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갖고서 많이 달라진 그를 보면서 아기와 나와 신랑의 미래를 꿈꾸었었다. 안심도 되었었다.
행복하기도 했다. 남편이 더도 덜도 말고 딱 이정도라면 계속 이 행복이 유지 될것 같았다. 싸우는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였고 다퉈도 금방 미안해하는 남편이었다.
물론 그때도 남편의 지독한 말버릇은 가끔 튀어나왔지만 진심이 아니겠거니...
남편 말대로 화나서 내뱉은 소리겠거니 하면서 넘겼다.
아니, 솔직히 완전히 이해를 한건 아니었다. 애기 지워버리라는 소리는 그때고 지금도 충격적인 말이다. 지금도 그 말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
물론 남편은 애기를 굉장히 이뻐한다. 자기 새끼는 끔찍한가보다...
그래서 싸울 때면 이혼해도 애기는 못 준다는 그 소리를 하고 있다.
애기를 낳고 남편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애기는 너무 이뻐하지만 나에겐 독설과 간간히 때릴 것처럼 위협하는 태도....
사실... 임신 기간동안에도 남편이 불안했었다. 지금은 임신 기간이니까, 자기 자식 뱃속에 있으니까 저러고 있지만 애기 낳으면 또 다시.... 이런 생각을 안한건 아니다.
그래도 설마 했다. 진짜 남편이 변했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그러나....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며칠전 내가 사고를 크게 하나 쳤다. 계속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했다. 남편은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 던지며 온갖 말을 다했다. 그래도 가만 있었다.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까... 잘못했고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날 밤은 연락도 없이 귀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 했더니 술 마신단다. 왜 전화안했냐니까 '그냥' 이란다. 뻔하다... 싸운 날은 말도 없이 집에 늦게 들어온다. 술을 마시고....
그렇게 한잔 하고 들어와서는 또 화풀이를 한다. 온갖 욕설과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하면서...
나도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내가 잘못한건 인정하고 너무 미안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런말까지 들을 이유는 없다고. 그만하라고. 그렇게 나오니 남편은 미안하다면서 그렇게 나오냐면서 싸움이 또 시작되었다. 남편은 내게 정신병자니, 정신병원에 의뢰 할거라는 소릴 한다.... 가족 중에 정신병력 있는 사람 있냐고.... 우리 엄마는 지금 치매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걸 두고 하는 소릴일까?
그러다 결국엔 자기 분에 못 이겼는지 애기가 내 앞에 있는데 발로 차기 시작했다. 며칠전에 다쳐서 다리 한쪽은 깁스를 했는데도 잘만 차고 머리를 손가락을 콕콕 찌르고 밀고....
난 맞으면 눈이 돈다. 맞고만 있을 수 없어서 깁스한 발로 일어서서 왜 때리냐고 난리를 쳤다.
애기를 안더니 또 그 소리다. 이혼해도 양육권은 못준다면서 또 발로 찬다. 배를 발로 차여서 바닥에 뒤로 넘어졌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전화기를 집어서 112 버튼을 눌렀다. 남편이 그걸 보더니 뺏으려고 팔을 꺾었고 난 안 뺏기려고 용을 썼다. 하지만 남자 힘을 어찌 당해...
남편이 거실로 간 틈에 다시 112에 전화를 했다. 경찰이 왔다. 남편은 작은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경찰이 뭔데 우리집에 들어왔냐고 한다. 결국 남편은 나왔고 되려 서로 가자면서 큰소리다. 경찰은 나에게 부부 간에 처벌은 구속이 어렵다고 했다. 벌금 정도 나올거라고...
어떡할거냔 경찰의 말에 난 망설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오히려 남편은 서로 가자면서 큰소리길래 그러자고 했다.
경찰서에서도 난 한참을 생각했다. 어떡해야 할지... 경찰은 법적 처벌을 원하냐고 했고 난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난 법적처벌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우린 아무말이 없었고 난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병원으로 가서 진단서를 끊었다. 의사는 남편이 또 때렸나며... 전에도 남편이 나에게 영광스러운 흔적을 남겨주었기에 병원에 갔었다.
의사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것은 행동장애가 의심된다고 했다. 정신과에서 교정을 받아보도록 권유를 해보라고... 여자이고, 깁스를 한 상태에다 애기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이렇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한다. 나도 안다.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런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또 무슨 화를 당하라고....
이런 식이다. 애기를 낳고 난 다시 절망에 빠졌다. 희망인가 싶었는데....
출산을 하고 계속된 싸움에 난 어느순간부터 오래는 못 살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난 이럴걸 알고 있으면서도 눈을 감아버린것은 아닐까? 아닐거야, 우리 남편은 화가 나서 그런것 뿐일거야. 사실은 꽤 괜찮은 사람이야. 이러면서 나를 위로했던게 아닐까?
그런것도 같다. 내 평생 살면서 나한테 욕설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었고 맞은것도 이 사람이 처음이었는데 그래도 평소엔 멀쩡하고 유쾌하기까지 했으니까. 결혼 전에도 분명히 그런 기미가 있었다. 그런데도 다신 안그런다고 했으니까 진짜 안그러겠지 이러면서 결혼도 했다.
욕설과 폭력을 처음 겪었을땐 나도 충격을 받고 노발대발하며 어떻게 욕을 할수 있냐며 난리를 쳤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남편이 욕하면 나도 같이 욕한다. 너 참 욕 잘한다 어디서 배웠냐 그러면 너한테 배웠지. 너 따라갈려면 한참 멀었다고 한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었다.
결혼 전엔 드라마를 보면서 어떻게 저러고 살 수 있냐고 하던 내가 그러고 살고 있다.
오갈데 없는 불쌍한 여자가 되었네... 머리로는 이혼을 하는게 맞는데...
이렇게 이쁜 내새끼 안준다니 미치겠다.
돈이라도 많이 모아놨으면....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