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네이버에서 펌) :
세계 최강의 전사. 칼을 버렸던 그가, 서부 사막의 끝에서,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다시 칼을 든다! 모든 이를 압도하는 냉혈 카리스마로 상대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된 한 남자(장동건 분). 유일하게 남겨진 적의 혈육 '아기'를 보는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리며 칼을 내려놓게 된다. 자신을 쫓는 비밀 조직을 피해 서부의 외딴 마을로 향한 전사.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마을에 들어온 그는 말괄량이 처녀 ‘린’(케이트 보스워스 분)과 카우보이 출신 주정뱅이‘론’(제프리 러쉬 분)을 만나면서 잔인한 전사의 모습에서 아기와 여자를 지켜주는 평범한 남자로 서서히 변해간다. 한편, 어릴 적 ‘린’의 가족을 몰살시킨 악당 ‘대령’(대니 휴스턴 분)이 다시 마을을 위협해온다. 과거 무참히 당하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전사는 봉인됐던 자신의 칼을 꺼내 든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막의 끝, 전사는 이제 죽이기 위함이 아닌, 모두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결전을 시작한다.
review :
장동건의 첫 헐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워리어스 웨이>를 개봉 2주차에 관람하고 왔다. 혹평이 자자한 영화지만, 개봉 전 유출되었던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잠시 경험했던 비주얼 스타일을 꼭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었다.
이 작품의 성과라면 먼저 한국인 스탭과 배우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일 것이다. 각본, 연출, 촬영감독, 주연배우가 모두 한국인이다. 베리 오스본(<반지의 제왕> 제작)이라는 걸출한 제작자를 등에 업긴 했지만 본격적인 제작과 투자가 확정될 때까지 프로젝트를 끌고 간 것은 보람 엔터테인먼트라는 한국 제작사였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에서 9위로 죽을 쑤긴 했어도 -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라고 할지라도 - 시도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케이트 보스워스와 제프리 러쉬, 대니 휴스턴 같은 배우들을 조연으로 두면서 장동건이 원톱으로 극의 중심을 이끄는 것 자체는 값싼 애국심이라고 비판받기 전에 일단 흐뭇하지 않은가.
이 작품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스타일리쉬한 액션도 킬링타임 영화로서 최악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액션디자인에서 클리셰들이 난무하지만(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한다) 기대를 조금 접고 극장에 입장해 가벼운 오락영화로 즐길 생각이라면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풀 샷에서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단박에 치달으면서 총알이 발사되는 장면을 세밀하게 보여주거나, 슬로 모션과 360도로 돌아가는 카메라 워킹도 액션의 디테일을 충분히 살렸다고 생각한다. 블루스크린 촬영과 디지털 색감 보정으로 가상적인 공간을 연출해서 동양과 서양의 코드를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실험도 아주 수준 이하라고 볼 정도는 아니다. 장동건과 동양무사들 간 초반 액션 씬에서 흐르는 OST로 꽹과리 소리가 삽입된 김덕수 사물놀이패 베스트 트랙 중 하나를 택한 것은 특히 좋은 연출이었다고 본다.
=====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 영화보실 분들은 관람 후 읽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
그렇다. 기대를 품지 않고 그저 멍한 상태로 장동건이 혼자서 다 찌르고 베고 죽이는 장면을 즐길 수 있다면 이 영화는 괜찮은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재간이 못 되었다. 분석하는 뇌세포는 왜 이렇게 죽지 않는지.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떠올렸던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라스트 사무라이>
<닌자 어쌔신>
<백 투 더 퓨처 3>
<형사>
<마스크 오브 조로>
<씬 시티>
<중경삼림>
<원티드>
<매트릭스 2 리로디드>
<반지의 제왕>
<싸움의 기술>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미션 임파서블 2>
<바람>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괜찮은 볼거리들이 모두 크리에이티브를 희생하면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전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차용하거나 모티브를 얻은 것들이다. 편집과 음악, 스토리의 일부는 한국, 중국 영화에서 가져 온 것이다.
