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 재학중인 20살 여자 대학생입니다.
제가 학비나 차비나 식비 교통비 책값 등등을 부모님 손 빌리지 않고 스스로 내기 때문에
주말만 되면 매일 알바를 합니다.
마침 아는 사람의 연줄로 결혼 예식을 진행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로 2년 째군요. 18살때부터 했으니까요.
결혼 예식 진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별의별 주례 선생님과 사회자, 그리고 하객분들을 만나봤습니다.
가끔 억울한 소리를 들어도 별 거 아니다 하고 넘깁니다. 서비스 업이 다 그러니까요.
그런데 지난달, 2년 동안 다녀왔던 예식장을 그만두고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예식장 직원의 부름을 받고 그곳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전에 다니던 곳과는 달리 연예인도 좀 많이 보고 트러블도 없고 하객분들 정말 친절하시고 격식 있으십니다.
그런데 11월 7일 일요일 11시 첫식 예식...
그날은 제가 조명과 음향 등을 담당했습니다. 따지자면 그날은 결혼 예식팀 팀장 같은 거랄까요...
첫식인데 주례선생님이 무척 빨리 오셨더라고요. 그러면서 사회자님 오셨냐고 찾으시는데, 아직 예식 시작하려면 한시간이나 남아 있어서 '아직 안오셨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주례 선생님이 저에게 '사회자 아직 안왔으면 내가 여기 예식식순에 필요한 말 같은 거 다 적었으니까 이대로 읽게 시켜'라고 하셨습니다.
...^^...예, 반말, 반말, 좋습니다. 제가 어리기도 하고 주례 선생님들 중 존댓말 하는 분 찾는 게 더 힘드니까요. 그런데 그 뒤로도 사회자님 계속 찾으시고, 사회자님 예식 20분 전에도 안 오시니까 차츰 저에게 짜증을 내시더라고요. 예, 괜찮습니다. 주례 선생님은 사전에 사회자님 만나보시고 예식 진행을 완벽하게 하시고 싶으신 거니까요.
그런데 사회자 님, 너무 늦으시네요. 라고 생각하며 신랑 님께 몇차례 사회자 님의 행방을 물었지만 애매하게 대답하시며 기다리라고만 하시고, 그걸 주례 선생님께 전했더니 화를 내시면서 사회자 대타라도 데리고 오라고 하고...
난감해진 제가 다시 한 번 신랑님께 사회자님 오셨냐고 여쭈었더니, 벽에 기대어 서 계신 친구분이 '어이, 아가씨. 사회자 왔어요, 저기' 라고 말씀하셔서 봤더니곱슬머리 하신 분이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시더라고요.
아, 연예인 흉내를 내시려고 선글라스 끼셨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같이 홀 알바 하며 신부님 드레스 전담하시는 언니가 '어? 저 사람 연예인 김xx예요!'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평소 tv를 보지 않아 오래되거나 나이 많은 연예인, 배우들이 아니면 모르는 저로서는 김xx 씨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영화에 굉장히 많이 출연하셨고, 대표작이 투캅x라고,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이더라고요.
아무튼 그분은 예식을 얼마 안 남기시고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오시자마자 주례선생님과 말씀 나누시고, 예식 시작하기 바로 전에 제가 주례 선생님이 말씀하신거랑 사회자가 해야 할 거 설명하려고 하니까 '나 사회자 500번 했으니까 설명은 됐고요, 물이나 좀 주세요' 라고 하셨습니다.
예, 연예인이시니까 사회 500번은 아니더라도 무척 많이 하셨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을 드린 뒤 예식을 시작했죠. 그런데 주례 선생님이 순서지에 추가하시거나 고치신 말을 안 읽고 내키시는대로 읽으신 겁니다. 주례 선생님쪽을 봤더니 엄청난 눈으로 저를 쳐다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사회자 님, 주례 선생님이 써주신대로 읽어달라고 부탁하셔서 그러는데, 이대로 읽어주시겠어요?' 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실천은 안 하시더라고요. 주례 선생님은 여전히 절 쳐다보시고요.
하하, 그게 제 잘못인가요...
그리고 김xx 씨가 축시를 읊을 거라는 걸 예식 시작하기 1분 전인가 전해들었습니다. 그래서 김xx 씨에게 '축가 자리는 저쪽이니까, 축시 읽으실 때 저쪽으로 가셔야 해요.' 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저희 예식장에는 축가 부르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그곳은 사회자 석과 정반대의 위치에 있습니다.)
