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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린 남자친구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하세요?

^^ |2008.06.13 22:02
조회 3,052 |추천 0
안녕하세요. 평범하게 살고 있는 20대 처자랍니다.

넋두리에요;;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 읽어 주세요. 이제 툭 털어놔 버리고 싶네요.


올해 초에 처음으로 남자 친구를 사귀었어요. 상대는 같은 과 선배였죠.

하지만 선배라고 해서 같이 학과 생활하다가 눈이 맞은 건 아니었어요. 선배가 갓 전역하셨을 때 저는 그분을 처음 뵈었고, 그분이 복학을 하지 않으셔서 학교 밖에서 세 네 번 따로 만났었어요. 그러다가 선배가 사귀자고 하셔서, 사귀게 되었죠.


제가 둔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여자의 육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선배가 저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귀자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죠.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선배는 내가 튕기면 바로 물러설 것 같다.’였어요. 뭐랄까, 호감이 있으니까 사귀자고 하는 거긴 하겠지만 진짜 좋아한다거나 그런 게 아닌, 그냥 ‘한 번 말해 볼까’ 정도의 호감으로 느껴졌달까요. 물론 순전한 제 느낌이니, 틀렸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이제 와선 확인도 할 수 없고^^;


첫 연애여서 저에게는 무척 각별했어요. 원거리 연애여서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만났지만, 전화로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요. 아침에 그 사람이 모닝콜을 해 주었던 몇 주 정도, 저는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깨어 있었어요. 잠 덜 깬 목소리를 들려주기 싫어서요.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화장을 해보고, 옷 코디를 못 해서 매주 옷을 한 벌씩 새로 사기도 했지요;


데이트 비는 반 정도 제가 냈었어요. 둘 다 힘들게 알바 하는 처진데, 그 사람에게만 부담을 주기가 싫었거든요. 제가 밥을 산 날이면, 그 사람이 잘 먹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뿌듯하더라고요. 하지만 누가, 남자는 여자가 돈 내면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해서 고민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문화상품권을 산 다음에, 얻은 거라고 이걸로 영화를 보자고 한 적도 있지요. 또 그 사람만 전화하면 통화비가 부담되잖아요. 그래서 전화 오면 중간에 잠깐만요, 하고 끊은 다음에 한 1분 있다 제가 다시 걸고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애정결핍이었던 건지, 아님 정말 그 사람의 애정이 부족했던 건지, 늘 외롭더라고요. 혼자 짝사랑하는 기분이 들고. 그 사람이 연락 좀 자주 해 주길 바랐는데, 하루에 한 통이 전부였어요. 물론 이해했어요, 바쁜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한통마저 안 하는 날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요. 제가 늦게 돌아오는 날에도, 제가 멀리 여행을 간 날에도, 잘 들어갔냐는 전화 한통, 잘 놀고 있냐는 전화 한 통이 없고- 안 바쁜 주말에는 아예 폰을 던져 놓고 사는지 전날 보낸 문자 답장도 없고- 게다가 데이트가 끝나고 잘 갔냐는 문자도 없는 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니던가요. 그렇게 연락이 없는 날이면 제가 못 견디고 먼저 전화나 문자를 했죠. 그러면 다시 연락이 되고, 섭섭했다가도 목소리 들으면 또 좋고......... 그랬었어요.


화이트 데이에 그 사람이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괜찮았어요. 나보단 가족이 더 중요하니까. 사귄 직후에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썼어요. 당신을 존중하며 사귀겠다고, 많이 고맙다고 썼지요. 물론 답장은 못 받았어요. 하지만 괜찮았어요, 남자는 원래 편지 쓰는 거 귀찮아하니까요. 그 사람을 보고 싶어 밤에 무작정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먹고 싶어 했던 걸 사들고. 하지만 그 사람은 ‘잠깐만 나 보러 오면 안 되냐’는 말에 ‘잠깐만 볼 걸 뭐하러 가냐’는 말로 갚더군요. 그 사람이 잠을 설치기에 집에 있는 부적(;)을 떼서 주고, 여행을 가서는 그 사람이 생각나서 굉장히 싼 거였지만 기념품을 사고, 쇼핑을 가서는 돈을 보태줬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아, 제게 선물한 적이 있긴 하군요. 도넛이랑 화장품 샘플 하나, 사귄 직후에.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에게선 선물을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었어요.