웨스턴 무비를 동양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이미 김지운 감독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했던 것이고, 동양인이 서양으로 가서 한 수 가르쳐 주는 설정은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의 역발상과 다름없다. 자신을 키워준 스승을 배반하여 어제의 동지들로부터 쫓긴다는 내용은 <닌자 어쌔신>과 판박이다. <닌자 어쌔신>과는 머리와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는 고어 수준의 액션까지도 비슷하다. 서부의 소도시에서 주민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파티를 열고 춤을 추는 장면은 <백 투 더 퓨처 3>를 연상시키지만 연출은 <워리어스 웨이>가 훨씬 투박하고 촌스럽다. 이후에 두 남녀 Yang(장동건 분)과 린(케이트 보스워스 분)이 검술 대결을 마치 춤추듯이 하면서 감정적으로 가까워지는 장면은 이명세 감독의 <형사>와 헐리우드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를 비롯한 숱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미 넌더리가 날 정도로 써먹었다. 블루스크린 촬영과 CG효과, 색감 보정을 통한 인공적 공간 이미지 창출은 <씬 시티>에서 이미 시도했던 까닭에 <워리어스 웨이>의 초현실적 공간이 그닥 신기해보이지 않는다. 동양 무사들이 건물들 위로 줄지어 서있는 장면도 <씬 시티>에서 써먹은 연출이다. 중반부 동양 무사들을 피해 건물로 대치하는 시퀀스에서는 왕가위 감독이 <중경삼림>에서 도입한 스텝 프린팅 촬영기법이 동원되는데, <중경삼림>에서는 거친 느낌과 늘어난 시간 속에서 인물들의 불안감을 확대하는 효과를 줬다지만, <워리어스 웨이>에서 갑자기 이런 기교를 부리는 것은 뜬금이 없다. 스타일이 균질하지 못하다는 느낌만 줄 뿐, 겉멋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액션 스타일 대부분은 <매트릭스>, <원티드>와 유사하다. 린이 Yang을 앞에 두고 칼 던지기를 하는 장면은 안젤리나 졸리를 장동건이, 제임스 맥어보이를 케이트 보스워스가 대체한 것이다. 문제는 마음이라는 대사까지 <원티드>와 닮았으니 더 무슨 말을. Yang을 중심에 두고 360도로 카메라가 회전하면서 주위의 적들을 물리치는 액션은 <매트릭스 2 리로디드>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가 수백 명의 복제된 스미스 요원들을 대적하는 장면과 유사하다. Yang의 칼집에서 검을 꺼내면 Yang을 쫓는 적들이 저절로 Yang의 위치를 알게 되는 설정도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다. 반지가 검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신분을 감춘 적의 눈을 젓가락으로 찌르는 장면은 <싸움의 기술>에서의 백윤식을 떠올리게 하며, 어두운 건물 복도에서 Yang이 적들을 무참하게 해치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는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에서 힛-걸의 아버지 구출 씬에서의 시각효과를 닮았다. 적들을 멀리 두고서 Yang이 옆모습을 보이며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 2>에서의 톰 크루즈의 모사다. 그나마 창의성이 발휘되었다고 생각되는 국악의 OST 도입도 사실은 <바람>이라는 한국영화에서 이미 했던 실험이었다.
<워리어스 웨이>에서 장동건의 연기는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그러나 그의 전작이나 <해안선>같은 작품에서 장동건의 연기를 떠올려보면 이런 결과는 주문의 의한 것으로 짐작된다. 배우의 연기를 조율해야 하는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많은 네티즌들이 <워리어스 웨이>를 정우성, 김태희 주연의 <중천>의 ‘재앙’과 비교하는 데, 그 유명한 김태희의 단세포 연기가 <워리어스 웨이>의 장동건에서 재연된 듯 하다. 아무리 무뚝뚝한 전사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아기를 죽여야 하는데 갈등하는 장면이나 검술 액션을 하는 장면이나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장면이나 린을 대하는 장면이나 시종일관 똑같은 무표정이라니. 보이스오버 내래이션은 ‘그는 새로운 삶을 배워갔다’,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는 법을 알아갔다’는 식으로 나오지만, 장동건의 표정에서는 뭔가 변했다는 걸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케이트 보스워스나 대니 휴스턴, 제프리 러쉬의 연기가 돋보이는 데, 별다른 리액션 연기를 하지 않는 목각 인형 장동건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되레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닌자 어쌔신>의 정지훈이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의 부실함이다. 킬링타임용 영화에 바라는 게 뭐 그리 많겠느냐 하겠지만, 아무리 오락영화라고 그래도 최소한 주요 캐릭터 행위의 동기는 확보해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이야기의 부실함은 초반부 양이 무사와 1대1 대결을 할 때 무사 밑으로 깔리는 영어 자막이 “동양 최고의 무사. 아직까지는”이라고 뜰 때 실소하면서부터 살짝 예감을 했었다. 그따위 사족이나 다름없는 자막을 집어넣는 감독의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니까.
이 영화의 기본 철학은 ‘그냥’이다. 장동건은 단지 ‘그냥’ 강해지고 싶어 최고의 무사가 되고 싶었고, 죽여야 했던 아이의 웃음을 본 순간 ‘그냥’ 마음이 흔들려 죽이지 않는다. 린이 초기에 Yang을 돕는 이유도 불분명하다. 이것도 아마 ‘그냥’? 악당 캐릭터에서 입체성까지 갖추기를 이런 영화에서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저 ‘그냥’ 사람 죽이고, ‘그냥’ 강간하는 거 좋아해서 그런다는 식으로 하기엔 너무 싱겁지 않은가. 매력 없는 악당 캐릭터는 영화를 재미없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 석양을 향해 가는 장동건의 진로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왜 그쪽으로 가냐구? ‘그냥’ 최후의 적과의 대결은 너무나 심심하게 끝난다. 왜? ‘그냥’
<워리어스 웨이>를 연출한 이승무 감독의 아버지는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다. 아들이 아버지 명성의 무게에 짓눌릴 필요도 없다. 어쨌든 용감하게 도전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어령의 아들이 아니라, 그냥 신인감독 이승무를 놓고 본다고 해도 <워리어스 웨이>는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다. 이건 차라리 이승무의 영화가 아니라 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의 영화라고 하는 게 낫다.
장동건은 <워리어스 웨이>에서 동양 최고의 무사로 나온다.
그러나 동양 최고의 무사가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영화에서 ‘생략’되어 있다.
단편영화 하나 찍어본 적 없이 영화 연출, 제작 경험이 ‘생략’된 채로
낙하산 감독이 대자본이 투입된 장편영화에 도전했으니
어쩌면 이런 결과는 필연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