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서희는 순간 몸이 굳어서 꼼짝도 할수없었다.
생쥐나 개구리가 뱀을 만나면 그자리에 얼어붙어서 꼼작도 할수없게 되는것은
뱀의 눈 때문이라고 한다.
화령사의 눈은 푸른빛을 띄면서 서희를 꿰뚫어 버릴듯 노려보았다.
서희는 몸을 투명하게 해서 안보이게 했지만 화령사는
"흥..그정도 잡술로 나를 현혹할려고 하느냐?"
하면서 소매에서 작은병을 꺼내서 백색가루를 공중에 흩뿌리자
금새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서희는 당황해하면서 황급히 안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안에서 잠궜다.
화령사는 현관에서 집안으로 뚜벅뚜벅 걸어와서 안방문앞에 섰다.
서희는 공포에 질려서 뒷걸음질치다가 벽에 다달아서 이제는 더이상갈곳이 없었다.
화령사가 장권으로 문을 치자 꽝~ 하면서 힘없이 문이 부서졌다.
화령사는 서희를 노려보면서 준엄한 목소리로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세상이 있거늘 어찌 너같은 요망한악귀가 세상을 혼란케하느냐?"
서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사람은 마땅히 벌을 받야할 사람입니다."
"그일도 인간이 하는것이지..왜 너가 나서느냐?"
"그러면 누가 한다는 말입니까?" 서희는 소리쳐서 물었다.
"세상의 모든일은 인과응보로 다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가는법인데
너가 그틀을 깨어버렸으니 너의 죄가 크다."
"가만 그말은 선영이가 염의원을 죽이도록 되어있는데 내가 중간에 나서서
그게 비틀어졌다는 말인가요?"
화령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일이 일어나면 선영이는 존속살인으로 해서 최고 사형까지 가는데...
아니 그 어린것을 그렇게 인생을 끝내야하나요?"
"그것도 그아이의 운명이지..."
서희는 화난듯이 큰소리로
"운명이고 나발이고 난 몰라.. 난 잘못한것 없어..
그리고 선영이는 내가 끝까지 지켜줄거야."
화령사는 고개를 젓으면서
"쯔쯧 아직까지 너의 죄를 모르겠느냐?
악인이든 선인이든 너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것은 인간과 천계사이의 법을
거스르는 행위라는걸.."
"천륜을 저버리는것은 인간과 천계의 법을 거스르는것보다 더 큰죄 아닌가?"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일..
다만 천계에서 내린 책무에 준하여 사천화령사 178대 방주로써
불로써 너를 소멸시켜 다시는 인간계를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하면서 화령사는 소매속에서 붉은 부적 두장을 꺼내서 서희가 있는 쪽으로
날리자 그 부적은 공중에서 화악하고 타오르더니
금새 2개의 붉은 불덩이로 변하고
그 불덩이가 다시 두마리의 붉은매가 되어서 캬아악~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서희에게 달려들었다.
서희는 옆으로 살짝 피했으나 여전히 공중에서 날개짓을 하면서 다시 달려들었다
붉은매가 닿은곳마다 불꽃이 일어서 방은 금새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서희는 황급히 앞으로 두손을 기도하듯이 모으고 기를 끌어모으다가
어느순간 두팔을 옆으로 쭉벌리면서 기합을 넣자
여기저기 활활타오르던 방안이 갑자기 얼음창고처럼 서리가 끼더니 마치 북극의
얼음판위처럼 방안전체가 얼어붙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집어삼킬듯 서희를 향해 날라오던 붉은매 2마리는
서희의 얼굴 바로앞에서 마치 얼음조각처럼
날개를 쫘악 벌린 상태로 그대로 얼어서 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제법이군..설보상설술을 다알다니.."
사명당을 사명대사 또는 설보화상이라고 불렀는데
일찌기 사명대사가 임진왜란후 일본으로 사절단으로 갔을때
왜왕이 사명대사를 해하기 위해서
사명대사를 방바닥이 철판으로 된 조그만 방에 모셨는데 사명대사는
" 아하, 이 놈들이 무슨 딴 흉계를 꾸미는 것이구나."
마음속으로만 짐작만하고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얼마 후 방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밖에서는 왜인들이
"이번에는 아무리 도가 높아도 견디지 못하겠지."하면서 지켜보고 있는데
사명대사는 품고 온 과일 세 개를 꺼내어 하나는 자리 밑에 깔고,
두개는 양손에 갈라 쥐고 서리 상(霜)자와 눈 설(雪)자를 사방에 써 붙이고
정신을 통일하여 불경을 외우면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 일본인들이 문을 열고 보니 사명대사는
수염에 고드름이 달린 채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방바닥도 싸늘하고..
사명대사는 놀라는 왜인들을 보고
" 너희 나라가 우리 나라보다 따뜻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난 밤 어찌 그리 추우냐? 사람 대접을 어찌 이렇게 하느냐?"
라고 일갈했다고한다.
이에 왜인들은 큰 스님의 도력에 다들 혀를 내두르고
적국의 스님이지만 크게 존경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일본에서는 사명당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까지 있다고 한다.
