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6살된 남자입니다. 집안형편상 대학진학은 포기하고 20살때부터 룸싸롱, 노래주점같은 유흥업소에서 웨이터를 했는데요. 밤일의 안좋은 점을 일찍 알게되면서부터 낮에 직장도 다녀보고 지방 노가다도 해보면서 유흥업과는 인연을 끊으려고 했는데 금전적으로 힘들어져 작년에 다시 웨이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웨이터일을 하면서 룸싸롱에 다니는 아가씨들을 수도 없이 많이 봐왔기때문에
그녀들을 여자로써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물론 친구나, 누나, 동생으로써
친분을 쌓은 적은 있지만 깊이 생각하면 안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업소자체에서도 웨이터와 아가씨가 교제하는 건 엄격히 금기시하고요.
돈때문에 거짓웃음과 몸을 파는 여자들... 그 돈으로 호빠에 가서 돈뿌리는 여자들...
명품에 환장한 여자들... 집안형편때문에 큰 빚을 지고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여자들...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개념으로 일하는 여자들...
룸싸롱 아가씨들도 취객의 하룻밤 노리개이전에 인간이고, 일하게 된 사연들도
참 가지각색입니다.
하지만 전 제가 여자라면 부모님이 물려주신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다소 보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늘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었습니다.
물론 이런 말을 당사자들에게 하면 안되지요... 같이 일하는 입장에다가 상처만 줄 뿐이지
제가 직접적으로 도움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론은 작년 연말경 일하던 가게의 한 아가씨와 사귀게 된 사연입니다. 제가 일하던 가게에서 가장 괜찮은 에이스급 아가씨가 저에게 대쉬를 했습니다. (제가 잘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도 마침 시끌벅적한 연말분위기에 혼자 객지생활을 하던 차 외로웠죠.. 그래서 술 한잔으로 이어져, 그녀가 하룻밤을 같이 있자며 유혹했지만 그건
아니라 생각하고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얼마 후, 저흰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사귀었던 남자가 제가 아는 형이었네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좋아지기 시작하니 크게 문제되진 않았습니다. 별로 친한 형도 아니고 해서...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일을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업소에서 빌린 돈이 대략 천만원정도가 있었고,
제가 능력이 안되니 빚을 갚아줄 돈도,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되도록이면 그녀가 제가 하는 말에 상처받지않게끔 조심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빚을 다 갚고 나면 일을 그만둘 것인지, 일을 그만두면 나중에 무엇을 할 생각인지...
2년정도는 더 일을 해야한답니다. 빚을 다 갚든 안 갚든 최소 2년은 일할 생각이랍니다.
처음에 저는 그녀의 집안환경이 어려워서 이 일을 하는 것일꺼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그녀의 친 어머니는 5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혼자 사시면서
한식집을 운영하시고, 그녀의 삼촌은 호프집을, 그녀의 사촌동생은 고급 커피숍을, 또
그녀의 시집간 친언니는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께서 그녀에게 과거 천만원정도의 빚을 갚아준적도 있었고, 당시 천삼백만원정도 하는 신차를 사주기도 했었다네요.
저는 무척 의아했습니다. 부러울 것 없는 집안환경인데 왜 이런 인생을 살고 있는지...
자신은 어려서부터 특별한 재능도 없고, 대학가기도 포기했으며, 어머니께도 너무 많은
잘못을 했기때문에 당분간은 돈을 모아야 한다고... 2년후에 자신이 모은 돈으로 호프집을
차리고 용서를 구하고 싶답니다. 술을 무척 좋아해서 자신이 할 줄 아는 건 술파는 것 밖에 없다면서...
객관적으로 그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너무나 정신상태가 썩어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지만 저보다 3살이나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철이 없어보였습니다. 그것이 어머니께 효도하는 길은 아닐텐데... 룸싸롱 다녀서 번 돈으로 호프집을 차리고 성공을 한다고 그녀의 어머니께서 과연 기뻐하시고, 그녀를 용서하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그것을 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녀를 보면서 무척 슬펐습니다.
