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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고래를 만난 날

길가는과객 |2008.07.18 16:40
조회 1,025 |추천 0

J: 이년아 내가 그랬잖아, 그때 잠든 게 아니고 잠시 눈감고 있었다고,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하고 안전벨트 메고 있는데 뭐 하면서 있겠어. 아침 9시 배니깐, 새벽 일찍부터 서둘러 나오느라고 피곤해서 그랬다니깐.

 

M: 하여간 너는 기도하고 난리를 피었잖아. 주기도문 외우고, 사도신경 암송하고.

 

J: 뭐 저년 H도 신랑 그리 사랑한다고 입에 달더니, 그때 떠오른 것은 저거 아들 생각밖에 안난다고 하더라고.

 

H: 내가 언제 그랬어? 신랑과 애들 생각 난다고 했지.

 

J: 이년도 같이 갔더라면 배가 무거워서 속도가 안나서 고래와 안부딪혔을 것인데......

 

그때 나와 우리 와이프, H 신랑이 같이 자리 하고 있었다.

 

M: 그래 출발 한지 30분 쯤 지나니 방송이 나오더라구. 이곳은 고래가 자주 출몰해 사고가 잘나는 곳이라고, 그리 한 5분 지났을까, 갑자기 배가 “쾅”하더니 배가 멈추고, 전원이 나가더라고, 아 글쎄 그런 일은 일생에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니까요.

 

나: 기억나요? 그 구포에서 기차 전복 사고 난거? 그날 우리 친구들까지 대구 팔공산, 갓바위보러 놀러갔다가, 술먹고 놀다가 에약해둔 기차표를, 그 암으로 죽은 그 여행사 하는 후배에게 출발 시간을 뒤로 연기 했잖아요. 그리 대구역에 도착하니 그 전에 예약해두었던 기차가 그리 사고가 났더라니까요. 그랬으면 저 보지도 못했을 수도 있었답니다.

 

H: 그 ‘2580’에서 그 지역 귀신 출몰한다는 것 촬영해 갔잖아요.

 

J: 이년아 방송에는 안나갔다.

 

H: 그래가지고 두시간 있으면 견인선이 온다고 했는데 그 부근에 배가 있었는지 한 30분내로 견인선이 왔더라구요.

 

나: 아 그래 운항중인 배가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J: 아 저애 TV 나오네. 우리 나오니 방송사에서 카메라 디밀고 난리가 아니더라구. MBC, KBS, YTN 그 때 우리 저애 마이크 잡고 있는 거 봤잖아. 아이고 방송에 안나올라고 얼마나 고개 숙이고 도망 다녔는지.

 

나: 왜 인터뷰라도 좀 하고 방송 좀 나오지 그랬어요?

 

J: 아이고, 나 마이크 잡고 카메라에 대고 말하면 이년, 저년 욕지기가 먼저 터져 나올건데, 그걸 어찌 해라고. 그런데 저 아저씨는 인터뷰 잘하네. 나중에 저 아저씨 배고파서 밥이나 먹고 부일 해운사에 따지겠다고 나가더라구요.

 

나: 어? 저 사람은 들것에 실려 나오네? 그래도 다들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M: 배가 “쾅”하고 부딪히는 순간 다들 얼굴이 앞좌석에 부딪혔어요. 안경 쓴 사람은 안경 받침에 찔려 피나고, 아 이가 부러진 사람도 있고, 입술 터진 사람도 있고. 저 사람은 워낙 많이 토해서 탈진해서 살려 나온거예요.

 

J: 우리 옆에 있던 할매들, 그 순간에도 소주마시고 있고 대단하더라. 그 할매들은 멀미약 먹고 왔는지 멀쩡하게 그 순간에도 소주 홀짝홀짝 잘 마시더라구.

 

H: 배가 달릴 때는 안그랬는데, 정지하니 배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다들 화장실에서 토한다고 난리였어요.

