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5일
몇번의 태동검사 후에 아가가 힘들어 한다는 주치의의 소견으로 유도분만을 하러 아침 9시에 짐을 챙기고 병원으로 갔다.
유도분만이 실패하면 제왕절개를 해야한다는 소리에 마음도 무겁고 겁나고 우울했다.
병원가니 두명의 산모가 유도분만을 하러 와 있었다.
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관장을하고 제모도 했다. 제모하는거 너무 창피함;;;
11시쯤에 드디어 촉진제 투입..
그동안 제대로 된 진통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진통이 빨리 걸리기를 바랬다.(얼마나 아프고 정말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모른 나였다)
두시간쯤이 흘렀을까... 10분마다 진통이 왔다. 하지만 참을만했다.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별탈없었다. 간호사가 6시까지 금식이라고 했는데도 신랑이랑 장난치면서 사과도 몰래 먹고 그랬다.
오후 세시가 지나자 좀 강도가 쎄졌다. 나는 그래서 오늘 낳을줄 알았는데.. 간호사가 내진후 손가락 두개 들어간다면서 낼 오후에나 나온덴다. 그리고 촉진제를 6시 이후에 빼버릴거라면서 대부분 진통이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계속 걸어다녔다. 운동하면 자연진통으로 이어진다는 소리에....
그렇게 띵까 띵가 아픈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그때까지만 해도 출산의 고통이 어떤지 모르고 있었다.
오후 5시가 되어서 또 내진을 했다.. 간호사가 너무 아프게 휘집어나서 내진후 신랑 끌어안고 엉엉 울어버렸다. 울 신랑 토닥토닥 거리며 "아가가 아가를 낳아서 어쨰"냐며 달래주었다. 좀 진정 후 주치의가 올라왔다. 울었던 나를 보더니 벌써 울면 어쩌냐며 주치의도 나를 안고 토닥토닥;;; ㅋ(내 주치의는 딸둘 엄만데 굉장히 미인에다가 귀엽고 세련되었다;; 옷도 맨날 샤랄랄만 입는다 ㅋ) 주치의가 2.5센치 열렸으니 낼 오후에나 애가 나올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최근에 본 환자 중에 최고의 골반을 가졌다고 ㅋㅋ 그러니 낼 나올거라고..(나랑 같이 유도분만하러 온 두명의 다른 환자는 실패해서 제왕절개를 했다. 한명은 그날하고 다른한명은 내가 아가 낳고나서 했다.)
6시가 되자 촉진제를 뺏다. 밥 먹어도 된다고 해서 병원에서 나오는 밥도 먹고 신랑한테 가서 참치김밥 먹고 싶으니 사오라해서 이것저것 먹었다.(관장해서 간호사가 많이 먹지 말라고 했는데...ㅋㄷ)
촉진제를 뺏는데도 10분마다 진통이 왔다. 근데 한번 올때마다 강도가 너무 쎄서 눈물이 나고 똑바로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나는 진통이 허리랑 같이 와서 두배는 더 힘들었다.
저녁 11시에 간호사가 와서 내진한다고 한다. 내가 싫다고 아프다고 해서 낼 아침에 하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밤새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강하게 와서 정말 징징 울어댔다. 소리도 조금씩 질렀더니 간호사가 그러면 아가한테 산소가 안간다면서 호흡하랜다.. 아파죽겠는데 ㅠㅠ.. 그런데...
그런데... ㅠ 태동검사 후 간호사가 나보고 진통이 강한게 아니란다 이정도 가지고는 아가 안 나온다고... 헉;; 나 아파 죽겠는데.. 이건 진통도 아니라고???
1월 16일
밤을 꼴딱 새고 아침 8시쯤이 되었을 때... 난 거의 실신 상태였다. 너무 아파서 엎드려 징징 울어댔다. 남편도 밤새고..
간호사가 내진 한번 하잰다. 나는 이렇게 아프니 자궁이 많이 열렸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이거 웬걸 ㅠㅠ 4.5센티 열렸다고... 아가 나올라면 10센티 열려야한다고.. 한시간 1센티 하면 아무래도 교과서데로 5시간 더 있어야 한다고...
나... 그말듣고 좌절좌절,,, 미친것이라...
나는 9시경에 가족분만실로 옮겨졌다. 굉장히 따뜻하고 침대도 대빵크고.. 음악도 나오고...
하지만,, 난 거의 미친 상태,, 정말 상상초월,, 근데 이걸 5시간 더 해야한다고.. 미친 미친 미쳤구나....
나 도저히 이걸 오후까지 끌고 갈 자신이 없어 이때부터 진통이 올때마다 마구 힘을줬다. 있는 힘을 다줬다.
신랑은 내가 진통이 올때마다 내가 미쳐가는 줄 알았댄다.. 숨도 쉴수없었고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져 아가에게 산소공급 산소공급.. 그 생각만하고.. 1,2분 간격으로 오는 진통에 나는 진통이 안오는 딱 1분 간격에도 정신을 놓았다.. 그러다 또 진통이 오면 너무 아파 호흡해가며 침대위에서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강아지 마냥 뻘뻘 기어다녔다.( 이때부터 울 신랑은 충격을 먹고 있었다.)
