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인지, 아침인지 모를 애매한 시간에 일어나
5분 정도 불쾌한 뿌연 시야를 트이고
가장 맘에 드는 옷을 골라
몽롱한 정신으로 밖으로 나가서
학교 혹은 직장에 다녀오고,
가끔 울리는 전화에 불려나가 맞춰 멋진 곳에 가고
커피숍에서 하릴 없이 시간을 때우고
밥을 먹고
거리를 걷고
사진을 찍고
익숙한 사람과 술을 한 잔 하고
실없는 농담에 웃고
취하고
또 취하며
등 뒤에서 밀려오는 오래된 추억들에 모래성처럼 휩쓸리고
쉽게 무너지고
깊게 상처받고
제 몸 못 가누는 채, 누군가의 부축을 받은 채
비틀거리며 겨우 침대에 누워도
새벽 내내 잠들지 못해
결국 참지 못해 전화기를 붙잡고.
애원하듯 너의 번호를 누르고
귀에 대고 한참을 기다려도
주인없는 전화.
올라오는 구역질에 전화기를 내팽겨치고 화장실로
전화는 바닥에서 맴맴 울어대는데
넌 기억을 전부 토해내는데,
전화기는 계속 울어대고.
우리, 정말 잊은 채로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