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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혼이유가 되나요?

할 말 없음. |2008.06.02 17:41
조회 814 |추천 0
 

말 그대로입니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될지 모르겠네요.


좀 길게 되겠네요.


지난 12월 중순 쯤에 술먹고 들어와서 주사를 심하게 부렸죠.

자고 있는 아이 위에 철퍼덕 눕는 바람에 아이가 심하게 울어서 제발 다른 방에 가서 자라고 밀었는데, 미끄러져서 넘어 졌습니다.


제가 밀었는데 남편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바닥이 미끄러운 편이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 거죠. 평소 같으면 넘어지지도 않습니다. 남편 체격을 보면.


어쨌든 그것 때문인지 술주사를 하더군요. 텔레비전을 들었다가 던지려고 하는 걸 달래고 달래서 내려놓으라고 했는데 기어코 밑에 깔아놓았던 유리를  깨더군요.


그것도 모자라 화장대에 있던 화장품들을 던지려고 하더니 끝이 뾰족한 머리빗을 내 쪽으로 향하며 죽이겠다더군요. 불까지 끄면서.


어찌어찌 소동이 잠재워진 후에 아들방에 있었던 저에게 오더니 헤어지자더군요. 더러운 말까지 쓰면서 말이죠. 제가 더럽대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날 밤은 그렇게 넘어가고 아침에 저와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 직장으로 갔습니다.


나중에 보니 어지러워져 있던 것은 다 치워졌고, 이삼일을 말을 하지 않은 채 지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편지를 보냈죠. 그날 밤 행동과 말들, 그리고 이혼에 대해서.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서로 한 집안에 살아도 남남처럼 지냈죠.


그런 생활이 5월까지 이어졌습니다.


5월 8일 남편의 제안으로 화해를 했습니다.


자기도 기억이 안난다면서 아침에 깨어보니 그런 난장판에 본인도 깜짝 놀랐다더군요. 무슨 말을 했는지도 더더욱 기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 편지에도 특별히 할 말이 없어서 답을 안했다고 했고요.


하여튼 100% 자기가 잘못했다고, 앞으로 잘 살아 보자고, 지난날은 잊고 앞으로 잘 살아보자길래 알았다고 믿어줬습니다.


그때부터 5월 31일 저녁까지의 기간동안은 그동안 안했던 문자도 서로 보내고 닭살부부처럼 행동했습니다.


남편도 이제야 신혼인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말입니다.


화해하면서 했던 말 중에 학교에 대한 말도 있었습니다.


제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도 안 보내겠다는 걸 6학년 담임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서 어머니를 설득시켜서 겨우 갔고 고등학교도 인문계로 가고 싶었는데, 학교 그만 다니고 돈벌라는 엄마를 역시 담임선생님이 면담을 하셔서 여상으로 갔다고, 그래서 지금 방송대에 다니는 게 그때 배우지 못했던 것을 풀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서로의 직장이나 서로의 관심사(저에게는 학교죠)에 대해서 격려하고 지원해주자고요.


남편이 기분좋게 알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때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습니다.


방송대 특성상 출석수업이라는 게 한 학기에 4일 정도 있습니다.


그 중 한 날이 5월 31일 토요일 3시부터 7시까지입니다.


저는 그날의 대화를 떠올렸고, 30일 저녁에 시댁 친척 잔치집에서 노력봉사를 하는 와중에 잠깐 틈이 나서, 1학년부터 3학년이 될 때까지 처음으로 남편에게 아이들 저녁을 부탁했습니다.


지역대학이라 본대 교수님이 내려오시는데, 제가 3학년 과대표라 참석만이라도 해야 될 것 같으니 7시반부터 시작해서 9시쯤에 올 거 같다고 하면서요.


그것도 6살 막내는 제가 데려가고, 1, 4학년인 두 아이만요.


역시 알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마음을 소유한 남편을 가진 아내였죠.


하지만 8시쯤 돼서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보았고 전화를 해보니 1학년 딸아이가 전화를 한 것이었어요. 언제쯤 오냐, 어디냐 이런 걸 묻더군요.


저는 한창 얘기가 진행 중이라 이거 끝나고 바로 간다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30분 후에 또 전화가 왔어요. 엄마, 자꾸 전화해서 미안한데 몇 시에 와? 이렇게요.


저는 그게 딸아이 혼자만의 전화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 것 같더군요.


하여튼 저는 8시 46쯤에 자리를 떴고, 맥주 사오라는 5시 쯤의 남편의 문자가 생각나 중간에 마트에 들러서 맥주까지 사고 가는 중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보니 남편 전화였는데, 지금 뭐 하냐? 하는 말 한마디 버럭 지르고는 끊더군요.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랴부랴 집에 도착하니 9시 15분 정도. 4학년 아들은 그 시간에 침대에 들어있고, 딸은 아빠 곁에서 잠든 척 하고 있었어요. 아빠가 방에 가서 자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서 나갔으니.


