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o11.o3.11(금)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땅이 꺼지는 듯한 진동으로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후들거리던 다리, 말로 표현되지 않는 공포감.
튼튼하게만 보였던 고층 건물들의 휘청거림과 흔들리는 삐걱 거리는 소리,
화창했던 하늘이 갑작스럽게 구름 가득했던 모습,
따뜻했던 바람과 기온이 일순간 한 겨울의 추위에 떨렸던 것
넓은 광장으로 모여 주저앉아 불안 가득한 표정짓던 사람들과 울먹이던 사람들
어린 자녀들을 안심시키는 엄마들, 손님들을 안전유도하던 종업원들
갑작스런 통신불능으로 가족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나 역시 사랑하는 우리 남편과의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함은 더했지만 일단 냉정하게 판단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 피난공원 '에서 기다려보았다.
지진이 있은 후 두 시간쯤지나서였을까, 하늘이 다시 맑아지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달렸다.
얼마나 엉망이 되어있을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어질러있진 않았다.
무거운 책장같은 것은 위치가 앞으로 나와는 있었지만
공기청정기부터 가벼운 것들만 넘어져는 있었고, 컵이 하나 깨어진것뿐이었다.
가장 걱정이었던 전신거울도 넘어져있긴 했지만 깨지진 않았었다.
빠른 움직임으로 깨진 컵을 치우고 나머지는 또 여진이 언제 올지 몰라 넘어진 채로 조금의 정리만 했다.
그리고 얼른 티비를 켜고 인터넷을 연결시켜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무사함을 전했다.
티비의 일본 전역에 벌어진 사태는 심각했었다. 세계관측 사상 다섯번째로 가장 큰 지진 M 9.0 이라니!
그 뒤로도 몇번이나 여진이 오는것이 두려워 가방을 그대로 손에 쥐고 현관에는 신발을 두고
티비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쿵광거렸다.
그 후, 저녁 5시쯤.
겨우 우리 남편 회사의 전화가 연결되어 통화를 했는데 통화가 되는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러니, 지금 피해자분들이 행방불명되었던 가족들과 재회하는 모습에 눈물을 그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으며 , 만났을때의 안도감과 안심감을 내가 느꼈었으니까...
그렇게 일단 내 주위는 모든것이 조금씩 안정되었다. 남편도 일찍 퇴근을 해서 집으로 돌아와 주었다.
그 시각 도쿄의 중심부는 모든 교통이 마비되어 걸어서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그것도 여이치 않아 근처의 대학캠퍼스 혹은 시.구청에서 하룻밤을 지내야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너무도 당연했던 오전의 그 일상들이 순식간에 사라진것이었다. 참담함!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정말 우린 누군가가 지켜주고 있는 것일까, 너무도 감사했다.
여기저기 단수와 정전 그리고 가스조차 나오지 않아 혼란스러운 중에도
우린 그저 지금까지의 생활을 아무 불편함 없이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감사 감사 뿐이었다.
새벽에 이어진 여진으로 첫날과 둘째날은 잠을 제대로 못잤지만,
셋째날 부터는 여진의 횟수도 줄었고 마음도 안정되어갔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한지 오일째 지금의 이곳은
어디에도 물이 없고, 어디에도 빵이 없고, 어디에도 컵라면이 없으며 쌀이 없고 생필품들도 없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탄산음료, 과자들, 화장품 등
이유는 물론 이곳 사람들의 ' 사재기 '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진의 영향으로 운송업체들이 마비되고 고속도로를 비롯한 교통이 마비되었기때문에
납품이 원할하게 되지 않기 떄문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주유소에는 엄청난 자동차가 줄을 서서 기름을 넣고 있다.
태어나서 이런 ' 사태 ' 는 처음 겪기에 당황스러울 뿐이다.
현 일본 정부는 ' 계획단전 '을 실시해서,
어제 일부 지역은 모든 전기가 끊어져 신호등이 움직이질 않았고 암흑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곳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피해자들을 생각해
단전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절전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큰 백화점들은 몇 군데만 영업을 하고, 영업하는 곳도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영업을 하는 곳들도 간판의 불을 끄고 광고판을 끄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운용을 최소화하였다.
그리고 많은 상점들이 휴업을 했다. 그 휴업으로 졸지에(?) 나도 일하지 않아도 되게되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너무도 많이 나아졌으니 심각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한국에는 원자력 폭발로 인한 방사선의 보도와 심각한 여진의 보도가 많은데,
물론 여진의 걱정은 남아있고 원자력 폭발로 인한 방사선위험은 있지만
그것은 정말 그 지역에 한한 문제이며 도쿄 중심부로 방사선이 방출될 위험성은 제로이다.
그러니 제발 일본 전체가 무슨 바이러스감염이라도 된듯이 ,
일본 전체가 이제 끝났다는 식의 보도는 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가장 큰 어려움에 닥친 이곳을 위해 제발 생각없는 악담을 하지 말고,
빠른 복구와 빠른 정상화를 위해 ' 기도 ' 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