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세상에서 내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따지기에 앞서 신(神) 앞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았는가, 무엇을 소유하였는가를 묻기 전에 신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숙고해 보았는가,
왜 바보가 되지 못하는가, 가난한 자의 길을 두려워하는가,
소리치며 깨는 악몽은 자신을 느끼라는 일종의 자각증상이다. 나는 멍한 시선으로 앉아있었다. 그토록 자신을 하늘에 매달고 살려 했지만 어느덧 발길은 반대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스스로 가슴속에 들어있는 신성함을 짓밟아 버리는 우매함은 악몽의 꾸짖음으로 나타났다. 새벽의 소스라침과 함께,
세상에서 버림 받을 때면 신은 꼭 골목 저 편에 서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 할 때에도 신은 웃으며 너는 내 아들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포기하려는 순간에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마다 어둠 속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도 감사하여 엎드려 통곡했다.
나는 세상을 방문하는 손님에 불과하다. 남의 집에 들어서며 내가 그 집의 핏줄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듯한 방과 온갖 물건들, 그리고 맛있는 저녁대접도 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안방을 차지하여 투정을 부리면 안 된다.
언젠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전도사가 내 방을 방문했었다. 어떠한 종교집단이나 교리를 가까이 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눈만 멀뚱거렸다. 열띤 전도사의 교리에 관한 설명을 묵묵히 듣다가 별안간 그가 목마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듯한 커피를 한잔 내 오며 천천히 말씀을 하셔도 괜찮다는 호의를 보였다.
그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조심스런 몸가짐을 유지하며 여호와를 설명하는 그의 태도에서 신이 내려준 그의 사명감이 무엇인가 느꼈다. 그가 일어설 즈음에 혹시 어떤 질문이라도 있냐고 물었다. 나는 싱긋 웃었다. 초라한 옷차림으로 여호와의 말씀을 퍼뜨리는 그의 열성에 감동할 따름이었다.
그는 하나의 가르침을 남기고 문밖을 나섰다.
순간적인 몸가짐도 흩트리지 않고 말씀을 전하다가 그가 내 방을 떠나듯, 나도 남의 방을 방문하는 몸가짐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한 잔의 커피라도 내오면 깊게 감격해야 하며, 주변에 있는 물건에 손가락 하나도 대지 말아야 한다. 내 말을 들어준 사실 하나에 또 감사하며 그가 “파수대와 깨어라”라는 얇은 책장을 방바닥에 남겨주듯, 조그만 선물이라도 세상에 던지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 아들에게 어찌 악몽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모든 물건이 내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현실을 보고 어찌 내 것이라는 주장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욕심을 내며 투정부리는 마음마저도 내 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그렇게 갈망하며 잠을 깬다는 말인가, 잠시 남의 집을 방문하는 손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