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기는 오늘 속상했지만,
이야기를 뚝 끊어서 현재부터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부터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아서요.
예전 일입니다.
남친과 저는 같은 모임에 소속된 누나 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사귀게 되었고,
남친을 군대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남친이 군대에 간지 얼마 안됬을때, 정기 모임이 있어
같이 나가던 모임에 혼자 나갔습니다.
왠 낯선 여자가 있더군요.
다른 사람들 말로는 제가 모임에 나오기 전부터 나왔던 여자랍니다.
보니까 동생이길래
말 편하게 하라고,
언니언니하면 그냥 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오랜만에 나온 그애가 어색할 것 같아서
놀아도 주고 신경도 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애, 오자마자 옆 사람에게 묻더군요.
저 사람이 꾸나(이름대신 썼어요) 여친이에요?
그냥 소문이 그렇게 났나,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모임 사진을 정리한 게시물을 보면서
친구하고 같이 웃고있었습니다.
친구가 그 애 보더니 표정이 굳더군요.
왜?
쟤, 네 남자친구 첫사랑이야.
날벼락 치는 얘기더군요.
그제서야 이해가 안가는 그애의 행동이 하나하나 머리에 모아져 갔습니다.
그날 모임에 저는 일이 있어서 늦게 갔습니다.
다른 사람 말로는 모임장하고 사이가 안좋아서 여태까지 안나왔던 그애는
그때까지 그 자리에 있다가
제 얼굴 보자마자
다음 장소 옮길 때 사라졌습니다.
저를 유심하게 보더라구요.
여자의 직감이었던지.
저 애가 나를 보러왔구나.
꾸나 첫 여자친구가 날 보러 왔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조금, 뒷통수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일 수도 있으니까
이해한다고 그렇게 웃고 말았습니다.
궁금할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요.
그렇게 잊어버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훈련병이던 우리꾸나가 자대에 와서
이제 갓 스마일을 떼고 구닌이 되어가더군요.
훈병때는 마음껏 못하던 전화도
이제 하루에 한번,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하게 되서 기뻤습니다.
오늘도 전화가 영락없이 오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받았는데
그 애가 밝은 목소리로 그러더군요.
나 오늘 그 애(첫사랑)하고 통화했어.
응?
그 애가 그러더라. 누나 예쁘다던데?
제가 그 말을 듣고 바보처럼 웃을 수 있을까요?
세상 어느 여자가,
남친 첫사랑이 예쁘다고 했다고
으헤헤헤^^* 나 칭찬받았써!!! 이쁘대이쁘대!
이러고 팔푼이처럼 낄낄거리고 마냥 좋아할까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굳이 내게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기야,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봐.
자기는 내가 전남친이랑 통화했다고 자기한테 말하면 기분 좋겠어?
그러니 말하더군요.
괜찮아. 그게 왜?
에이, 질투하는 구나?
난 속상했습니다. 많이요.
저 꾸나 사생활 터치할 생각은 없습니다.
첫사랑하고 남매처럼 친한 것도 알고있고
통화하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휴가나와서 저만 보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싶은대로 하고, 그냥 나도 만나고.
나도 그 애에게만 매달릴 생각이 없으니까.
연애를 해도 사생활은 있다고 분명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사생활 이전에 매너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화해도 됩니다.
근데 그걸 꼭 제게 말해야합니까?
전화했다는 건 물론 질투가 납니다.
하지만 그 애 생활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래 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정말 화가 난 건, 내가 상처받았다고 말해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
그 태도였어요.
그 여자가 저 보러 와서,
나 보고 갔다는 이야기도 꾸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신경쓰인다는 이야기도 했구요.
그치만 그렇게 무신경하게,
내가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고, 화를 낸 것도 아니고 조근조근 조리있게 말했는데도
내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는 꾸나가 미웠습니다.
저, 인생 적게 살았어도 압니다.
제일 바꾸기 힘든게 사람의 신념이라는 걸요.
그게 그 애의 신념이라면, 전 그걸 바꾸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강요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아니까요.
내일 전화가 오면 차분히 말해 볼 겁니다.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입장만 고수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많이 사랑하지만 이별을 고하려 합니다.
그 애 신념과 입장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신념 때문에 자기 여자가 상처입는 걸 알면서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싫습니다.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하는데도
눈물이 나올 것 같네요.
마음 독하게 먹으려고 합니다.
정말, 여태까지 살면서 많이 느꼈거든요.
사람, 안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