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초부터 어머니 김장해야된다고 제 눈치만 보시는데
제가 암말도 않고 있으니까 보기만 하면 인상쓰고 계시길래
("올해는 김장 사먹는 사람들이 많다네요." 했더니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시데요.
"큰 걸로 열포기만 할려 그런다".-자기가 할 것처럼 말합니다.)
11월말 "어머니, 다음 주에 휴가내서 김장할께요". 했더니
"그때는 너무 늦지 않냐?"하시데요.
"이번주는 바빠서 휴가 못내요. 담주에 할께요." 하고 출근했답니다.
그래서 화요일에 배추, 무, 양념 사서 절여놓고
(배추도 제가 실해보이는 걸로 골랐는데 집에 와서는 시모하는 말
"내가 보니까 싸고 좋아서 이걸로 샀다" 고 몇번을 사람들한테 말하네요.)
수요일 아침부터 배우 20포기 혼자서 씻고
무채썰고 양념버무려 절여논 배추에 발라 통에 넣은 일 다 제가 하고
어머니 하신 일, 파다듬기, 씻어놓은 갓 썰기, 무채 썰고 남은 토막 아깝다고 칼로 채썰기
왔다갔다 하시면서 양념 몇개 갖다주고
다 한 다음에 바닥 걸레로 닦으시더군요.
그런데 웃긴 건 김장을 혼자 다 한 것처럼 생색을 무지하게 내는 겁니다.
"이제는 늙어서 김장 하는 것도 힘들구나."
그러더니 혼자사는 오십도 넘은 시누 준다고
김치속 큰통 하나 담으라 하시고는 빨리 와서 가져가라고 전화하시네요.
시누 목요일 아침 일찍 서울서 인천까지 가지러 왔슴다.
배추, 무 사서 김장 한 사람은 저인데
자기 엄마한테만 고마와서 어쩔 줄 모릅니다.
저한텐 "수고했어, 잘 먹을께.' 한마디 없슴다.
어깨부터 손목까지 쑤시고 아파서 호랑이 연고 냄새를 풀풀 풍기고 옆에 섰는데도
암 말 없슴다.
어제 김장 끝나고 썩으려고 하는 호박 썰어서 호박죽 했습니다.
아침에 데우다가 시누더러 좀 드시라 했더니
"아니야." 하더니 " 엄마도 호박죽 먹어."
"엄마 목욕가야하는데 내가 바빠서 담주나 오겠네."
열심히 지 엄마만 챙깁니다.
저더러는 오늘 직장 안가냐고 묻습니다.
"김장하느라고 휴가에요".
했더니, "그래, 푹 쉬어." 그럽니다.
절대 김장 하느라 힘든 거 아는 척 안하더군요.
갈 때까지...
시모가 다하고 제가 시다바리 한 걸(나이어린 것이 뭘 알겠냐? 경험많은 어른이 다 지휘했으니 시키는대로 한 거 밖에 더 있냐?)로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집 식구들 항상 그렇지만 오늘 또 기분 영 아니게 만드네요.
올캐, 며느리 아는 척 하면 안되는 게 시집의 절대적인 룰인가 봅니다.
어리석은 시누, 시모 아닌가요?
"고생했다." " 올캐, 고마워". 한마디만 했어도 다른 맘 들지 않았을텐데..
애꿎은 신랑한테 한마디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친정에 가서 해갖고 와야겠어. 결국 나 혼자 다 하는건데 너무 힘들다."
하며 푸념했더니 안스러운 듯 "사먹으면 많이 비싼가?" 하네요.
내년에는 올해같은 바보짓 안하렵니다.
친정가서 엄마와 동네 아줌마들과 웃으며 김장해서 딱 우리 식구 먹을 것만 가져오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