난 간호사를 불렀다. 아파죽겠다고 했다. 내진을 했다. 간호가 휘집는다. 오! 하나님.. 다 열렸댄다. 그리고 양수도 터졌다. 인제 10시가 좀 넘었었는데... 거의 한시간만에 내가 5센티를 열어버렸다.( 정말 고기 많이 먹고 운동많이 한게 효과가 있긴 있나보다..)
주치의가 올라왔다.
인제 곧 아가가 나온댄다. 머리가 보인다고. 진통올 때 힘을 끙 주라고 한다. 진통이 또 온다. 난 무릎을 잡고 정말 있는 힘을 줬다. 남편이 옆에서 힘줄 때마다 도와줬다. 난 있는 힘껏 다줬는데... 아가가 아직 안나온다 ㅠㅠ 걸렸다고.. 다시 다시 진통오면 있는힘을 주라고.. 정말 정말 미친듯이 힘을 주면서 마지막으로 소리를 질렀다...
뭔가 따뜻하게 쏙하고 나온다..
몸에서 힘이 쭉 빠진다.
배 위에 따뜻하게 올라왔다..
아가다.. 드뎌 나왔다.. 주치의가 수술감이었는데 골반도 너무 좋고 산모도 힘 잘줘서 나온거란다. 아가는 돌지도 않고 하늘보고 나왔다.
미친듯이 힘줘서 내가 낳아 버렸다..
남편이 탯줄 자르고 아가 확인하러 아가랑 나갔다.
주치의가 남편 울었댄다..(신랑한테 나중에 물어보니 아가 쑥 나오자마자 감격에 눈물이 징징 나왔댄다.)
그리고 주치의가 남편 너무 좋은것 같다고.. 얼굴에 선함이 다 묻어있다고 한다. 울 착한 남편..
주치의는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내 볼에 뽀뽀해줬다 ㅋㅋ 잘했다고. 그리고 왜케 키 크냐면서 ㅋㄷ주치의는 키가 좀 작은편이었다..(내가 퇴원할 때는 나를 꼬옥 안아주기도 했다... ㅋㅋ)
난 눈물도 나지않고 그닥 감동도 없었다.
그냥 그저 난 죽다 살아났다. 죽다가 살아났구나.. 오로지 이 생각 뿐....
태반을 끄내는데도 좀 아팠다.. 자꾸 배를 꾸욱꾸욱 눌러서.. 회음부를 꼬매고 나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남편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신랑이 들어온다. 꼬옥 안아줬다.
간호사들이 들락날락 걸린다...
인제 정신이 드니 간호사들한테 쉬야해버린거..;;(힘줄때 쉬가 나오더라.. 간호사 옷에 튀었다 ;;;) 그리고 간호사 붙잡고 못할것 같다고 나랑 같이 있어달라고 괴롭힌거... 미안하다고 했다. 간호사 괜찮다며 분만 잘하셨다고 칭찬해준다.. 그리고 나는 인제 좀 살맛이 났는지 들어오는 간호사마다 붙잡고 "아기 낳지 말아요. 낳아도 제왕절개 하세요.".. 계속 그랬다... ㅋ
내 분만과정을 하나도 안 빼놓고 지켜본 남편,,, 안쓰러웠는지 병실도 젤 비싼데로 잡아줬다. 병실에 옮겨 졌는데도 실감이 안난다. 아가가 병실로 왔는데도 내 아가라는 생각이 안든다.
그냥 난 오늘 죽다 살아났구나.. 오로지 이 생각 뿐..(그 담날이 되어서야 아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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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출산기를 적는 이유는.. 세세하게.. 절대 까먹지 않을것이다. 그래서 절대로 아가 안 낳을거다. 대부분 엄마들이 아가 키우면서 까먹고 또 난다고 하는데.. 난 절대 안 까먹을거다. 절대로.. 두번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
출산의 고통.. 그냥 최고 아프다고만 들어오고 생각했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정말 정말 상상초월이다.
그리고 난 지금 두번째 고통을 겪고있다. 모유수유의 고통. 젖꼭지가 다 짖무르고 피딱지가 다 앉았다. 그리고 한번 물리기 위해서 30분간 아가랑 전쟁을 치룬다... 자꾸 산후도우미가 산모 힘들다고 젖병 물리라고 하는데.. 택도 없다! 내가 어떻게 낳았는데.. 젖병이라니.. 꼭 모유수유 승리해야지!!!
출산의 고통을 지켜본 남편(남편은 내가 최고 진통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수술시켜야 하나하고 고민했댄다.)
그리고 이번엔 모유하면서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해주는 남편...
(울 남편은 아가 낳은 다음날 하늘이 핑핑 돈다면서.. 내 옆에 누워서 링겔 맞았다;;;)
정말 사랑하는 남편이 있기에.. 그리고 나를 너무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출산의 고통도 이겨냈고 모유수유와의 전쟁도 승리하리라 믿는다.
인제 방안에 남편, 아가, 나.. 이렇게 누워서 잔다 ^^
- 두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나의 출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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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고 적었던 글인데 올려봐요~ ^^
근데 저때는 다신 애 안 낳을거라 했는데...
왜 아이가 둘 있는 엄마들 보면 부러운지 ㅋㅋ
아직 숙제가 안 끝난기분이에요 ㅋ..
6개월 다되어가는 울딸~ 이삐 죽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