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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서 만난 여인

길가는과객 |2008.07.23 11:11
조회 1,584 |추천 0

 

 

얼마전에 일이 있어서 부산역에 갔는데 어떤 30대 초반쯤 된 것 같은 평범하지만 세련된 여자 분이 저한테 걸어오더군요...

 

" 담배 한대 얻을 수 있을까요?"

 

없다, 그러고 싶었는데...... 어느 새 손이 주머니에 먼저 들어가서 담배를 찾고 있더라고요......담배 한대를 빼서 건네주고 불을 붙여주는데, 풍겨오는 향긋하지만 어딘지 어색한 내음에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끼고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남이 피우면 같이 피우고 싶은 것이 담배인지라 나도 한대 꺼내 물고 불을 붙였는데... 이 여자 가지를 않고 옆에 그냥 있는 거예요......

 

뭐 가라고 하기도 그렇고 ...... 그냥 있으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하는 것도 이상하고 해서 한 5~6초 그러고 있었습니다.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 하셨네요. "

"네?"

 

여자의 질문에 별생각도 없이 그냥 반문을 했지만 그 파장은 5초쯤 지나서 다가 왔습니다. 집에서 부산역까지는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번득 든 것이죠......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 묻기가 귀찮아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는 딱 담배 한 모금에, 한마디씩을 내게 던져 왔습니다...... 마치 얻은 담배에 대한 댓가라도 되는 듯이......

 

"후~~~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것 같네요? "

"아...... 예......모르는 사람 앞에서야 쑥스럽긴 하지만 별반 부끄러움은 타지않는 편입니다. 하긴 사는 게 다 외로움이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해도 불현듯 떠오르는 외로움은 숨길 수는 없겠지요"

 

"후~~~ "친구들이 많으시네요?. "

"저야 남 있는 만큼 거니리고 있긴하죠. 나이들다 보니 동창회다, 학창 시절 동아리 선후배다. 살다보니 사람 아는 것은 다 자산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후~~~ "인덕이 있으신가봐요?"

"뭐 인덕은요? 그냥 그렇게 사는 거죠. 인덕이 그리 많으면 아직도 월급쟁이 하고 있을까요? 하긴 요즘 시절에 사업하기보다는 직장 생활이 낫다는 말도 하지만, 월급쟁이의 비애는 깊이 사무쳐 일상에서 지워지지 않는답니다."

 

"후~~~ "

 

저는 그냥 그녀가 나를 보고 말할때는 그녀의 얼굴을 아니 얼굴이기 보다는 눈을 잠시 보다가, 그녀가 담배 연기를 후~~ 하고 내뿜을 때는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면서 그렇게 그냥 있었습니다.

 

그녀의 질문에 저에 관해 알고 어떻게 알았는지, 왜 질문했는지 궁금하다거나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녀, 그녀의 표정에 눈동자에 거기에 담긴 고요함에 마치 짧은 안식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그녀를 보고,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지금 생각해봐도 왜 그랬는지, 이상하게, 이상하게, 평소와는 다르게...... 마치 서로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무심한 시간 동안 그렇게 있었습니다. 마치 중경 삼림에서 많은 사람이 지나는 길 한 가운데를 서 있는 것처럼.......

 

 

어느덧 담배도 거의 다 타들어가고 앞으로 질문을 한 3~4마디 더 듣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오를 때, 그녀가 나에게 천둥소리를 주었습니다. 첫 질문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가지셨는데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신가요..... 담배 한보금을 깊게 빨고 길게 내뱉으며 그 말을 계속 되내었다......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신가요!

 

 

그녀가 했던 말에 고개를 끄덕여서, 아주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눈동자를 바라보며 계속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단 한 번에 물음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 속으로는 많은 단어가 돌아다니고. 많은 시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들이 지나갔습다. 행복이라니...... 그 단어와 의미들을 되뇌이고, 생각하였습다.

 

 

짧은 격동. 그녀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그 짧고도 긴 순간......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 그순간 궁금해 졌습니다...

 

 

'누구지?

내가 아는사람?.

언제 본적이 있는것 같다...'

내가 크게 뜬 눈으로 그녀를 보자 그녀는 마치 자기에 역할을 다한 사람처럼 여유있는 표정으로 담배불을 끄고는 나를 보며 1초도 안되는 찰나의 미소를 보여주고는 다시 이전처럼 무심하고 여유있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 답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맑은 영혼을 지니셨군요... 혹시 do를 아시나요?"

 

 

신종 “do를 아시나요?” 였습니다. 계속 풍겨오는 향수 냄새는........ 향수냄새에 향 냄새가 섞인 냄새였습니다. 정말 끌려갈 뻔 했지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니 빠져 나오기 힘들더군요...... 또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흠...... 가까스로 빠져 나와 집으로 왔습니다. 부산역에서 이런 사람 만나면 조심하십시오...... 신종이라 그런지 정말 강력합니다. 흠...... 나중에는 만원이라도 달라고 아주 악착같이...... 흠......

 

 

흠...... 많은 것을 가졌는데 행복하신가요? 한참을 생각 했는데...... 일, 매일의 일상, 그런 것에서 행복을 찾을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가족이 있고, 나에게 벗이 있어, 그들과의 추억이 있어 돌이켜 행복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행복한 척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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