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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justment Bureau / 컨트롤러

손민홍 |2011.02.25 14:32
조회 29 |추천 0

 

 

 

The Adjustment Bureau / 컨트롤러 / 2011

조지 놀피 /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

 

당신은 점을 보러 가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점을 보러 다니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요즘같이 세상이 흉흉할 때면 나도 한 번쯤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알려주는 당신의 미래는 진실일 수도 있고 또 거짓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살아봐야 아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점을 ‘봐주는’사람들은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 보다

과거를 알아맞히는 일이 더 힘들 거다. 과거는 이미 사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컨트롤러>는 수트 & 중절모 세트를 곱게 차려 입고

시대착오적임과 동시에 신선한 소품인 노트를 들고 두 발로 뛰어다니며,

점을 봐주길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점을 봐주려는 사람들이,

아니 천사들이, 아무튼 어떤 존재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정해진 계획에 맞게 진행되도록 조정(adjust)하는 존재들이다.

한국어 제목을 참고해 지금부터는 그들을 ‘컨트롤러’라고 부르기로 하자.

 

최연소 뉴욕 하원의원에 당선돼 스타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굳힌 데이빗(맷 데이먼)은

소싯적 젊은 혈기로 술집에서 엉덩이 한 번 깠다가 상원의원 당선에 실패하지만,

홀로 패배연설을 준비하던 남자 화장실에서 운명처럼 만난 앨리스(에밀리 블런트)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컨트롤러들은 그들의 만남이 정해진 계획에 어긋난 일이라 데이빗의 삶에 끼어들게 되고

그는 그들의 감시망을 피해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기로 하고 앨리스를 찾아 해맨다.

 

<컨트롤러>는 이전에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자.

주인공은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유명 정치인이고

그를 감시하는 존재들은 심지어 인간이 아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배경에 초현실적인 내용과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영화는 이상할 정도로 소소하게 흘러간다.

앞서 말했듯이 컨트롤러들은 레이저 총을 쏴대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노트를 손에 들고 발로 뛰어다닌다.

물론 '문 열어 젖히기 놀이'가 꽤 괜찮은 볼거리이긴 하지만 이는 이미 <매트릭스>에서 접한 바 있다.

그리고 유명 정치인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서민들의 삶에 근접해있고

(동네 자그마한 바에서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 가서 춤을 춘다.),

케케묵은 음모설을 파헤치려는 그의 목숨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클리셰 같은 상황도 없다.

 

간단히 말해 <컨트롤러>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블레이드 러너>, 혹은 <페이첵>처럼

굉장히 ‘필립 K.딕’스러운 느낌에 가까운 영화일 것 같지만,

오히려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을 애절하게 그린 <이프 온리>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부분이다.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와 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온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심심하게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의 삶이, 혹은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닐까라는 SF스러운 고민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자극으로 다가갈 영화임에 분명하다.

 

데이빗은 컨트롤러가 자신의 과거를 모두 알고있다는 사실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는 타입의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컨트롤러의 능력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그 정도쯤 알아맞히는 것은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길길이 날뛰고 끝없이 질문하며 완강히 거부한다.

그들의 능력을 알면서도, 또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계획에 맞추어 살아가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서 밀려오는 한 가닥 희망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앨리스고 결국 운명을 거스르기로 한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컨트롤러>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인간을 그린 작품이다.

 

bbangzzib Ju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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