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왜 이 곳(한국방송통신대)에 지원하셨습니까?"
1학년 출석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던지신 첫 번째 질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다른 학생들의 지원동기가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죠
"이제 아이들은 다 커서 더 이상 나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되고...
남편은 자기 일로 여전히 바쁘다 보니...
갑자기 뭔가 허전하고, 왠지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무기력해지고..
또 여태까지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억울하기도 하고...
그러던 차에 아는 엄마가 같이 다녀보자고 해서요...”
나이 지긋하신 아줌마들을 대표하듯 한 분이 수줍게 그러나 용기 있게 대답하셨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고 또 향후 경력에도 유리한 것
같아서 등록했습니다." 현재 한 회사에서 과장으로 계신다는 중년 남자 학우의 답변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분이 한국방송통신대 학년 과대표 라고 하네요.
그리고 그 옆자리에 앉으신 또래의 공무원 이신 분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20대 초반의 풋풋한 젊은 친구가 말했어요
"전 작년에 대학에 떨어졌는데... 다시 재수하고 싶진 않고... 술자리에서 아는 선배가,
마냥 포기하느니 한국방송통신대에 다녀보는 건 어떠냐고 해서요.."
저만치 뒤에 자리잡은 그 학생의 주변에는 또래의 젊은 친구 몇 명이 서로 꽤 친한 듯 앉아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보니 이들은 아줌마들의 사랑을 듬~ 뿍 받고 있었습니다.
과일이며 마실 것들을 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아들 딸을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그렇구나! 한자리에 모였지만 이유가 이렇게 다르구나...!'
그런데 하루 종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느낀 점은 이런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가족처럼...
교수님 앞에선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나도 나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럼 난 왜 이 자리에 있지?'
학사학위취득으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데...
전 어떤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종류의 자극이 되는 것은 확실하니까.
사람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즐긴다 하지 않던가.. 결국 즐기고 싶어서겠지..^^
영화 OST가 특히 더 감동적인 것은 그 영화를 봤기 때문이고,
여행을 더 갈망하게 된 것은 한비야의 수필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고,
스타벅스나 맥도널드가 다른 시각으로 보이는 것은 그들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공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뭔가를 배우게 되면 그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듣기에 좀 배부른 소리 같지만, 난 좀 배고픈 것을 감수하고 이 시간을 마련했으니 상관없습니다.
충전의 계기가 된 한국방송통신대나 그 곳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우 분들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각자 자신이 원했던 것들을 모두 이뤘으면 합니다. 물론 나도... 포기 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