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았지만..
오히려 지금은 아기 때문에 죄인이 된 느낌입니다 ㅠㅠ
짧은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을 하고, 곧바로 아가도 낳았습니다.
큰 아들인 신랑이 서른이 넘어 결혼하자마자 아기 낳았다고,
그것도 아들손주 낳았다고 엄청 좋아하셨드랬습니다.
그리고~
제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6개월을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게 되었을때 즈음,
아가를 봐주시겠다고 흔쾌히 말씀하셨드랬지요.
어머님 심장 수술하시고 아직은 완쾌되지 않으셨을때라 많이 망설이고
조심스레 다른 곳에 알아보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어린 것을 남한테 어떻게 맡기냐고, 우리가 환갑이 넘은 것도 아니고,
둘 다 집에만 있는데(아버님 작년에 명퇴하시고 집에 계십니당)
소일거리 생겼다 생각하겠으니 무조건 데리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많이 염려되고 고민스러웠지만.. 두 분의 의사가 완강하셔서
너무나 감사드리며 조심스레 아가를 맡겼습니다.
참고로 시댁과 저희는 충청북도 끝과 끝에 위치한 시와 군 사이입니다.
시댁에 가려면 고속도로를 타고 경상도를 지나 다시 충청도를 들어가야 할 만큼
먼... 편도로만 대략 두 시간에 160km가 넘는 거리입니다.
그래도 건강도 편치 않은 분들께 어린아기를 맡겼기 때문에
주말이 되면 업무 끝나자마자 저녁도 거른채 한 걸음에 달려가서
주중에 아기 보느라 고생하셨던 어머님 쉬시라고 주말내내 아기 보고 옵니다.
매일매일 전화 드립니다.
아가 봐주시는 용돈, 제 월급의 1/3 드리고, 아가 용품 다 사다드립니다.
이 정도는 아주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더 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죄송하고 늘 맘에 걸립니다.
헌데..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시발점은...
매일 드리는 전화에서부터 불거졌습니다.
(울어머님.. 하루라도 자식들과 통화 안하시면 걱정스러워
잠도 못 주무시는 성격이라.. 자식들과 꼬박꼬박 통화하십니다.
아기 생기기전에는.. 저한테는 2, 3일에 한 번 꼴로 전화하셨지만
신랑에게는 매일매일 하셨었습니다.
지금은 아기 때문에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 통화하길 원하십니다.
그것도 신랑한테 들어서 알았습니다 -.-)
매일 드리는 전화다보니 딱히 말씀 드릴게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식사때 즈음 전화를 드립니다.
식사는 하셨는지, 몸은 괜찮으신지,
아기가 힘들게 하지는 않냐고만 묻습니다.
괜시리 아기 잘 봐주고 계시냐고 감시하는 것 같아서 -.-;
"어머님, 식사는 하셨어요?"
"그래, 밥 먹었다. 아기는 잘 있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그래, 괜찮다. 아기는 잘 논다"
...
뭔가 여쭙기만 하면 무조건 뒤에 아기 얘기를 넣으시는데...
당연히 애 엄마인 제가 궁금해 할까봐 신경써서 얘기해 주시는건 알겠는데...
그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운 것입니당 -.-
헌데 이런 일이 매일매일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
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저는 아가를 맡긴 사람이고, 어머님께서는 봐주시는 분이신 것을...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화 드립니다.
몇 주 전 일입니다.
매주 시댁에 내려가다.. 제가 직장 때문에 주말 출근을 하게되어
신랑만 보내게 되었습니다.
어머님.. 여기서부터 언짢아지시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텃밭에 마늘 뽑는다고 일찍와서 애기 봐달라고 하셨던 건데,
아침잠 많은 신랑, 8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갔지만 10시 즈음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또 언짢아지셨습니다.
토요일에 출근해서 행사 때문에 먼 길 다녀온지라 피곤함에 늦게까지 잔데다가,
(그래도 토요일에 두 번이나 전화 드렸습니다 -.-)
일어나서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식사준비하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시댁에 전화를 드리게 된 것이 결정타가 되어,
어머님... 뻥~하고 폭발하셨습니다 -.-;
저녁 준비하느라 바빠서 신랑한테 시댁에 전화 좀 넣어보라 해서 전화드렸더니,
주말이 되어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저녁 늦게서야 전화했다고,
니들이 기본이 된 부모냐고, 불같이 화를 내시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셨답니다 -.-
울신랑, 다시 전화를 걸어 화 푸시라고.. 애기 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다 필요없다시며
전화 끊어 버리시더랍니다. 그리고는... 며느리 얘기를 꺼내시며 더더욱 불같이 화를
내셨다고 하십니다 -.-
문제가 심각해져서 제가 전화를 드렸더니 아예 받지도 않으십니다...