'아니 사회자가 사회자 석을 벗어나면 어떡합니까. 저쪽까지 가야 되면 차라리 안 읽을래요'
이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그럼 읽지 마세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게다가 사회자 석에서 읽게 해드리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요... 그래서 아, 예, 그럼 여기서 읽으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또 드릴 말씀이 있어서 말을 걸려고 햇더니 사진 찍으시는 분이(이 예식의 드레스와 사진 앨범 등은 외부 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사진기사님은 저희 예식장 측 분이 아니셨습니다.) 김xx 씨 사진을 찍으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안 나오게 하기 위해 기둥 뒤로 몸을 피하고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리자 다 찍었겠지 하면서 다시 김xx 씨 쪽으로 몸을 돌렸더니 기사님께서 계속 찍으시더라고요. 네 방 씩이나요. 그때마다 저는 기둥 뒤로 숨었는데, 무슨 사회자 사진을 이렇게 찍을까 생각하며 조금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연예인 김xx 씨가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너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조금 시간이 지난 터라 자세한 건 기억이 안나지만 거의 이런 식이었습니다.
'당신 아까부터 왜 이렇게 인상을 찌푸려?'
반말...
반말....
'그리고 왜 주례가 시키는대로 읽으라는 건데? 내가 주례 꼬붕이야?'
제가 언제 그렇다고 했나요. 저는 그저 주례 선생니이 시키시는 대로 말씀을 전했을 뿐입니다.
너무 갑작스럽고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가만히 보면서 '제가 사회자님 때문에 인상을 찌푸린 게 아니라요...' 라고 말하는데 김xx 씨가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 여기서 짤리고 싶어? 똑바로 해'
아, 이때 정말 서럽고 얼굴 화끈거리고 억울하고 무서워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진짜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하면서 억울하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때 예식 도중이었고 제가 난리쳐서 예식 망치면 예식장 손해고,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기에 진짜 꾹 참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한참 주례사를 들을 때 사회자님이 '화내서 미안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멘트가 있는데 주례 선생님이 자꾸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읽어라 해서 화가 나서...' ..............................................................................
아, 주례 선생님 때문에 화가 나서... 주례 선생님 때문에 화가 나서 저에게 반말에, '당신 여기서 짤리고 싶어?' 라고 말씀하신 거군요...
여러분,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날 김xx 씨는 이미지 상관하지 않고 화가 난다는 이유로 저에게 심한 말을 하셨습니다.
예, 얼굴 찌푸린 거, 그거 정말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김xx 씨 때문에 얼굴 찌푸린 게 아닐지라도 제 얼굴 보고 오해하셨을 수도 있죠. 오해하도록 사람 앞에서 얼굴 찌푸린 채 있던 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예식 진행이 익숙하지 않아서 예식에 작은 트러블이라도 있을까봐 긴장때문에 얼굴이 굳어졌고, 김xx 씨에게 말을 걸 틈을 주지 않았던 사진기사님 때문에 얼굴이 찌푸려졌거든요.
하지만... 하지만 일반인에게, 그런 식의 말씀은 좀 심하지 않으신가요...
저 알바 도중에 울 수가 없어서 꾹 참고, 다행히 그날이 일요일이라 예식이 적어서 네 시 전에 끝낫거든요. 그래서 집에 가서 실컷 울었습니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얼굴 하나 찌푸린 걸로 청소년도 아닌 성인인 제가, 밖에 나가면 '학생'이 아니라 '아가씨' 소릴 들을 제가, 아무리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이신데다가 연예인이시라지만, 반말을 들은 데다가, 사장님이나 아르바이트 관리하는 직원도 아닌 분에게 '당신 여기서 짤리고 싶어?'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굴 찌푸린 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정말...
저 지금도 그날 일만 생각하면 억울해서 눈시울이 먼저 붉어집니다. 그날 같은 홀에 배치되었던 드레스 담당 언니에게로터 김xx씨와 제 사이에 있던 일을 들은 직원분들 셋이 입을 모아 '뭐 그런 경우없는 일이 다 있냐', '인터넷에 그 연예인 실명 공개하고 오늘 있었던 일 다 올려라' 라는 둥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공개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 되고, 이렇게 한탄이나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은 지 2주일이 지난 지금에도 저는 그때 일만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예식 도중에 저에게 사과를 하셨지만, 제가 듣기로는 변명식의 사과셨거든요. 사과 받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김xx 씨가 이 글을 읽으실 가능성은 0.09574%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김xx 씨. 제가 알기로 김xx 씨는 40대 중, 후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91년 생으로 20이고요. 김xx씨에게는 제가 자식뻘일 텐데... 그렇게 말씀하시고 마음 편하셨나요. 만약 김xx 씨에게 딸이 있고, 그 딸이 20살이고 대학 학비나 차비, 기타 등등을 벌기 위해 열심히 결혼예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연예인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셨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그 소리 듣고 그 상황에 처한 본인으로서는 눈물 납니다. 눈물 나는 것뿐만 아니라 억울합니다.
알바 경험담 치고는 조금 길었죠...
예식장 알바 하면서, 특히 결혼 예식 진행하는 홀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하객분들이나 주례선생님, 사회자님, 축가 부르시는 분 등등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들 많이 보지만 이랬던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서 경험담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