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상담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럽고 힘든 부분까지 용기를내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부친이 의부인 경우, 드물게는 생부인 경우에도, 딸에게 성적인 학대나 성적 희롱, 성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의 세상에서는 가장 강한 힘을 갖고 절대권력을 갖고있는 아버지의 행위에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법만을 배우게 됩니다.
자신을 아버지로부터 지켜주지 못하고 모른 채로 지내거나, 심지어 알고도 모른 채 하는, 역시 이미 무기력함에 빠져있는 어머니에게도 똑같은 강한 분노와 증오를 갖게 됩니다.
결국, 이 세상에 있는 남성도 여성도 모두 믿을 수 없게 되며, 인간 자체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아이는 자라나게 됩니다.
남으로부터, 특히 부모님으로부터 소중히 취급받지 못하고, 짐짝처럼, 혹은 비뚤어진 성적인 욕구의 희생양으로, 또 때로는 화풀이 대상으로 취급받으며 자라난 아이는 제대로된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걸 잘했는지, 내가 어떤 걸 잘못했는지, 내가 뭘 해야하는지......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절로 습득된 별 것아닌 살아가는 평범한 기술들이, 성인이 된 후에 너무나 어렵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완전히 굳어지는 성격, 혹은 인격의 어느정도는 물론 본인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제가 나열한 그러한 점들에 있어서, 인격형성이나 인격성숙의 책임은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 전적으로 양육의 의무를 진 부모의 책임입니다.
나를 탓하지 못하고 자꾸 아버지 탓을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분명히 대부분은 아버지 탓이며, 그러한 행위를 막지 못한 어머니 탓이며, 전반적으로 충분하고 따뜻한 양육을 제공하지 못한 부모 공동의 책임입니다.
제대로 나를 탓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내 탓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애인 혹은 배우자에게, 일부러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할 자신의 치부를 자청해서 드러낸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자꾸만 성장과정에서 겪은 자신의 혼란스러운 행동들을, 자기 탓으로만 돌리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죄스러운 기분을 강박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성폭행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오직 하나입니다.
'네가 음란한 언행으로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지, 내가 자제력이 없는 인간이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님은 그러한 논리에 세뇌당한 것입니다.
이 한 번의 제 조언이 님에게 얼마나 이해될지, 얼마나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혼자서 모든 괴로움을 감당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전문가와 님의 아주 어릴적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는 괴로움들을 자세히 상담하고, 지금에와서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것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없애야 할지...... 도움을 받으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미진한게 있으시면 다시 상담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