정말.. 너무 서럽더군요.
애기 맡겨놓고 단 하루도 맘 편히 지낸 적 없고,
애기 보시느라 힘들어하시는 두 분에게 늘 죄송한 마음 갖고 있는데...
우리집엔 한 달에 한 번 전화할만큼 전화에는 무심하던 나였지만
(친정집에서는 잘 지내면 무소식이려니 생각하십니다)
결혼하고는 이틀이 멀다하고 전화 드렸고, 애기 낳고는 매일매일 드리고 있습니다.
헌데,
그날 주말.. 전날까지 전화 계속 드렸었고, 당일.. 일요일에만 저녁 즈음에 전화
드렸다고.. 부모자격도 없는 것들로 매도하시며 전화 던지듯 끊어 버리셨습니다 ㅠㅠ
저 너무 서러워서... 밤새 울었습니다...
그래도...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어머님께 전화를 드려야 한다는 일념하에...
백 번도 더 속으로
'워워~ 난 죽으나 사나 어머님의 며느리야.
게다가 아가도 봐주시고 계시니 감사해야해'하며...
조심스레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받아 주시더군요...
냉랭하게 받으시면서 안 좋은 얘기 한참 하시다가...
결국엔 결정타를 한 방 날려 주셨습니다.
"넌 도대체 모성애라고 있는 애인지 모르겠다.
자식 맡겨놓고.. 주말되면 금요일 아침부터 막 설레여야 하는거 아니냐?
그래서 전화라도 바로바로 해야 하는거 아니냐?"
하시는데... 정말... 가슴에 대못으로 박히더라구여 ㅠㅠ
제가 얼마나 긴장하고, 애태우며 지내고 있는데...
이 말씀에 서운하기보다, 어서 애기 데리고 와야겠다 싶더군요.
남에게 맡기더라도 내 곁에 두고 키우는게 낫지.. 정말 안되겠다 싶더군요...
1:1로 애기 맡아주는 곳은 믿음이 안가서 안되겠으니 어린이집 알아보라고 하셔서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군데에는 등록도 해놓고 오긴 했으나... 대기순번 15번입니다... ㅠㅠ
올해가 다 가도 안 될 수도 있다 하더군요...
다시 여기저기 또 알아봐야지요...
그간 어머님... 정말 많이 힘드셨을 거 압니다.
지난 3월 1일부터 6월말까지... 3개월 동안, 정말 많이 힘드셨을거 압니다.
헌데.. 힘드거 아시는 분께서...
우리 친정엄마, 지난 6개월동안, 그것도 겨우내내 30분 이상 거리를 걸어와서
하루종일 애기 봐주시고 건너가시며 많이도 고생하셨을때...
우연히 얘기 나누실 기회 있으셔서... 울엄마 지나가는 말씀으로
"지난 6개월동안 너무 힘들땐 당수치(당뇨병 있으십니다... 고혈압에, 골다곤증, 류마티스
관절염까지 가지고 계십니다-.-)가 올라가서 병원 입원할 뻔도 했지만,
손주녀석 본다는 기쁨에 먼 걸리도 기꺼이 다녔습니다"
라고 한 말씀하셨다고...
다시는 친정에 애기 맡길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
돈주고 다른 사람한테 맡기라고! -.-
신랑 생각도 어머님이랑 똑같습니다... 완전 붕어빵 부자 -.-;
그리고는 한 주가 흘러
(제게는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한 주 였습니다)
시댁에 내려가는데... 가는내내 머리는 지끈지끈, 가슴은 터질듯 괴롭고...
헌데, 울 시어머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저 대합니다...
정말 아무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저만 바보같이 괴로웠던 것 같고...
신랑한테 얘기했더니, 자기 엄마는 원래 뒷끝 없다며 신경쓰지 말랍니다 -.-
여기서 깨달았습니다.
울 시어머니.. 정말 고단수시구나...
나 정말 행동 잘하고 살아야겠구나... -.-
저 요새... 넘 답답하고 울적해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괴롭습니다...
신랑, 이런 맘 절대 이해 못합니다.
지난번 울고불고 속내 좀 얘기했지만, 절대 이해 못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어지간해서 신랑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혼자 속으로 삭이고.. 혼자 속상하고 맙니다.
바보같지만.. 늘상 싸우며 둘 다 괴로운 것보다 혼자 괴로운게 낫다 싶을정도로
신랑, 벽창호 같습니다 ㅠㅠ
지금으로썬 아기를 데리고 오는 것 말고는...
제 마음의 짐을 덜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며느리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