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읽혀지지않어?
최 모 여사님께 >
가내 평안하십니까?
나는 당신의 과거 남편이었던 정 모입니다.
지금은 남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무슨 편지냐 하겠지만
자식을 맡겨두고 무책임하게 혼자 살아왔기에 이제와서 뒤늦게
반성문을 적어드리는 겸하여서 불쑥 부탁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영희 그 아이가 비록 나를 쏙 닮았다고 하지만
사실 대하고 보면 그 머릿속엔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새로운 세상의 여러 것들이 들어있었고
나는 도리어 그 아이에게 여사를 닮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물론 나에게 대해 잊을 수 없는 인간적 상처가
여사님께 있음을 나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남자의 속이 좁은 자존심으로 여사님을 불편케
하였음이 사실입니다.
막 결혼했을 때, 가진것도 없이 골방에 낯선 여인을 데려다 놓고
따뜻한 위로의 말 따위는 하지도 않으면서 건방진 방침 따위나 일러주고
정말로 여사님께 못할 짓 많이 했습니다.
그것은 당시 나라의 현실 속에서, 배우지도 못한 능력도 없는
게다가 부친의 영향으로 몸에 익혀진, 여인들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별볼일 없고 자존심만 센 나는 젊었을 당시 사회생활에서 부닥치는 일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만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생활 가운데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당신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이제 내 앞에 두어진 여사님 당신을 약자로서 여기고
내 마음대로 쓰려고 하였음이 사실입니다.
머릿속에 여인에 대한 생각이 넓지 못했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에서 당신을 몰아댔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은 나보다 더 능력있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의 남자다운 틀에박힌 사고방식이 당신으로 하여금
몸의 고초를 자주 겪게 하는 등 당신을 인간적으로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친절하지도 않았다는 병원을 수도 없이 다녔고
그러면서 가엾은 아기들도 생명을 잃었으니
내 죄가 너무나 컸고, 특히나 당신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순결했던 여인으로서 맞이하여
비참함만을 안겨준 몹쓸 인간이었습니다.
나는 여사님 당신의 친부모를 생각해서라도
당신에게 훨씬 잘해주었어야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정말 인간적으로
나는 당신께 잘못을 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고초를 겪으면서 생명도 포기하려 하였던
당신의 인간적인 심경을 이제서야 멀리서 바라보게 됩니다.
그때 당신의 뱃속에는 영희가 있었지오.
영희는 태어나서 당신과 다른 타인의 삶을 살게되었고
두 사람 간에도 새로 인간적 문제들이 생겨났다고 보게 됩니다.
여사님과 나 사이에 처음부터 인간적인 면에서
가치관도 서로 달랐고 문제들이 있었으므로
영희와 당신 사이에도 인간적인 문제들이 놓여져 있으리라 봅니다.
과거에 나는 당신에게, 나만의 생각으로 불합리하게도
어떤 아내의 역할을 요구한 인간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당신도 또한 영희에게, 당신만의 생각으로 어떤 자식의 역할을
스스로도 모르게 요구하지 않았나 인간적으로 돌이켜 생각해 보시길 바래봅니다.
부부간이나 부모자식간이나 다르지 않게
모든 문제들은 다름이 아닌 인간적 문제들입니다.
서로 세상을 보는 방식과 가치관이 다르면
그걸 상대방에게 통일시키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겁니다.
영희가 당신과는 다르게 혼자 지내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듯한데
영희 나이도 이제 40이 되어가고 그 아이 뜻대로 어디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혼자 하고싶은 것 하며 살도록
믿고 지지해 주는 게 어떨른지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그 애는 이미, 부모인 나와 당신에 대해 질리도록 질린 듯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달리 누구를 쫓아가서 살 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어쩌면 사람 만나는 일보다는 생각을 하고 글을 써내는 일로
자기의 생명을 살 것 같으니, 그런 쪽으로 알고 그 애를
인간적으로 얽매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옳다고 보입니다.
여사님, 이제 다 같이 늙어가는데, 남은 생명을 건강하고 뜻있게
사셨으면 하고 저는 외람되게도 생각을 해드려봅니다.
나도 사실은 속 좁은 머리로 나름 마음 고생을 했다 주장하기도 했으나
어디 여인의 몸으로써 당신이 겪은 고초와 고통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그런 과거가 당신 자식에게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당신의 원수같은 전남편은 여기에 혼자 제나름의 방법으로써 조용하게 살고있는데
나에게 대한 당신의 원한이 당신의 자식에게 돌려지지 않기를
인간적인 도리감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 보기에는 영희는 당신 얼굴을 닮은 듯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다큰 자식을 서로 떠넘기자는 것은 아니고
정말 중요한 것은 영희는 내 자식도 당신 자식도 아닌
별개의 새로 인생을 받은 남이란 점이지오.
그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 중 누구라도 강요한다면
그건 남에게 대한 즉 다른 인간에 대한 무례가 된다는 것입니다.
영희는 스스로가 그러고 싶지 않아서
내게 소식을 전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도움을 주지도 도움을 받지도 않는 상황인데
그것은 영희가 나에 대해서 인간적인 거리감을
분명히 느끼기 때문인 것입니다.
