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다가 시댁이랑 같이 살아서 좋은 점은 없는가 하는 글을 보고 생각나서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는 결혼해서 15년 동안 처음 2,3년과 돌아가시기전 7,8년을 시부모님 모시고 살았거든요. 중간에 아빠 직장때문에 분가해서도 생활비드리고 주말에는 할머니네 가고 그랬던것 같아요. 제가 7살되어서 우리집을 사게 되어서 다시 합친거구요.
저는 스물아홉살이고. 내년에 결혼할 계획인데 솔직히 모시고 살 자신이 점점 없어지고 그럴때마다 고부간의 사이가좋았던 할머니랑 엄마가 생각나요.
할머니 기본성격
할머니에 대해서는 저희 외가나 동네사람이나 누구라도 인정합니다. 그런 분이 세상에 어디있냐고. 성녀라고 할정도로요. 기본적으로 유쾌한 성격에 다른 사람 기 잘 살려주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분이어서 엄마가 시집와서 "어머니 며느리한테 말놓으시지 올려주고 그러세요?" 했더니 "이쁜사람한테 어찌 그러요" 하실정도구요. 살아있는 모든것을 다 귀하게 생각하셨어요. 집안과 밖에서의 행동도 같구요. 겉치레하느라고 밖에서는 잘해주면서 안에서는 전혀 다른 행동하시는분은 절대 아니셨어요.
그래도 시짜.
그래도 시짜는 시짜일때가 있었던것 같아요. 아빠의 누님인 고모와 트러블이 생기면 무조건 고모편이구요. 평소에는 연세가 높으셔서 귀가 잘 안들리다가도 고모에 대해 싫은소리가 좀 나오면 어느결에 오셔서 화내시기도 하구요. 그땐 정말 무섭더라구요.
고모도 나름 괜찮은 시누이기는 했지만요. 시짜는 시짜더라구요. 할머니가 큰수술받으실때나 여러 병원비 많이 들고 할때는 모른척 하구요. 아예 우리가 바라지도 않았죠. 출가외인이라구요.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렇게 정갈하시던 분이 대소변을 잘 못가리고 몸이 퉁퉁 붓고 기운도 없고 잘 드시지도 못했었는데 이상하게도 돼지고기를 요리 해놓으면 너무 잘드시는거에요. 예전에도 그렇고 할머니가 돼지고기를 잘드셨거든요. 아프시고도 그래도 돼지고기 잘드시니까 자주 해드렸어요. 근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모랑 무슨 이야기 끝에 할머니가 돼지고기를 좋아했다고 하니까 고모가 "아니다. 그건 니들이 모른다. 할머니는 쇠고기 좋아했어. 니들이 모른다야" 그러는 거에요. 그걸 잘아시는분이 쇠고기는 커녕 돼지고기도 한번 사온적이 없어요. 그래도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혼자계시니까 뭔가 느낀게 있는지 토요일 점심마다 닭한마리씩 사와서 백숙해드리고(할아버지가 유일하게 닭고기만드심) 그렇긴 했지만 그래도.... 시짜노릇을 하긴하는구나.
나름 사이가 좋은것도 엄마가 많이 희생해서 베풀어주니까 가능했구나 싶구요.
그러나...
그래도 시어머니고 트러블이 없었다고 볼수는 없지만 우리집은 괜찮은 분위기였어요. 효부상인가 뭔가도 받구요. 저희집이 시골인데 .. 군에서 효부상 주려고 했는데 무슨일로 주소를 시로 옮기는 바람에 못받는 일도 있구요.
그리고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살아도 두달에 한번은 친정가서 자고 오고요. 할머니 할아버지만 집에 계시고요. 저희집에 외삼촌 이모 자주와도 눈치 절대 안주시고요. (이건다 인정) 워낙 사람 좋아하시는 분이니까요. 외식도 자주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도 가고 우리끼리만도 가구요. 우리만 가도 눈치 안주시고.
엄마가 시집올때 친정떠나오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나중에 시집와서는 그게 좀 웃긴 기억이 되어버렸대요. 엄마가 친정가고 싶으면 가고싶은대로 가고 그랬는데 시집온날 그랬던데 웃기게 되버렸다고요.
맞벌이한 엄마를 위해 할머니는 설거지도 해주시고 같이 상 한쪽에 치워두고 한잠 낮잠도 같이자는 그런 사이였죠.
중요한것.
엄마가 먼저 베풀고 희생한게 컸죠. 할아버지 엄마 나 이렇게 셋이 유원지에 가서 바람쐬고 왔는데 식당에 갔더니 주인이 "딸이신가요?" 라고 물어보니까 할아버지가 자랑하듯이 "우리 메누리(며느리)요" 하면서 큰소리로 답하시구요. 그정도로 엄마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배려하고 늘 같이 하려고 했구요.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막내아들에게 시집와서 다른형제들 도움도 없이 모든 걸 다 떠맡아도 그러려니 하고 다른 친척에게 아쉬운소리도 안하고 사셨어요.
그리고 고부갈등에 남편이 젤 중요한것 같더라고요. 엄마도 아빠가 많이 도움이 되었다 하더라구요. 좀 눈치가 안좋다 하면 할머니한테는 그래도 엄마가 엄니 생각 많이 한다고 하면서 달래고 엄마한테는 엄니가 당신 생각많이 해서 그런거라고 하면서 중재 잘해주고 엄마도 그게 아빠가 그냥 하는말인것인줄 알면서도 화난것이 풀렸다고. 그리고 중간에서 아빠가 딱딱 화낼일이 있으면 화내고 달랠때는 또 잘 달래고 했다고.
참........ 쉽진 않을것 같아요. 모시고 사는것. 어릴땐 몰랐는데 크고 보니까 그래도 우리집에 화목했던것이 누구 하나 자기맘대로 하지 않고 노력햇기 때문이란것을 알고 나니까요. 저는 자신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