보통사람이라면 벌써 동사해서 죽는게 맞는말이나 역시 오랜수련으로
다져진 화령사는 머리에 내려앉은 눈을 툭툭털면서
"그러나 너의 재주도 거기까지다..."하면서 화령사는 소매를 걷자
팔에 얇은 새끼줄 하나가 화령사의 팔을 돌돌 감고 있었다.
화염사는 눈을 감고 기도하는듯 검지 중지를 붙여서 미간에 대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다가 갑자기 눈을 뜨면서
"멸(滅)을 명하노라...가라~"라고 말하면서 팔을 앞으로 쭉뻗자
팔에 감겨있던 새끼줄이 앞으로 슉슉 풀려나가더니 마치 고개를 들듯
허공에서 꿈틀꿈틀하더니 앞에서부터 머리가 생기고 몸통이 생기더니
한 2미터정도에 청색바탕에 울긋불긋한 붉은점이
기분나쁘게 박혀있는 아이몸통만한 뱀이 되더니
갑자기 샤악~ 하는 소리를 내면서 괴로운듯 몸통을 뒤틀면서 또아리질하더니
몸통을 뚫고 어른팔만한 다리가 수십개가 양쪽으로 생겨났다.
다리가 다 생겨나서 자리가 잡히자 뱀은 또아리질을 멈추고
붉은눈을 번듯이면서 서희를 노려보다가 샤악~ 하고 소리를 내면서 덤벼들었다.
서희는 옆벽을 차면서 공중에서 턴하면서 살짝 피했으나 뱀은 꼬리였던 부분이
머리로 순식간에 변하면서 아가리를 벌려서 보라색액체를 서희에게 분사했다.
서희는 깜짝놀라서 몸을 틀었지만 그액체가 약간 손에 묻자
갑자기 천근만근처럼 몸이 무거워지면서 공중에서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뱀은 바닥에 떨어진 서희를 돌돌 감더니 아가리를 벌려서 서희의 목을 물었다.
그리고 수십개의 다리는 서희의 몸을 꽈악 잡았다.
이뱀에게 물리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더불어 기가 빠져나가서
제대로 힘을 쓸수 없게 된다.
사실 이뱀은 화령사가 예전에 서울을 며칠 떠나있는 사이에 만들어냈는데
만드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먼저 오래된 공동묘지의 수맥을 잘살펴본다.
그러면 수맥이 흘러서 어느한곳에 모이는곳을 찾을수 있는데
이곳이 사혼수가 고이는 곳이다.
이곳에 한 사흘정도 새끼줄을 담가두면 약간 미끄덩미끄덩하는 액체가 새끼줄에
형성되는 데 이것이 사혼진액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결혼 즉 혼을 결합시키는 역할을 한다.마치 강력접착제처럼..
그다음에 지리산 뱀사골로 간다. 그곳에가면 사묘(蛇墓)라는 곳이 있는데
마치 코끼리가 죽을때가 되면 일정장소에서 죽는다는 코끼리무덤처럼
뱀들도 죽을때가 되면 여기 사묘에서 죽는다.
여기에 2~3일 새끼줄을 놓아두면 떠돌던 뱀의 영혼들이 새끼줄에 달라붙게 된다.
그 이후에 충북 청주에 지네장터라는곳이 있는데 그뒷산에 가면
돌기와골이라고 돌들이 마치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여기에 항아리를 묻고 그안에 닭피를 뿌리고 닭고기를 집어놓으면 다음날이면
돌지네로 가득차있다. 여기에 다시 새끼줄을 넣고 뚜껑을 닫아놓고 하루정도 지나서
가보면 돌지네의 다죽어서 새끼줄속으로 빨려들어가서 뱀과 한몸이 되어버린다.
그 이후에는 얼마간 길들이기만 하면 수족처럼 쓸수있게 된다.
서희의 얼굴은 고통으로 이그러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런 서희를 차가운 시선으로 한동안 보던 화령사는 뱀의 한쪽끝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서희는 처음에는 왜 끌려가면서 영문을 모르다가 마루에 와서야 자신을 결계밖으로
끌고 가서 자연적으로 태워서 없애려는 속셈이라는 걸 알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부질없는짓 하지말고 세상과 마지막 정리나 하거라."
서희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묶고 있는 지네다리를 끊고 겨우 한쪽팔을 빼낼수 있었다.
기가 거의 다 소진한 상태에 뱀의 독과 지네의 독이 동시에 들어가서 온몸이 부서지는듯한
고통속에서 강철보다 강한 지네다리를 끊었다는 사실에 화령사는 속으로
흠칫 놀라고 있었다.
서희는 풀려난 한쪽손을 허부적거리면 붙잡을만한것을 찾았지만 마땅히 잡히는것은 없었다.
서희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바닥을 손톱으로 꽉 찍었다.
그러나 화령사쪽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손톱에서 피가 나면서 마루에 긁힌자욱마다 피자욱을 길게 남겼다.
이제는 현관에 끌려와서 결계의 마지막까지 거의 왔다.
서희는 통곡하듯이 울면서 비명처럼 소리질렀다.
"고수야~ 고수야~ 나 죽기 싫어..나 살려줘...고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