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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등을 돌려버린 너에게...

구리구리 |2011.01.04 13:55
조회 33,329 |추천 87

 

 

  

기억나니?

아직은 추웠던 2004년 3월 17일.

우리가 사랑한지 겨우 이백일이 지났을 무렵 너는 입대를 하게됐어.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학교도 결석하고, 논산으로 따라갔던날.

아침에 출발할때는 너의 짧아진 머리가 이상하지 않았고,

소풍가는 꼬마 처럼, 마냥 즐겁게 웃었었는데..

훈련소 앞에 도착하면서부터 내 마음은 점점 무거워 지더라.

 

같이 먹는 마지막 밥이라 맛있게 먹는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숟가락만 먹어도 목이 메여 도저히 먹을수가 없어서 그대로 놓고 나와버렸던 그 식당도 아직 생각나.

너를 보내야 하는 시간이 되었고 훈련소 안에서 너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을

나는 멈출수가 없었다.

 

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혼자서 너의 사진을 바라보며 내내 눈물만 쏟으면서도,

입대하는날 울면 못기다린다는 바보같은 속설이 생각나서

자꾸만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훔쳐버렸지.

 

그렇게 너 없는 나의 생활이 시작됐어.

늘 함께하던 학교가는 지하철 안에 이제 나는 혼자였고,

수업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너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힘들었던 시간들.

너의 손에 끼워져 있던 커플링만이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었다.

 

백일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너의 첫번째 편지를 애태우며 기다리면서,

하루 하루 나의 생활을 편지지에 쓰다 잠들었던 날들.

 

너의 첫 편지를 받고, 20통 가까운 편지를 한번에 보내고 난 후에

모두가 부러워했다는 너와 동기의 편지때문에

나는 어깨가 으쓱이기도 했었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백일 휴가를 나오게 되었고,

너와 함께한 4박5일은 내 삶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될 줄 알았어.

 

위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달력에 하루 하루 날짜 지워가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너는 일병이 되었고, 상병이 되었고, 병장이 되었지

 

하루 하루 너의 제대일이 다가오면서

우리가 사랑한지.. 아니 내가 너를 사랑한 시간이 벌써 천일이 넘어있더라.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너를 믿었기 때문에..

제대하는 날까지 하루에 한통씩 꼬박꼬박 편지를 썼었고,

한달에 한번씩 가는 면회가 힘들지 않았고,

휴가때나 면회때, 소포 보내느라 쓴 돈도 아깝지 았않고,

세상 모든 연인들이 함께하는 날에는 부러우면서도 너를 생각하면서 외로움을 참아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730일이 지나가 기다리던 제대하는 날이 되어있더라.

 

제대하는 날 아침.

너의 부대 앞으로 마중을 나가서 너와 손을 잡고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때 난  정말 내가 세상에서 젤 행복한 여자로 느껴졌었다.

 

너무 고맙다는 너의 말에.

정말 대단하다는 주변의 칭찬에.

정말 행복하기만 하던 그때.

 

이젠 너와 함께할 핑크빛 미래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너는 조금씩 변해가더라.

 

점점 연락이 뜸해졌고,

나와 함께하는 것 보단 너의 생활이 더 우선이 되어버렸고,

어렵게 시간을 맞춰 데이트를 하게 되더라도 그리 반가워 보이지 않았어.

 

장난삼아 군대 있을때처럼 한달에 한번만 데이트하자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 아니 그보 다 더 심하게 행동했던 너의 모습.

 

너의 그런 태도에 나는 점점 화가 났었고,

짜증도 많이 냈었고,

3년 넘는 시간동안 싸워본적 없던 우리가 싸우는 일까지 생기게 되더라.

 

그러던 어느날 아침.

넌 내 미니홈피에 헤어지자는 장문의 편지를 써놓고 이별을 말했지.

 

이유도 모르는 이별 통보.

