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새로 시작한 알바를 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거기서는 저녁을 4시쯤에 먹 10시에 끝나는 시간까지 아무것도 안 먹기 때문에 허기가 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따 끝나고 먹을 거라도 사야지 싶어 알바하는 가게랑 같은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찾던 오리x사 닥터x칼로리바가 없더군요. 찬찬히 한바퀴를 둘러보았지만 없었어요.
아저씨한테 물어볼까 했더니 알바생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시계를 보니 알바시간도 2~3분밖에 안 남았고 에이 그냥 가자 싶어 안쪽문(건물내랑 연결된 문)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아저씨가 갑자기 말을 걸더군요
'이봐 학생 어디가지?'
'네?'
'물건을 사러 들어왔으면 사고 나가야지 왜 그냥 가지?'
'아..찾는게 없어서요'
'찾는게 뭔데'
'칼로리바요'
'칼로리바 여깄어'
'아 그건 제가 찾던 게 아니라서요'
'확인 해 봤어?여기 있어'
아저씨의 물음에 대답을 하다 보니 기분이 나빠왔고 성큼성큼 걸어가서 말했습니다.
'아니 아저씨 찾는 물건이 없으면 그냥 갈 수도 있지 왜 그런식으로 말씀하세요?'
'당연히 물건을 사러 들어와서 찾는 물건이 없으면 물어봐야 되는거 아닌가?그냥 나가는 게 더 이상하지'
'편의점에 들어오면 무조건 물건을 사야되는 법이라도 있어요?사러 들어왔다가도 맘이 바뀌면 그냥 갈수도 있는건데, 전 찾는 물건이 없었으니 그냥 갈 수도 있는거죠. 막말로 제가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물건을 사러 들어와서 없으면 찾는 물건이 없다고 주인한테 물어봐야지 왜 그냥 가?그리고, 없으면 들어온 문으로 나가야지 왜 반대편 문으로 나가?'
그제서야 아..!싶었습니다.
아저씨는 제가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편의점을 통과해 갔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오피스텔내부와 연결 된 편의점이니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그 점에 예민해계시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그렇게 매도하면 안 되지 않나요?
전 이 말들을 하며 덧붙였습니다.
'아저씨 오해하시나 본데 전 맹세코 0%도 이 가게를 지나쳐 가려는 생각이 없었고요. 저희집이 여기서 버스정류장으로 2정거장인데도 운동삼아 걸어다니는 사람이예요. 아무리 아저씨가 그런사람들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계신다 하더라도 진짜로 물건 들어온 손님을 오해하고 그러시면 안 되죠. 그리고 아까 안 물어본건 알바 시간도 늦었고, 또 알바생이랑 얘기하고 계셔서 나름으로는 배려를 한건데..'
'집에서 걸어다니는 얘기는 됐고,배려??손님이 왕인데 왜 주인을 배려해?학생은 식당 들어가서 주인이 알바생이랑 얘기 하고 있으면 주문을 못 하나?'
'아저씨 그거랑은 얘기가 다르잖아요'
'뭐가 달라?똑같지 그리고 어디서 알바 하는데'
'저 안에 OOO요 아저씨 저 알바하면서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수도 있는데 오해는 정말 풀고 싶어요'
'무슨 오해?그래 알바 가~다시는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들어온 문으로 나가 빨리'
'하아..아저씨 정말 아니라니까요 제발 그런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 그리고 제가 귀찮아서 여길 통과하려고 그랬으면 물건이 있나 없나 한 바퀴 돌면서 확인 안 하고 바로 갔을거예요'
'한 바퀴 돌면 통과하는 게 아닌가?'
'아저씨 정말 왜 그러세요 저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빨리 알바나 가라니까 다시는 여기 오지 말고'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는 겁니다.
'아저씨 소비자가 물건을 안 살 자유 의지도 없어요? 내 맘대로 안 살 권리도 없냐고요'
'그런 권리 같은 게 어딨어?알바나 가'
'아저씨 정말 너무하세요. 전 정말 억울하고 오해를 풀고 싶은데..'
'그만 하고 앞으로 그런식으로 행동하지 말고 들어온 문으로 나가라고'
결국 말이 안 통해서 문 열고 나와버렸어요.
알바 둘째날부터 지각하고 눈물콧물로 얼굴 엉망 돼서 들어갔네요.
제가 아저씨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 해야 하는걸까요?
내가 잘 못 한 것도 아닌데 마주치면 또 맘 상할까봐 편의점에서 멀리 돌아 알바 가고 있네요.
여러분 위로 한 마디만 해 주세요.ㅠ.ㅠ
※ 울 알바식구들 말고 하소연 할 데도 없어 그냥 몇 자 적은건데..
답답하다는 분들. 제가 위에도 적었지만 그냥 지나가던 처지였다면 저도 미련없이 소리지르고 따지고 나왔을겁니다. 그렇지만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 제 알바처고, 또 앞으로 얼마나 자주 마주칠지 모르는데 불편해짐 안 되니까 잘 풀어보자 싶어 계속 참으면서 얘기했던거죠. 결국 안 통했지만..ㅡ ㅡ;
그래도 위로해주신 분들 감사드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