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임마! 똑바로 하지 못해!" 코치의 불호령소리에 10여 명 거구의 고등학생들이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씨름판을 뒹군다. 엄마들도 식사 준비 틈틈이 자기 아들의 훈련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이는 모 고등학교 씨름부 훈련 모습. 학생들은 학교 합숙소에서 숙식을 하며 훈련을 받는다. 수업은 거의 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장래와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고된 훈련을 받는 것이다. 다행히 그 학생들이 전국 규모 대회에 출전하여 상위권에 입상하면 대학이나 프로팀에 스카우트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진로가 거의 막막하다. 왜냐하면 씨름을 제외하고는 배우고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학교 체육의 현실이요, 엘리트 체육의 병폐인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소수 정예의 엘리트 체육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운동이라는 것은 소수 특기자 중심보다는 다수 학생들이 체육시간 등을 통해 운동을 하다가 그 중에 자질이 보이고 기량이 뛰어난 학생은 프로 선수가되어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취미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고등학교 야구팀이 3천여개가 있으나 우리나라는 고작 50여개 팀밖에 없는 것은, 일본의 경우에는 대다수의 학교에서 서클 활동으로 야구를 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는 초등 때부터 특기자로 선발되어 오직 특기자만 야구를 하는 엘리트 중심이기 때문인 것이다.
근년에 들어서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교육청 주관의 학교 대항 비등록 선수 대회도 있으며, 각 지역마다 테니스·탁구·축구 등 동호인끼리 모여서 운동을 하며 동호인 대회도 열린다.
이렇듯 이제는 특기자 중심, 교기 중심의 학교 체육도 서서히 시정되어야 하며, 아울러 메달 하나 더 따려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특정 종목의 선수들을 육성하기보다는 그 예산을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생활 체육 쪽으로 돌리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건강과 즐거운 생활 체육을 위해서!
정규훈(공산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