울며 애원도 해보고, 매달리기도 해봤는데

우리가 사랑한 시간의 3분의 2를 너를 기다리느라 혼자 보내야만 했던 나에게

너는 끝내 이별을 말하더구나.

 

그렇게 너는 내게 등을 돌리고, 우린 연인도, 친구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렸지..

 

너와 헤어진 후에,

나는 밥을 먹을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어.

 

내 삶이었던 니가 사라져버려서.

난 더이상 살 수가 없더라.

 

한달만에 7kg이 빠져버렸고,

언제나 잘 웃던 나는 더이상 웃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지.

 

헤어지고 두달만에 나를 찾아와서는 친구하자며 나를 보며 웃었던 너에게

그래도 니 옆에 있고싶어서..어떻게든 너와 연을 끊고 싶지 않아서..

겉으론 그러자고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론 어떻게 너랑 친구를 할 수 있냐며 울고 있던 나였어.

 

기억하니?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니가 여자로 태어나서 나를 기다려 주겠다고 했던 말.

내가 많이 힘들었으니까. 다음엔 니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겠다던 말.

 

참 어리석게도,

군대라는 곳에 있던 너의 그 말을 나는 진심으로 믿었고, 행복했었다.

 

너와 헤어진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네..

이젠 아무런 연락도 할 수 없고, 소식도 들을 수 없는 정말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가끔은.

참 미련한 기억이 남아서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더라.

 

이 글을 니가 읽을 확률은.. 아마도 거의 없겠지..

이젠 너를 사랑하지도, 그렇다고 너의 소식이 궁금하지도 않은데..

그냥, 가끔은 말야.

우리가 연인이 아닌 친구로 지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럼, 이렇게 아픈 일도 없었을 텐데.

비슷한 모습을 보아도,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을 만나도 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고..

 

그래도 그땐,

정말 나는 너를 사랑했었다.

니가 날 떠난 후에 내 심장이 멈출만큼이나...

 

지금 난, 더 이상 너땜에 우는일도없고,  바보 소리도 더 이상 듣지 않고 있어.

나를 다시 웃게 만들어준 사람과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고있고,

그 사람 덕분에 너를 내 기억속에서 아주 먼 곳으로 떠나보낼 수 있었어..

 

잘 지내.. 한때는 내 삶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 너..

아.. 쓰다보니 옛날 생각에 또 울컥 했어요 ㅠㅠ

나 이제 이놈땜에 안우는데 말이죠..

 

오늘 일안하고 톡 보다가 어떤 남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한테 쓴 글 보고

순간 욱해서 제 경험을 좀 적어봤습니다.

 

군대에 계신 여러분,

군대에서 열심히 훈련받고 계신 분들도 힘들지만

세상속에서 곁에 있지 못하는 한사람만 바라보며 외롭게 생활하는 고무신들은

더 많이 힘들어요.

 

그 긴 시간의 외로움과 노력을

보상해 달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귀하게 여겨주세요.

 

군생활을 기다려주는 여자 정말 흔치 않습니다.

그런 여자 버리는거 바보짓이에요.

 

저는 이 일 이후론 

제 주변의 누구에게도 군대 가야 하는 사람과는 절대 사귀지 말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습니다만,

또 세상의 모든 남자가 다 그런건 아니니까요..

 

군생활 하시는 군화분들. 그리고 이쁜 기다림 하시는 고무신 분들

제대 후에도 그 마음 그대로 변치 않고 사랑하세요~!!

 

추천수87
반대수0
베플공군임니다|2011.01.04 15:07
와나 시발 죄송한데 욕좀 할께요. 저같으면 여친이 2년이나 기다려줬으면 저딴짓 못합니다. 여친을 등에 업고 살아도 모자랄판에...와나 제가 다 열받네요.
베플이제19여고생|2011.01.04 14:57
제일 싫어진짜ㅡㅡ눈안돌리고 힘들게 기다려줬더니 제대하니까 등을돌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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