여사님 깊은 마음속에 그리고 어쩌면 아직까지 몸에도
나에 대한 원한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제는
아이도 아닌 영희에게 풀지를 말고
날 계속 미워하거나 찾아와서 복수하세요.
소시적 젊은 기운에 고지식한 관념을 지니고서
멀쩡한 남에게 잘못들을 저질렀는데 그 남이
또 다른 남에게 복수한다고 하면
잘못이 끝도없이 반복되는 것이니 옳지를 않습니다.
영희 그 아이는 누구 자식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 자식이라 생각하세요.
맘이 다르고 생각도 행동도 다른 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기 때문인 것이지오.
영희도 당신에게 남이란 것을 인정하고서
서로 피차간 인간적인 거리를 지켜보세요.
애비도 애미도 그리 훌륭하지는 못하지만
인간적으로 자식에게 최소한의 거리는 지켜줄 수 있어야
그 애도 자기 생명을 혼자 스스로 책임지게 될 것 아닙니까?
우리가 그 애를 죽을 때 데리고 죽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여사님은 분명히
자식을 잘못 키워온 것입니다.
그 애가 우리 물건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손가락도 아니고 발도 팔도 아닙니다.
그 애는 우리의 일부분이 아니라
하나님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십시오.
하나님이 그 아이에게만 독특한 생각들을 주시고
자기만의 시각을 가져 세상을 바라보게 하시고 계십니다.
먼저 죽어서 세상을 떠날 우리가 그런 그 아이만의 것들을
뺏으려고 해도 뺏을 수 없고, 그러한 일은 오로지
하나님이 그 애를 그렇게 쓰고 계시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여사님도 나이가 들어 기운이 모자를 터인데
자신 젊었을 적 사상으로 지금의 젊은 아이를
휘어잡으려고 한다면 그게 되겠습니까?
우리가 그 아이에게 무슨 상속이라고 해줄 것도 없는데
그 아이에게서 인간적인 자유분방함까지 가져가려 한다면
우리가 그 애를 낳았다는 것을 너무나 남용하는 것이 아닐런지오?
훌륭한 가정 교육도 해주지를 못하고 늘상 험악한 꼴만 보여주어서
애를 주눅들게 만들어 놓고 이제는 그 애가 살고싶은 방식까지도
방해하려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정말 다른 사람에게 대해서
큰 무례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됩니다.
그 애의 나이가 40이 되면, 그 나이는
여사님이 나하고 이혼했을 때 나이하고 얼추 같게 됩니다.
이제 여사님은 그 아이하고도 이혼을 하십시오.
그렇게 이혼해서, 과거의 죄많았던 나를 함께 용서해 주십시오.
나에게 대한 여사님의 원한이 너무 깊으면서도 판에박혀버린 듯이 되어서
이제는 그것을 폐기처분 하심이 여사님에게도 되려 유익하리라고 보이니
그렇게 나를 용서하시고서 새로운 마음으로 사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각자의 잘못들이 영원히 덮혀지진 않겠지오.
여사님과 나 사이는 우리 사이였을 뿐입니다.
그 애가 정 모인가요? 아니지오
그 애는 그 애일 뿐입니다.
그 애는 나의 분신도 아니거니와
나를 복제해논 사람도 아닙니다.
그 애의 머릿속 생각들은 나조차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애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있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그 애도 우리를 모릅니다.
그 애는 우리를 닮지도 않았습니다.
그 애에게는 이기심이 없으니까 말이죠.
그런 아이가 우리에게 일평생 휘둘려야 할까요?
그 애는 이제는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닌 다른 것들을
고민해야 하지오, 왜냐하면 우리의 시대는 물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애가 계속해 우리에 대해 고민한다면
그 애의 인생은 사나마나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우리 인생을 평생 연구해 뭣에 쓰겠습니까?
우리는 금방 갑니다.
그 애를 데리고 갈 수는 없지오.
인간적으로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그 애가
나도 당신도 신뢰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영희는 나를 신뢰하지도 않고 당신을 신뢰하지도 않는 듯합니다.
믿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싶지는 않은 법이지오.
그래서 그 애는 내게도 여사님에게도
아무 소식을 보내주지 않는 겁니다.
아마 우리는 그 아이에게, 약점이 되는 배경일 뿐입니다.
우리 사이의 과거 일들이 그 아이에겐 짐만 되었단 것입니다.
최 모 여사님, 사람은 누구든지 배울 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도 여사님을 인간적으로 존경하고 존중하여야 했지만
우리 사이는 인간적으로 서로 의사소통 방식이 달랐기에
관계가 흉악했고 원만치 못했음이 사실입니다.
특히, 나보다 약자였던 당신을 돌보아주기는 커녕
함부로 취급하였음을, 부인할 수가 없고 사죄를 구합니다.
이 세상에서 여사님이 떠나가시기 전에
이 소인배를 꼭 용서하시고서 떠나주십사
진정으로 애원하듯이 부탁드리오니
여사님도 다른 세상의 좋은 기약을 위해
나와의 과거 불화를 말끔하게 치워버리시기를
감히 바래봅니다.
그것이 여사님의 운명에도 이로울 것이고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입니다.
삼가 말씀을 올리오니, 경인년 새해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
또한 사업도 번창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죄가 많았던, 여사님의 전남편 올립니다
2010년 2월3일 수요일 모처에서 겸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