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잎위에 또닥또닥 빗소리를 내며 가을비가 내아버지의 비옷을 타고 주르룩 한두방울씩 미끄럼을 타며 해맑은 미소로 내려오고있다..
작은 작대기에 몸을 기대 땅을 짚으시며 비옷에 내린 비를 툭툭 터시고 사과밭을 돌아다니시면서 사과나무가 행여나 다칠까봐 자식돌보듯이 나뭇가지도 주우시고 어느 바람에 날려온 비닐 조각도 주워 비닐포대 넣으시고 참 열시미도 하신다...
이른 가을날에 내린 비가 자식인 난 그비조차 아버지가 비에 미끄지실까봐 내심 걱정이된다...
이른을 바라보는 연세에 과수원 일을 한신다는건 왠지 버거워보이까지하는데...
갸냘픈 몸으로 세상을 내려오는 아가비에게 말썽을 부리지 말라고,
내아버지의 비옷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지 말고 네가 있던 곳으로 가라고 말을 하여도 아가비는 신나다는듯이 장난을 치고 있다...
한나절을 아가비와 과수원밭을 돌아다니시며 사과나무에게 가을바람에 감기들까 옷을 입혀 주시고 모양도 예쁘게 내주시는 아버지...
그런데 그만 짖굳은 아가비의 장난에 미끄러지셔 다리를 삐긋하신모양이다...먼 발치에서 아버지의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본 난,급하게 뛰어갔다...괜찮다며 ..
이제 집에 그만 가서 쉬어야 겠다며 절뚝 거리며 집으로 가신단다...과수원에서 집까지 걸어서 한시간 정도는 걸리는 거리인데...
차도 없이 어떻게 집까지 걸어갈지...
사람을 불러오겠다해도 ,이만한 일로 사람을 부르냐며 어서 집으로 가자고 하신다...아버지께서는 고집이 조금 있으신분이다..
아버지의 성격을알기에 뒤를 따를수밖에 없었다...
삼십분을 걸었을까...
아버지 친구분에 집에 걸어왔을때쯤 잠시 쉬었다 가자며 긴한숨을 내쉬셨다...처마끝 떨어지는빗방울들은 아버지의눈물을대신하고,평생을 농사일에 몸한번 제대로 쉴수없었던 ...그렇게 오십년을 궂은 일을 하시고 계신다...
한나절일을 끝내고 태양이어둠속에 묻히면 피곤한몸을 방에
눕히시고 또다시 새벽이 오면 작은 몸을 일으켜세우신다..
아가비가 하늘 저 끝 구름 사이로 집으로 돌아가고 새벽녘 안개를
지게에 담아 구부러진 허리를 지탱하기 위해 작대를짚고
힘겹게 걸어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어제 일을하시다가 삐긋 하신 다리는 아랑곳 없이 조금의 불편한 모습으로 새벽 안개 친구삼아 ,"아이고 다리야"하시며 오늘은 비가오지 말아라며 작은 주문을 외우신다...
아침밥을 급하게 먹고 과수원 밭으로 가니 벌써 아가비는 아버지의 지게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가 떠나간 흔적이보인다.
산새들이 쫑알대고 풀벌레들이 이른 아침 아가비가 뿌려놓은
이슬비에게 뭐라고 뭐라고 정겹게 인사를 건네는 산속의아침..
그속에서 내아버지께서는 오늘도 변함없이 지게 작대에 몸을 의지하며 과수원밭을 돌아다니신다.
시계를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어놓은
작은 초가집에가서 점심을 차려놓고 아버지를 찾으러 과수원밭을향해 열심히뛰었다..
저만치의 거리에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정말작은 아버지의 모습이다..어릴땐 아버지가 제일 큰 줄 알았는데..
저렇게 작아 지셨다니,세월은 꼿꼿한 아버지의 허리도 구부러지게하고 머리엔 하얀 꽃잎을을 뿌려놓고 가버렸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고 었다.
"왜 그렇게 서 있누",하시며 얼른 밥먹으러 가자 하신다..
네...점심을 드신후 한잠 잘거라며 오후4시쯤 깨우라고 하신다.
가을볕이 뜨거워 한낮은 일을하시지 않고 쉬셨다가 새벽녘부터 오후 늦게까지 일을 하신다..
벌떼처럼 복잡한도시생활을 몇일 뒤로하고 시골생활이 이제겨우 삼일째인데 난 벌써부터 산으로 둘러쌓인 이곳 생활에 조금은 배부른 투정을 하고 싶어 진다.
오후 네시가 다 되어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물들어 가고
있다.
아가비가 심술이 난것일까..
하늘 아래 세상구경을 또 하러 오나보다..
하늘님에게 혼자서중얼 거려 본다.
바람쟁이 아가비야,오지 말아라고...
후두둑 후두둑 갑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세상을 내려오는 아가비..아가비의 요란한 세상 구경에 아버지께서는 언른 일어나신다.
"또 비가 오는구나..이래서 올가을 사과 농사가 제대로 되겠나,
그 비도 참 어지간히 오는구나.."
어버지와 딸은 그렇게 내리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가비가 얼른 놀다가 하늘 구름 사이로 돌아가길 ...
서로 말은 안해도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비가 언제그칠지 모르니 비옷을 가져 오라신다.
어제 놀다간 아가비의 흔적이 고스란히 비옷에 남아 있다.
흙장난을 치고 미끄럼을 타며 얼룩해진 비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으신다..
과수원을 한바퀴 돌고올테니 예서 기다리라며 아가비를 등에 업고
유유히 사라지신다..
마음이 놓이질 않아 아버지몰래 뒤를 따랐다...
신나다는듯이 아가비는 사과나무에게 매달려 열심히 장난을치고
아버진 아가비를 쫓아내려고 자꾸만 비옷을 툭툭 터신다.
가을내내 이렇게 자주 비가 오면 사과농사가 걱정이신 아버지..
과수원전체를 다 돌아보신후
잠시 쉬러가자며 초가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신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것이니 서둘러 전기장판을 꼽으라 하신다..
저녁을 먹은후 금새 잠자리에 드신아버지..
많이 피곤해 보이고 지쳐 보이신다...
잠시 아가비가 물러간 새벽녘...아버지께선 언제 깨셨는지 새벽별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아무말 없이 흘러간 부녀의 새벽 시간은 가슴에 짠함을, 뭉클하게 만들어버렸다..
언제까지 과수원일을하실까...
이제 그만 하시고 좀 쉬시면 좋으련만,쉬면 몸이 아프다며 당신의
고집을 꺽지 않으신다...
빨갛게 익은 사과 위에 아버지의 고단함이 함께 물들어 가고있다.
철없는 아가비는 오늘도 내일도 매일 같이 찾아와 사과나무를 돌보시는 내아버지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가끔씩만 세상에 내려와 아버지의 아픔을 씻어주고 쉬게 해주었으면..
구부러진 내아버지의 등에 그만 업히고 네가 있는 그곳...
하늘 구름 사이로 어서 돌아가려므나...
개구쟁이 아가비야..
바람쟁이 아가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