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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거 아니면 놔달라는 남친

고민녀 |2008.07.23 08:29
조회 3,784 |추천 0

  안녕하세요?


  이렇게 누군가에게 제 마음을 털어놓으려는 건 철 들고나서 처음이네요.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지가 너무 오래 된 것 같아요. 그만큼 저는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꿈이 크고 많거든요. 주말에도 마음 편히 쉬지를 못하고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 남자는 제게 놀라운 선물이었습니다. 그저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만난 사람에 불과하니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 자신에게 말하며 만나왔는데, 그 사람이 서른 다섯이라 이제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제게 다가온 이유가 저도 결혼을 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답니다.

 

  처음 만난 후로 4달 동안 그는 저에게 정성을 쏟았습니다(결혼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비싼 것들은 아니었지만 제가 요구할 때마다 그는 제가 바라는 것들을 사주고 해주었고 마음을 다해 저를 사랑해줬습니다. 피곤할 때도 제가 원하면 함께 있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사람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는데 그건 그 사람이 정직한가, 약속을 잘 지키는가, 나와 같은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정직했고 약속도 잘 지켰으며(물론 100%는 아니지만 95%) 무엇보다도 제게 믿음을 주었습니다. 지금껏 만나온 남자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세번째 조건, 저와 같은 비전을 갖고 있지를 못했습니다. 그 사람은 꿈이 별로 크지가 않아요. 그냥 직장 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고 잘 쉬면서 살면 장땡 아니냐는 식입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해요. 대학을 안 나왔는데 이제 와서 공부를 다시 할 마음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성공하고 싶거든요. 미국에 가서 뉴욕타임즈에 소설도 싣고 책도 내고 나중엔 사업도 하고 싶습니다. 영주권을 얻어서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그 사람은 집에서 선자리를 주선해준다며 사랑은 또 오는 거고, 제가 자기랑 결혼할 수 없다면 다음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해 맞다고 생각해서 좋은 여자 만나라고 했습니다. 각자 원하는 걸 꼭 이뤄서 행복해지자구요. 그런데 이제 1주일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걸까요.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 사람만큼 사람 자체로 믿음이 가는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어요.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이 무서운 세상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이렇게 미련이 남는 건 제가 25살이고 경험이 적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서로를 믿으며 깊게 사귀어본 사람은 이 사람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고 첫경험까지도 이 사람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완전히 코가 꿰인 것 같습니다. 으흐흑.

 

  내년에 뉴욕에 가서 꿈을 실현할 생각인데 이대로 계속 시간이 가다가는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할 것 같습니다. 아마 저번주에 선을 보거나 소개팅을 하거나 여자를 만나긴 했을 거예요. 그 사람 나이 때문에 집에서 무척 서두르고 있거든요. 그는 35살이고 우리는 4달 만났습니다. 4달 만나고 결혼 안 할 거면 놔달라는 거예요.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결혼 생각은 정말 없었는데 시간이 갈수록(헤어진지 2주도 채 안 지났어요) 그가 정말로 다른 여자와 결혼할까봐 불안하고 좋은 사람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겁이 납니다. 저는 정말 결혼은 생각지도 않았었거든요. 결혼보다는 제 꿈을 이뤄야 하는 시기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사람을 그냥 포기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성공하면, 더 좋은 조건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네요.

 

  애플사의 ceo 스티브잡스는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축사에서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오, 라는 대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외부의 기대, 각종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을 직면해서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 남기 때문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이다, 지금 모두 잃어버린 상태라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기에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도 말했습니다.

 

  저도 이 말이 좋아요. 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50년은 더 살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명쾌하게 제 고민을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선택은 결국 제가 하는 거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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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2008.07.23 08:32
죄송한데 엔터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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