 

J: 가시나야, 나는 자리가 화장실 옆이었잖아. 그 토 하는 소리 때문에 내가 더 죽겠더라. 그 소리도 그냥 토하는 게 아니고 폐부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그 깊숙한 소리. 아이고 나 죽겠더라.

 

나: 맞아요. 토하는 소리 들으면 나도 토하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 알아요.

 

J: 나는 토하고, 속이 뒤집히고, 구명조끼 갑갑해서 바로 벗어서 집어 던졌잖아.

 

나: 그러니 왜 아무리 어려워도 그 목을 팔아 넘겨버렸어요? 좀 가지고 계시지. 그리 목이 없으니 더 갑갑하잖아요? 아. M씨도 그 때 같이 팔았었네요?

 

J, M, H: 그래 너 마누라 목 깁니다.

 

M: 배가 멈춘 후 방송으로 갑자기 구명 조끼입으라고 하니 얼마나 불안하든지. 사람들이 웅성 거렸잖아. 그리고 조금 지나니 흰 연기가 배안에 가득차서 또 얼마나 불안하든지. 처음에는 배를 옮겨 탈려고 했는데 파도가 심해 못 옮겨 타고 다시 구명 조끼 입으라는 방송 나오니 또 얼마나 불안하든지. 다시 견인해서 끌고 갔잖아. 구명 조끼 입으라는 방송 나올 때마다 배가 가라 앉나 싶어 얼마나 불안하든지. 견인 하던 중 구 구명정도 떨어지고 그랬는데 가슴이 다 철렁하더라구요.

 

나: 타이타닉 영화 찍을 뻔 했군요.

 

J: 실지로는 다 죽었지? 아 한사람은 살았나?

 

나는 나중에 생각해 보니 구명정 탄 사람은 살았겠고, 못 탄 사람은 다 죽었을 것 같았다.

 

H: 그런데 그거 누구 잘못이지? 선장이 잘못했겟지?

 

나: 그런데 배라는 거 어지간한 규모이면-아버님이 배사업 했잖아요-배에 다 ‘소나’라는 거 있는데 그런 걸로 바닷속 해도에 나와 있지 않은 암초나, 이물체, 물고기들을 볼 수 있거든요. 모르죠. 고래를 물고기 떼라고 생각했거나, 잠시 한눈 팔았거나, 피할려 했는데 묘하게 방향이 잘 안맞아 같이 부딪쳤을 수도 있고요. 그나 저나 안다쳐서 다행입니다. 아 어디 근처 병원에 가서 이리 사고 당했다고 하고 진단서를 받아 제출하지요? 이번 일본 여행 못간 보상으로라도, 어디 머리 아프고 목 아프고, 허리 아프다 하면 그런 것 보통이잖아요. 어디 개인에게 피해주는 것 아니니깐. 그래도 혹 몰라요. 지금은 안아파도 하룻밤 자고 나면 아플 수 있어요. 그럼 꼭 병원 가봐요.

 

J: 창밖 아래를 보니 고래의 피가 온 바다를 물들이고, 윗층에 있는 사람은 고래 피가 솟구치는 걸 보았다고 하더군요. 아이고 무시라.......

 

나는 술만 26,800어치 사왔는데 긴장의 영향인지, 몇병 못팔고, 냉장고에 넣었다. 나중에 맥주 세병 더 마시고 잤다. 이번 여행은 목,금,토 3일간이었는데, 와이프는 아이들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 했고, 주변 친구는 아이들이 장성했거나, 친정 부모님이 아이들 보아 주신다고 했다.

 

와이프가 탔더라면 배 속도의 변화가 와서 안부딪혔을까. 가속도의 힘이 강해 강하게 부딪혀 배가 침몰했을까? 그리 사고의 현장의 주인공은 남포동에서 한잔 하려다 우리집에서 머물며 기력을 회복하고 자고 가라는 걸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의 일기 끝.

 

올해 4월 12일 사건인데 날자가 기억이 안나서, 검색해보니 고래와의 충돌로 인해 한분이 뇌출혈로 치료를 받는 도중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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