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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야수인가 창조자인가

박희태 |2011.03.25 20:45
조회 16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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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중반까지 왕이나 입던 면셔츠가 대량생산 가능해져 만인의 옷으로
인간의 끊임없는 사치에 대한 욕구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그동안 자본주의는 일부 악덕 자본가만을 배불리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제도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자본주의를 기초로 한 서구 문명은 부도덕하고 이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으며 이제 몰락의 길만 남았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인간 진화와 집단행동에 대해 연구해온 하워드 블룸은 이 같은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는 지구 역사상 그 어떤 문명도 자본주의처럼 빈곤층과 억압받는 계층의 지위를 격상시켜준 적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1700년대 중반 면직물은 부자 중 부자만 입을 수 있는 최고 사치품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동물 가죽이나 털로 만든 옷을 입었는데 털이나 가죽은 벌레가 생기기 쉬워 피부가 성할 날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옷을 갈아입거나 세탁을 하지 못해 비위생적인 생활을 했다.

그러나 1769년 자동방직기가 도입되면서 인간의 의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왕이나 입던 고급 천이었던 면으로 만든 티셔츠가 생산되었다. 오늘날 면 티셔츠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사하라 남부에서도 입는, 그야말로 '평범한' 옷이다.

블룸은 자본주의가 존재했기에 300여 년 짧은 시간에 이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19세기 서양인들의 건강상태가 극적으로 향상되고 평균 수명이 몇 십 년이나 길어진 것 역시 자본주의로 인해 비누가 대량 생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천재 자본주의 vs 야수 자본주의'(타임북스 펴냄)는 "과연 자본주의는 멸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대답을 찾기 위해 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해부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사치스러운 것을 찾는 인간의 탐욕이 죄악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실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전략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였던 네안데르탈인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대신 몸 치장에 탐닉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먹고사는 데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보이는 몸치장에 탐닉하던 호모사피엔스는 패션에 필요한 도구, 즉 실과 바늘 등을 발명해냈다. 그 결과 인공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저자는 구텐베르크가 인쇄 활자를 발명하게 된 것 역시 인간의 허영심 때문이었다고 강조한다. 당시 책은 아무나 쉽게 소유할 수 없는 사치품이었다. 남들은 갖지 못하는 것을 갖고 싶어했던 탐욕이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 악독한 경영자들의 탐욕이나 잘못된 정책, 혹은 자본주의의 잔인한 본성이 아니라 인류 유전자 속에 숨어 있는 '진화 엔진'이라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활황기와 침체기가 반복되는 사이클이 인간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류나 벌, 심지어 박테리아처럼 집단생활을 하는 모든 생물의 세계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집단생활을 하는 모든 존재는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수집한 정보를 통합하고 그에 맞춰 오래 사용해 왔던 무엇인가를 새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창조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해 우리가 배척해야 할 야수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진화를 이끌어온 천재적 창조자며 인간 구원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비록 때때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자본주의는 인류 탄생 때부터 지금껏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진화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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