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네이버에서 펌):
미디어 재벌의 외아들인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는 정의로운 언론인 부친과는 달리 매일 파티만 즐기며 소일하는 한량 중에 한량.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에 충격을 받은 그는 부친의 뜻을 따라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다짐한다. 결국 브릿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직원이었던 케이토(주걸륜)와 힘을 합쳐 수퍼 히어로의 삶을 선택하는데!
도시를 타락시키는 악당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브릿과 케이토는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며 눈에 띄는 방법을 택한다. 마침내 완성시킨 엄청난 장비와 화력을 겸비한 수퍼카 ‘블랙 뷰티’를 타고 밤의 거리를 장악한 그린 호넷 콤비는 암흑 세계의 보스 추노프스키(크리스토프 왈츠)와의 전면 대결을 선포하는데…
review :
1월 19일 <이터널 선샤인>과 <수면의 과학> 등으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그린 호넷 3D> 시사회에 다녀왔다.
그런데, 정말, 내가 그랬던가?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는 자기 세계가 뚜렷한 감독들의 슈퍼 히어로물 연출이 이어졌다. <이블 데드> 시리즈의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 1, 2편과 <수퍼맨 리턴즈>를 연출했었다. 그리고 슈퍼 히어로 무비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인물로, 초기에 <메멘토>를 만들고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로 대형 사고를 친 크리스토퍼 놀란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언 맨>의 존 머시기 감독과 <킥 애스>의 매튜 거시기 감독 따위는 여기서 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차가 있긴 해도 일정한 성과를 냈던 위의 위인들과 비교해 나는 미셸 공드리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사랑의 불완전한 기억과 망각에 관한 이야기를 독특한 스타일로 변주한 2004년작 <이터널 선샤인>으로 인해 나의 기대치는 높아져 있었다. 시사회 전의 그린 카펫 행사에서, 내한한 미셸 공드리 감독과 주연인 세스 로건, 주걸륜의 면상을 감상한 후 <그린 호넷 3D>를 보고 나온 나는 이제 말한다. <그린 호넷 3D>는 2011년 내가 보았고 보게 될 영화 중 최악의 작품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그린 호넷 3D> 시사회에 다녀오지 않았다. 나는 세스 로건이 각본, 기획, 주연을 도맡은 영화 <그린 호넷 3D> 시사회에 다녀왔다. 재능도 없으면서 혼자 다 해 처먹으며 허수아비로 감독을 내세워 영화를 전체적으로 망가뜨린 세스 로건을 나는 저주한다.
세스 로건의 포위 속에 보릿자루 신세로 남은 감독이라 해도 흔적은 남는다. 주걸륜의 액션 장면에서 매트릭스의 ‘불릿타임(Bullet Time)’ 기법을 다르게 응용한 부분이나, 악당들이 그린 호넷을 잡기 위해 현상금을 걸면서 여러 인물들이 분주하게 이동할 때 스크린이 점점 잘게 분할되는 장면에서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스타일리스트인 미셸 공드리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리고 여기까지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시사회는 리얼3D로 상영되었지만 3D의 효과를 별로 체감할 수 없었다. 주걸륜의 액션장면에서 약간 눈에 띄긴 했으나 <아바타>로 3D효과를 맛본 관객들에게 겨우 이 정도 가지고 어필할 수 있을까 싶다.
그린 호넷은 왜 슈퍼 히어로가 되었는가.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은 부모가 길거리에서 피살되는 것을 목격한 후 받게 된 죄의식과 분노가 그에게 배트맨 가면을 씌운다. 반면에 그린 호넷은 단순하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슈퍼맨 장난감을 부숴서.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돈은 많은데, 마땅히 할 일은 없고 심심한데, 나쁜 놈들 쳐부수는 거 재밌지 않을까 해서 슈퍼 히어로 행세를 한다.
‘청렴결백’하다는 지역 언론사 회장인 아버지는 조선일보 방일영 고문의 흑석동 저택은 저리 찌그러져 있으라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대저택을 보유하고 산다. 참 청렴결백하시다. 그 대저택에서 아들은 소화기까지 동원해 놀면서 파티를 열고, 차고 안 명차들을 한번씩 들어갔다 나오면서 이름도 모르는 파티걸과 찌찌뽕 놀이를 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호통치지만 나는 언론재벌 총수인 아버지에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모두가 당신이 뿌리고 거두는 씨앗 아닌가.
무뇌아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브릿은 케이토(주걸륜 분)의 다재다능함을 무기삼아 슈퍼 히어로 놀이를 하려고 한다. 브릿이야 워낙에 부족한 것 없이 자라 몸만 큰 성인이라지만, 케이토는 왜 그 슈퍼히어로 놀이에 아무 생각 없이 동참하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의 머리와 기술이라면 이 가당찮은 소꿉장난이 얼마나 사치스런 동기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걸 인지할 법도 할텐데 말이다. 케이토는 이소룡을 연상시키는 현란한 액션과 갖가지 재능과 기술로 여성들에게 먹힐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인물에게 나는 별로 매력을 못 느끼겠다.
캐머런 디아즈는 이런 영화에서 이 정도의 비중에 이런 캐릭터로 출연하기는 아깝다. 차라리 <아이언맨>의 귀네스 펠트로가 낫다고 할 정도로 <그린 호넷>에서 캐머런 디아즈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의 명연기로 그해 미전역 영화 시상식의 거의 모든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던 크리스토퍼 왈츠 역시 낭비된 배우다. 초반엔 그럭저럭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자기 조직원을 처치하고 ‘그린’ 호넷에 대항하여 자신은 ‘레드’ 컬러의 옷을 입겠다면서 캐릭터는 점점 유치해져간다.
이토록 거지같은 각본과 캐릭터의 영화를 미셸 공드리가 연출을, 아니 연출을 수락했다는 게 놀랍다. 공드리는 그저 감독 크레디트에 이름만 올렸다 뿐이지 이건 세스 로건의 영화 같다. 지금 나는 세스 로건의 그 게걸스런 목소리도 듣기가 싫다.
다음은 <이터널 선샤인>의 대사 한 토막으로 니체의 격언을 인용한 부분이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Blessed are the forgetful, for they get the better even of their blunders)"
그렇다면 나는 <그린 호넷>을 연출한 미셸 공드리에게도,
이 영화를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한 다른 관객에게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