제가 그 사람에게 뭘 해줬네, 유세 떨려는 게 아니에요. 제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늘 생각이 났고, 그 사람에겐 늘 뭔가 주고 싶었고, 수줍어서 그 사람에게 애교도 떨 수 없었던 저는 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저런 것 밖에 없었다는 걸 이야기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저에게 무관심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던 게 내게 큰 사랑 없는 사람에게 사랑해달라고 조를 순 없는 거잖아요, 사람 마음인데. 그래서 저는 그게 제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애교도 없고, 재밌지도 않으니까 그 사람이 내게 빠지지 않는 거라고. 하지만 없던 애교가 하루 만에 생길 리가 없잖아요, 그게 늘 괴로웠어요.


물론 제가 잘못한 것들, 있죠. 그 사람이 자기 친구들에게 여자 친구 생겼다고 말하지 않기에, 저도 조개처럼 입 다물고 철저히 숨겼죠. 그 사람은 ‘말해도 되는데,’ 라고 했지만 전 남자가 먼저 말하기 전엔 밝히지 않겠다는 각오로 버텼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그 사람을 모르는 동기들을 마주쳤죠. 저는 당황하고 또 당황해서, 그 사람을 모른 척 해버렸어요;ㅅ; 지금도 그건 너무너무 미안해요. 정말 속상했을 건데........


그러다가 학교에서 단체로 여행을 갔어요. 그런데 그 사람, 가자마자 자기 놀기에 바빠서 절 거들떠도 보지 않더군요. 여자후배랑 한 팀이 돼서 놀고 있는데 거기에 어떻게 끼어들겠어요. 그래서 붙어 다니긴 커녕 대화도 두 세 마디 밖에 못했지요. 속상해 죽겠더군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랑 놀면서 ‘난 사귀는데도 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 라고 토로했어요. 그 사람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그것도 미안해요........ 다음날 그 사람이 술병이 났어요. 그런데 저는 전날 속상한 마음 때문에 별로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답니다. 그 사람도 딱히 저한테 말을 안 걸기에, 먼저 말 걸기도 그랬어요.


그게 끝이었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그래도 아픈 사람인데 살갑게 해줄 걸,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푹 쉬고, 연락 달라고 문자를 했어요. 그런데 답장이 없더군요. 다음날 전화를 했는데, 한 번은 안 받더니 아예 폰을 꺼버리더군요. 많이 아픈가 걱정이 막 되는데, 그 사람 싸이에 들어가 보니 새 글도 올라와 있고 전혀 문제가 없는 거예요. 이상한 예감에 눈물이 막 나더군요. 다음 날, 다른 사람들과는 그 사람이 여전히 연락을 잘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도 엄청나게 하고, 이럴 사람이 아닌데 왜 이러냐며 모든 게 내 잘못 같았어요. 충격에 눈이 멀 정도로 울었어요. 길을 걷다가도 통곡하고, 제 정신이 아니었지요. 못 자고, 못 먹은 건 너무 당연하구요. 하지만 그 사람을 믿으면서, 보름이 넘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이제 포기하라고 하더군요. 포기하라는 마당에,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그런데ㅋ 전화기 슬라이드를 내려버립디다. 아, 그 전화 딸깍, 하는 소리 뒤에 뚜-뚜- 소리란........ 정말 포기해야겠다 싶어서 방명록을 남겼어요, 제발 헤어지자고 말해달라구요, 물론 그 사람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죠.


두 달 사귀었는데도, 죽을 것 같은 시간을 겪고, 이젠 조금씩 잊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씩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제 모습이 스스로 웃겨요. 헤어지자는 말을 할 용기도 예의도 없었던 사람이, 날 사랑하지도 않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연락할 리는 없을 테니까요. 이제 조금 더 지나면, 완전히 괜찮아 지겠죠^-^?


하지만 지금도 궁금한 건, 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러나 하는 것. 다신 안 볼 사이라 연락 끊고 잠적한 거면 모르겠는데 이 사람은 제 선배고, 이제 곧 복학해서 돌아와야 한단 말이죠........ 학교도 가뜩이나 좁은데, 분명히 다시 마주치게 되어있거든요;; 나를 보면 무시하고 지나가 버릴까, 아님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할까도 궁금하고,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무시해야 타격이 클까, 생긋 웃으며 내가 먼저 인사해야 타격이 클까;; 이러고;;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덤으로,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 현명할지요; 덧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게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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