어찌됐건 저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고 약 3개월을 같이 일했습니다. 함께 있을 때 손님에게 전화오는 것, 그녀가 다른 남자품에 안겨서 술따르는 것, 노래부르면서 포옹하는 것, 손잡고 2차 나가는 것... 그렇게 못 볼것 다 보면서 살인충동까지 느낄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제가 사실 술을 잘 못하는데 3개월동안 술을 안마신 날이 없었을 정도니까요. 당신의 여자친구와 관계할때마다 다름 남자와 관계하고 있는 상상이 된다는 생각을 해보세요. 기분이 어떨까요? 어떻게 말을 해야 제 심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이런 가슴아픈 것들을 그녀에게 얘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이런 얘기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제가 그녀의 일을 절대 문제삼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녀가 일은 일일뿐이라며 자신의 일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헤어지겠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해왔으므로 전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전 가게를 그만두고, 지금은 길 건너편 다른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같이 살던 동갑내기 친구를 내보내고 그녀를 불러와 동거까지 하게되었구요. 제 주변 몇안되는 사람들은 다 저를 떠나갔습니다. 당연한 결과지요.
동거를 하게 되면서 점차 싸우게 되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원래 연인끼리 싸우고 토라지는 경우는 흔하지만... 그럴때마다 그녀는 저와 결별을 선언합니다. 짐을 싸는 것을
몇 번을 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녀는 자신이 이 일을 하는데에 관해 저한테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습니다.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지금 그녀가 하는 일은 우리가 결혼을 하게되면 과거가 될 일이고
그녀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산다하더라도 그것들은 제가 조금씩
고쳐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일은 그렇다고 치고.... 그녀의 성격자체가 너무 이상합니다.
술도 무척이나 좋아해서 일을 할때 마시는 술이외에 일주일에 4번 이상은 술을 마십니다. 숙취해소가 안되서 일을 못 나갈 경우도 많죠... 그럼 자연히 빚도 갚지 못하고...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저는 그녀가 출근하면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일하는 걸 보면 울화통이 터지고, 집에서 놀고 있는 걸보면 언제 빚을 다 갚을지 걱정이 되니까요.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녀가 결근하면 맘이 편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술마시고, 술마시면 싸우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꼬장이라고 하죠. 그녀가 만취해서 저에게 이런 말까지 한적이 있어요.
" 내가 너랑 잔다고 해서 네가 나한테 2차비 줄꺼야? 아니지?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줄 알아? 해준 것도 없으면서 왜 잔소리야? "
그리고... 다음날 기억을 못합니다. 필름이 끊겨서 싸웠던 것보차 기억을 못합니다.
이런적이 너무 많아요. 제가 일주일에 술을 세 번만 먹으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는데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싸운적도 있습니다. 황당하죠... 몸생각하라는 건데...
그리고 2차를 나가서 잠들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물론 술취해서겠죠.
보통 룸싸롱 아가씨가 손님과 2차를 나가서 가게로 되돌아오는 시간은 한 시간정도인데
그녀는 3~4시간이 되도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한 시간만 있는 것도 못 참겠는데
3~4시간동안 손님과 침대에서 같이 잤다는 거죠. 그녀의 말로는 관계 후 잠들어버렸다고 하더군요. 다른 아가씨들은 안 그러는데 왜 유독 그녀만 그러는건지 의아합니다.
그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당당하구요. 전 가슴이 찢어지는데 말입니다.
어쩌다가 제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전에는 동료 웨이터들이나 누군가가
룸싸롱 아가씨를 만난다고 하면 도시락싸들고 다니면서 말렸는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제가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지금도 분명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성격과 그녀의 일까지는 사랑하지 못 할 것 같아요. 제가 호스트바를 나가서 돈때문에 여자손님과 자고 온다면 그녀도 저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요? 일은 그렇다치고, 그 잘못된 가치관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요?
헤어지고 싶지만, 헤어질 수 없고... 사랑하지만 너무 힘드네요.
그녀와 결혼한다는 건 그냥 희망사항으로 남겨야 할까요? 이루어질 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