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동차 생산국으로 내수 시장의 대부분을 커버하고 훨씬 많은 양을 수출까지 해내는 자동차 강국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자동차에 있어서는 다른 많은 국가들에 비해 아쉬울 것이 별로 없어야 하는 축복받은(?) 환경이기도 하죠. 하지만 수 많은 차량들의 출시를 오랜 시간 지켜봐도 납득할 수 없는 섭섭함이 하나 있었으니… ‘내 차랑 같은 모델인데도 해외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터보차량’이 바로 그 이유. 낮은 배기량 대비 풍부한 마력과 토크를 자랑하는 터보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순정 터보 차량은 그저 물 건너 머나먼 땅의 이야기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차량 중에 터보가 적용된 차량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습니다. 물론 디젤차량은 제외하고 말이죠.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스쿠프를 비롯하여 비스토 터보, 제네시스 쿠페 2.0터보… 겨우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다 중간에 낀 정체 모를 비스토 터보는 그나마 금방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오래 전부터 660cc 경차에 요령도 좋게 터보를 꾸역꾸역 잘 우겨 넣어 팔기도 하였으며 전 체급에 걸쳐 군침 도는 출력의 터보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여건 때문에 애프터마켓 터보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고성능 위주의 세팅이 대부분이었고 결코 만만찮은 장착비와 어려운 관리 덕에 출력에 목마른 마니아들만의 세계로 그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왜 대한민국 시장엔 터보 차량이 나오지 않는가라는 의문에 “시장성이 없어서”라는 말도 있습니다. 과연 시장성이 없을까요? 저 배기량의 세금을 내고 고 배기량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데도 말이죠. 터보는 스포츠카가 무지막지한 마력과 토크를 얻기 위해서만 필요한 장치가 아닙니다. 잘만 쓰면 시원시원한 출력과 연비까지도 아낄 수 있는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관리에 있어서 자연흡기방식의 차량들에 비해서 조금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메이커에서 내구성 위주로 제작된 터보라면 관리에 있어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 좋은 것들이 대한민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만들어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접하고 싶어도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래의 예를 들자면 이미 북미시장엔 YF쏘나타의 2.0터보차량이 돌아다니고 있으며 사실상 국내 회사는 아니지만 GM대우(쉐보레)에서는 해외 시장에 팔리는 라세티 프리미어에(크루즈) 에코텍 1.4 터보엔진을 장착해서 팔고 있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야 1.8등급이라도 있지만 곧 출시될 쉐보레 아베오(소닉)의 경우엔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가장 고출력 모델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자연흡기 1.6 엔진이 전부입니다.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 엑센트의 1.6GDi 엔진에 비해 현격히 부족한 출력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수출모델에만 1.4 터보엔진을 장착해 판매한다는 것은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오너들에게는 섭섭한 차별로 다가온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설령 터보 때문에 값이 비싸진다 하더라도 경쟁차종을 의식한다면 충분히 고려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불만 중 만족스러운 점이라면 쏘나타는 물론이고 K5 터보도 늦게나마 국내시장 출시를 약속했습니다.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터보도 캐나다에서 출시를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 출시가 확정되었습니다. 분명 국내 시장에 출시하겠다는 의지는 반길만한 뉴스이지만 왜 국산차가 해외 시장에서 더 좋은 스펙으로 팔리는 것을 침만 흘리며 보고 있어야 할까요? 자동차회사의 복잡하고 다양한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자국민들은 그저 섭섭할 뿐입니다.
터보의 역사는 꽤나 긴 편이지만 현재처럼 실사용 수준에서의 효율성에 주목을 받은 기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미 터보는 고출력은 물론이고 출력 대비 환경적인 면에서나 에너지 효율적인 측면으로 새로운 인식을 갖고 다가가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수혜이기도 하며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가장 효과적으로 맞추기에는 터보가 제격인 것이죠.
하루 빨리 국내에도 순정 터보가 장착된 다양한 가솔린 차량들을 만나볼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터보에 목말라 하는 예비오너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기업들이 좀 더 알아채고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모습도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