세남은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술을 먹지 않았는데... 난 그게 맘에 걸렸다. 태우는 그냥 한병 더 먹자고 했고 술이 조금 오르자 나는 내 힘든 이야기들을 슬슬 늘어놓았다. 가게 오픈한지 한달도 안되서 가게는 정지당하고 그와 더불어 남자친구와 헤어지기까지... 나는 바보같이 쓸데없이 내 힘든 이야기들로만 그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것이다... 둘은 나를 위로해 주었고 나중에 더 좋은남자 나타날꺼라며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소주세병을 태우와 나눠먹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수퍼에 들어갔다. 술만 먹으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나는 그날도 수퍼에 들어가서 평소에 즐겨먹던 스크리오바를 집었는데 세남이 설레임을 집어들길래 그냥 설레임을 집어들었다. 그렇게 셋이서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아먹으며 우리집까지 왔다. 그게 마지막이였다...

따져보면 날 내려주고 한시간도 안되서 태우와 세남은 다른 세상으로 이제 볼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나는 종일 울었다.

나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태우가 하늘나라로 가버린 3월29일에도 만우절날 거짓말 글도 태우싸이에 남겼다...

난 그저 내가 술먹고 실수를 해서 삐쳤거니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선미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미야... 태우가 죽었대... 그날 나 만나고 가던날 교통사고로..."

평소에 답장도 잘 안보내고 핸드폰에 신경도 안쓰던 선미한테 금방 답장이 왔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이런걸로 장난치면 안돼지~!!"

ㅡㅡ;

나도 믿고싶지 않았는데... 믿고싶지 않았을것이다...

마지막에 만나지 못한것이 못내 미안해서 였을것이다...

나는 경황이 없어서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고 나는 세남의 동생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양지터널을 지나면 중앙분리대가 없고 잔디밭에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상대방 운전자는 잔뜩 술을 마신 만취의 운전자였고 건너편 이차선을 달리고 있었고 태우네 차량은 일차선을 달리고 있었는데 건너편 스타렉스 차량이 이차선에서 반대편 으로 잔디밭을 가로질러 넘어와 태우와 세남이 타고 있던 칼로스 차량을 쳐버렸는데 칼로스가 튕겨나가 떨어지고 한번 더 튕긴 스타렉스 차량이 칼로스를 위에서 눌러버렸다고 한다... 나중에 사진으로 확인 했지만 차량은 말할수 없을 정도로 휴지조각 마냥 이그러져 있었고 어느쪽이 운전석인지 조수석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진정되지가 않았다...

점점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밤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소주한병만 덜먹었어도... 아니 아예 나를 만나지 않고 그냥 갔더라면... 그렇게 쉽게... 어이없게... 억울하게... 죽지 않았을텐데...

안그래도 외아들이였던 태우였는데...

 

나는 평소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병원을 찾아가서 의사와 상담을 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졌다고...

왜 자기 잘못으로 끌어 안아버리냐고 선생님은 내 잘못이 아니니 끌어안은것을 내려 놓으라고 말씀하셨다.

 

며칠후 나는 태우가 원주에 있는 선산 할머니 산소옆에 뿌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태우어머니로 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저 눈물로 용서를 빌수 밖에 내가 할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는 그저 태우와 세남이가 강릉에 바람을 쐬러 갔다왔을것이라고 추측을 하고 계셨었다고 한다. 원주에 왔을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원주에 있는 그 많은 친구들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을 안했다고... 고등학교때 친구였던 태우...

다른 친구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의리빼면 시체였던 태우와는 만나지는 못했지만 연락은 하고 지냈었는데...

 

어제가 태우와 세남이의 49제였다...

둘다 더 좋은곳에서 편안히 쉬길... 간절히 바란다...

 

운전은 우선 내가 조심을해야 하지만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다.

상대편 운전자로 인해 내친구는 죽음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지만 상대적으로 상대편 운전자는 전치 8주가 나왔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고 어이없고 보기드문 사고라고 한다.

위에서 누르지만 않았어도...

 

    태우야~

    시간이 지나면 차차 잊혀지기 마련이겠지...

    그런게 사람 인생사니까...

 

    그치만 가끔  아주 가끔은 설레임을 먹으며 널 그리워 할게...

  

    그리고...

    나 이제 그만 미안해 할게...

    내 어깨의 무거운 짐 이제 내려 놓을게...

 

    잘가 사랑하는 친구야~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