제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다짜고짜 큰 소리로 아들 방에 가서 자라고 했습니다. 각방 쓰는 게 좋겠다, 내일 당장 통장과 도장 다 갖고 와라, 별거하자, 남편 쪽팔리게 했다, 너에게 할 말도 없다 등등의 말만 무지막지하게 쏟아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뭐가 그리 쪽팔리게 했는지만 알고 가겠다고 해도 나는 축구 봐야 해서 말을 못하겠다, 또 할말도 없다고 하길래 그러면 축구를 보면서 말을 해 보라고 해도 무조건 제 팔목을 잡아끌고 마루로 밀어내고 문을 잠가버렸습니다.

(제 목소리가 높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 오면 좀 차분해지는 경향이 있어서요. )


한두 시간 흘러서 방문 앞으로 가서 열어달라고 했습니다. 제 물건들이 안방에 다 있기 때문에 써야 한다고 하면서요.


몇 번 망설이는 것 같더니 열어줬습니다.


옷을 가져 오면서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이혼하자는 이유가 뭐냐고요.


앞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다가 하는 말이 제가 방송대 다니는 것 때문에 그런다고 하더군요.


남편 앞에서 본대 교수니 과대표니(제가 3학년 돼서 처음 과대표를 맡았는데, 거절을 몇 번 해도 감투가 씌워졌습니다. 선뜻 나서서 하려는 학우가 없기도 했어요. 제가 일요일 스터디를 이끌고 있어서 추천되었나 봅니다.)하는 말을 하면서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남편 앞에서 남자와 낄낄대며 통화까지 한다고(사실 여자 학우였습니다. 통화 중에 이름도 분명 말을 했었구요-이건 며칠 전 집에서의 일입니다.) 그게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고, 자기는 자존심이 굉장히 강해서 그걸 못 참겠답니다.


그래서 이혼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하고요.


참.......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나더군요.


연례적으로 있었던 술주사에 이은 폭력과 폭언, 중간에 있었던 어이없는 이혼요구(이것도 남편이 먼저 요구), 경마에 2천만원 날린 것, 동료에게 2천만원 본인명의의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주고도 당당한 것 등등 결혼생활 11년 동안 본인의 행동에 대해 내가 참고 살아온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단지 남편 자존심 상하게 대학에 다니고 본대 교수니 과대표니 하는 말이나 했다는 거죠.


지난 날 내게 했던 폭력이나 폭언에 대해서 미안하고 나의 학업에 대한 마음도 이해하지만 용납할 수 없으니 이혼하자고 합니다. 술 취한 상태도 아니었어요. 자기는 아주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는데, 그것도 미안하다더군요.


휴~ 그래서 이혼해 주려고 합니다.


제 월급이 200만원 정도 됩니다.


어찌어찌 세 아이 키워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세 아이 다 남편이 키우겠다고 하지만 근무여건이 3교대라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그만 두는 한이 있더라도 키우겠다, 세 아이 다 못하면 위에 두 아이는 자기가 키우겠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남편 휴무일과 주말이 겹쳐도 나들이 한 번 가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다 아빠를 서먹해 하고요, 하여튼 앞으로의 상황이 막막합니다.


결혼생활 중간에 있었던 이혼 소동도 역시 남편의 폭력입니다. 경찰에 신고까지 했었고 진단서도 뗐었고, 별거까지 했었고 양가가 발칵 뒤집어진 후에 남편의 사과로 다시 시작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또 이러네요.


그것도 정말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요. 아닌가요?


제가 학교 다닌다고 집안일을 소홀히 한 적도 없고, 오히려 더 신경을 썼어요. 아이들 다 내가 데리고 다녔고, 공부도 다들 잠든 틈에 했죠. 유세한다고 할까봐. 가끔 모든 일과가 끝마친 후에 식탁에서 한 적은 좀 있네요.


남편 학력은 대학 중퇴입니다. 집안이 가난한 것도 아닙니다. 대학다니다 군대를 갔고 제대후 복학하지 않고 시험을 봐서 지금의 직장에 들어간 겁니다.


저, 남편의 모든 것에 대해 체념상태입니다.


이혼, 해 줄랍니다. 남편에 대해 정말 질렸습니다.


우리 부부 이혼하면 시부모님, 아마 충격으로 돌아가실지도 모릅니다.


좋은 시부모님 때문에라도 참고 살은 거 많거든요. 시부모님께는 다른 거 다 떠나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남편이 시부모님에게는 본인이 말을 한다고 했으니 이제 거기도 신경 끊을 랍니다.


제 앞길 걱정해야죠.


제 친정어머니 걱정도 해야 되고요.


지난 번 이혼 하자고 할 때 친정어머니가 울면서 남편을 설득했었는데, 참 죄스럽네요.


앞으로 협의이혼이 안 되면 어찌해야 되나, 이런 상태로 질질 끌어가면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걱정밖에 없네요.


참 11년 결혼생활이 허탈합니다.




참.... 부부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생활에 대해서 말하자면, 글쎄.... 남편에게 성적 불만은 없는 듯 했습니다. 5월 8일 이후 가졌던 때나 그 이전에 가졌던 관계에 대해서는 관계 후에 항상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잠들었거든요. 혹시 또 모르죠. 내가 다른 뒤통수를 맞는 건 아닌지.


너무 답답한데 따로 말할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될지도 막막해서 올렸습니다.

긴 하소연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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