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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

정성태 |2003.11.19 22:31
조회 248 |추천 0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제일먼저 하는 일이란,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곧이어 나오는 밥을 먹고...

그리고 나서 오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병원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다...

나와 함께 쓰는 병실에는 6명의 환자가 있지만 그중 나머지 세명은 얼굴조차 본 적이 없고.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명만이 함께 병실을 쓴다..

한사람은 나이가 64세이고 교통사고로 앞니가 10대나 나간 경우의 사람이다. 부인은 다리를 절고 있는데 어렸을때 약을 잘못 먹어서 다리를 저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가 황혼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부는 아주 사이가 좋아 보였다. 항상 오전 9시면 출근시간에 맞추듯이 제때에 찾아 오곤 했다.

그 부부의 아들이 나와 나이가 같아 보인다고 하면서 나에게 자상하게 여러이야기들을 해주곤 하지만 난

때때로 그 부부가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척은 하지만 이내.. 난 머릭속으로 다른 생각들을 곧잘 하곤 한다.

바로 옆 침대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노동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만또... 재밌는 이름이라 생각했었다..

그 사람은 일을 하다가 기계에 다리가 깔려서 병원에 있는 사람인데.. 나이는 47세였다..

한국말도 전혀 못하고 영어도 전혀 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지만.... 국제 언어인 바디 랭귀지 라는 것이 있어 그 사람과 의사소통할때는 나도 모르게 일그러진 내 얼굴을 환한 미소로 만들곤 한다...

한번은 내 손을 양손으로 잡더니... 뭔가 말하려 하는데..아마도 그것이 그사람의 표정으로 볼때...

뭔가를 얘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난 멍하니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가 서랍에서 아이들이 문병올때 가져왔던 과자를 주면서 먹으라고 했더니... 어린아이같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과자를 집어들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꼬깃꼬깃 꺼내었다.. 편지였다...

다리가 불편하니.. 나갈순 없고 대신 편지를 고향으로 부쳐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난 그사람이 무안해 할까 두려워,,,, 환한미소로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가면 일산의 그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있는 병원 바로 건녀편엔 고등학교가 하나있는데 ...때때로 아이들이 소리지르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내 귓전을 울린다..그럴때면 난 아득한 옛일들을 떠 올리며... 가끔식 내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던 생각을 떠올린다.  

문득 내 자신의 측은한 생각이 들어 눈에 고여있던 눈물을 이내 흠쳐내고 돌아서는데.. 그 인도네시아인인 안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는 높은 의자가 아니라 병원에서 보호자 용으로 쓰던 의자인데..

낡아서 버리긴 아까우니까... 환자들이 때때로 앉아서 휴식을 취하라는 용도로 놓아던 것이다..안또는 키가 170가량 된 사람인데... 그 보조의자에 앉아 있으니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져있었고 불편한 다리때문인지 양쪽 다리 모두 쭉 뻗은 상태였다.... 난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아는척을 하려 하다.순간 나도 모르게 뒷 걸음질을 쳤다.. 나를 보고 항상 환히 웃던 그 사람의 얼굴에서 이내 난 어두은 그림자와.. 긴 한숨을 엿볼수 있었다....

무엇때문일까?

머나먼 타국으로 와서 일을 하다 몸을 다쳐 이젠 돈도 더이상 벌수 없고... 고향에 가고 싶지만 몸이 불편해서 고향에도 갈 수없는 그 사람의 처지가 막막해서 였으리라 생각했다.. 많이 불쌍해 보였다...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하지만 난 이내 주머니에서 담배 한개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순간 따뜻한 햇살이 비쳐 그 사람의 온 몸을 감싸줄때 그 사람의 그 고독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삶이 안또를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또는 앞으로 있을 일을 걱정하고 대책을 생각하느라고 몰두하고있었다... 그 모습에서 난 일종의 우월감을 느꼈다..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다...

나와 같은 일을 겪었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바로 내 옆에 안또가 있었다...

착찹한 마음에...난 병실로 들어와... 어제 학생이 두고간 곰돌이 인형을 안또의 침대위에 올려 놓고     하나의 메시지를 남겼다... 승리의   V 자를..... 안또... 힘을 내세요....

지금 그렇게 힘들고 외로워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을거에요... 당신의 그 선한 모습에서 난...

당신이 행복해지리라는 확신을 가져요.라는 말을.......

난 그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이 왠지 따뜻해 지는 것을 느꼈다....

참 오랜 만이었다........ 이 편안한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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