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방범순찰대에서 복무중인 의경입니다. 최근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가 사회의 이슈가 되고있습니다. 단적인 예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214&aid=0000165195
저희 부대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일, 이, 상 수경의 계급 외에도 사역병, 물당, 장비, 열외라는 보직이 존재하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가혹행위를 당하는 보직(계급과는 크게 상관 없이..)은 사역병입니다. 우선 자신들의 고참들의 빨래, 일거리를 모두 도맡아합니다. 24시간 빨래를 돌려야했으므로 빨래 불침번이 별도로 있고 고참들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고참들의 양말, 물, 옷가지를 챙겨주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여름이 되면 사역병들을 골려주려 10분마다 옷을 갈아입는 고참이 있는가 하면, 양말의 종류까지도 (경찰 양말이냐, 따로 보급나온 사제양말이냐) 구별해 놓아야했고, 하루가 멀다하고 세면장 내집, 구타, 기대마 호출, 구타의 연속이 연습이었니다. 구타의 이유는 없습니다. 딱히 잘못하지 않으면 안맞을까요. 기수가 풀렸으니 재수없다고 맞고, 자기가 싫어하는 놈이랑 같은 대학교를 다닌다고 때리고, 물이 차갑다고 맞고, 뜨겁다고 맞고. 얼추 상상히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소대의 잡일을 사역병들이 모두 담당하기에 가장 바쁘고 잠도 부족하며 걸핏하면 세면장에 끌려가 쪼인트 당하고, 주먹질에 싸대기 맡기를 도맡는 보직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선임 기수를 보면 고막이 나간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부대에 비치되어있는 BB크림의 용도는 가히 짐작이 가실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훈련 및 상황에서는 직원들(군대로 치면 간부) 조차 적당선의(?) 구타를 암묵적으로 허락하는 분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중 저희 부대도 자체사고가 터졌습니다. 당시의 신병들이 물당 보직의 고참들을 경기청에 찌른것입니다. (보통 싫어도 물당들은 사역병들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후임기수 구타를 강요당합니다) 사실 물당들도 떄리고 싶어서 때렸겠습니까(물론 그런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떄린사람 맞은사람 모두 피해자)
결국 중대는 특박이 짤리고, 한두달가량은 지독한 훈련과 구보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대는 보직이라는것이 사라졌습니다. 중대장님은 '개인화'부대를 모토로 중대 개혁에 나섰습니다. 잡일은 스스로, 구타 가혹행위 절대금지, 교양은 지휘병 이상(소대당 1명)만 가능한 부대가 되었고 일체 똥군기 금지라는 고참기수들에게는 가혹한 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고참기수 특히 보직체계에 익숙해진 고참들은 구타가 안되고 보직이 없는데 중대가 돌아가냐,
상황이라도 나가면 (방순대라 일선에 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다죽는다. 훈련 개판이 된다 자세나 알겠냐, 등.. 새로운 중대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후 안양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시위 및, 사대강 철야, G20정상회의 대비 훈련 및 상황임무를 멋지게 수행함으로써 보직과 경력과는 상관이 없음을 어느정도 입증했고, 현재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부대생활 하고있습니다. 저는 부대 개혁이후 구타를 하지도 당하지도 않았으며, 욕을 하거나 먹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자신이 맡은바 일을 다 해내며 부대는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전의경 출신 친구나 선배에게 의경이라 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게
보직이 뭐냐 ?
보직이 없다하면 미친 중대라 욕합니다. 군대가서 사람 떄린게 자랑입니까. 안때리면 부대가 안돌아간다구요? 저는 자신있게 선후배 후임 고참 막론하고 '병신아 잘돌아간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잘돌아갔고 그 어느 부대보다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주어진 임무 잘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번 전의경 구타 가혹행위에 대한 기사에 베플 내용이
그것도 못참고 찌르고 탈영하냐, 아무리 힘들게 해도 끝나면 담배한대 물려주잖아 그만큼 보상이 있잖아 ?
웃기는 소리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힘들필요도 없었고 떄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우리는 실전이니까 구타가 필요하다구요? 방순대이지만 시위대랑 붙을일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뚫리면, 모패 뺏기면 고참한테 죽는다는 마음보다는, 내 고참, 아니 내 동생, 형을 지켜야한다는 마음으로 상황에 임했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구타는 없어져야 하며, 구타는 필요악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군대갔다와서 가스뿌리고 가혹행위한거 자랑하는 놈들 보면 뒤통수부터 처주며 술한잔 합니다. 모두 그렇게 했음 좋겠습니다.
P.S. 저희 부대가 야후에서 연재된 기안84님의 노병가보다 쪼금 더 한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